메뉴 건너뛰기

close

강원도 태백시청소년수련관과 상장청소년문화의집, 철암청소년문화의집, 문곡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5개 청소년수련시설을 태백시가 자신들이 출자한 복지재단에 위탁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위 5개 청소년수련시설 청소년지도사들은 지난 23일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태백시청 앞에서 피켓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 청소년시설에 대한 운영과 관리를 태백시가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백시가 관내 청소년시설들을 자신들이 출자한 노인복지 전문재단에 위탁하려하자 청소년지도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 "청소년시설을 노인복지재단이?"  태백시가 관내 청소년시설들을 자신들이 출자한 노인복지 전문재단에 위탁하려하자 청소년지도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 전국민주노동조합 태백지부 제공

관련사진보기

  
논란이 시작된 것은 그동안 청소년시설들을 위탁 운영해 온 한국청소년연맹이 연간 1억 이상의 적자 운영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2018년 위탁운영을 포기하면서부터다. 이 청소년시설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연간 예산이 태백시 보조금 9억여원을 포함, 총 15억 원이 넘어야 하지만 청소년시설 운영 수익은 14억 원에 미쳐 적자에 허덕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태백시는 네 차례에 걸쳐 위탁운영자 모집 과정을 거쳤으나 응모하는 단체가 사실상 없어 임시 직영체제가 되었고 덩달아 기존 정규직 청소년지도사들도 계약직 기간제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게 됐다.

태백시, 직영체제 약속했지만...  복지재단 위탁으로 선회

2019년 1월, 당시 태백시 사회복지과장은 청소년지도사들에게 "4월부터 관련 청소년시설을 태백시청이 직접 운영할테니 몇 개월만 참아달라"고 약속했다. 1월 31일 열린 태백시의회 본회의 회의록을 보면, 태백시도 위탁 응모자가 없을시 직영 추진을 보고했고 시의회도 이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태백시는 당초 관내 5개 청소년시설의 직영을 추진하다 갑자기 태백시복지재단 위탁으로 방향을 바꿨다. 태백시복지재단은 사실상 노인복지기관이다.
▲ 태백시의회 본회의 회의록 일부. 태백시는 당초 관내 5개 청소년시설의 직영을 추진하다 갑자기 태백시복지재단 위탁으로 방향을 바꿨다. 태백시복지재단은 사실상 노인복지기관이다.
ⓒ 이영일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태백시는 이후 태백시복지재단 위탁으로 돌연 방향을 선회했다. 태백시 사회복지과 여성청소년계 이아무개 계장은 "태백시가 직영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 반영을 하던 중 여러가지 사유의 문제를 발견했다. 예산파트와 인사파트 등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인지하다보니 최종적으로 시의회에서 승인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여러가지'의 사유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태백시와 태백시의회가 기존 입장을 뒤집은 이유는, 태백시가 직영화를 할 경우 청소년지도사들이 모두 일반공무직으로 전환되면서 '기준 인건비'가 상승된다는 것이 부결 사유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소년수련시설을 웬 노인복지재단이? 지역사회 '반발'    

이에 대해 지역 단체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 함주식 태백지부장은 "인근 정선군은 106억, 삼척시는 41억, 영월군은 청소년시설 예산이 27억인데 태백시는 10억의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청소년시설들을 운영하면서 청소년의 안전과 직결된 시설 유지보수에는 투자가 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수련시설에 화재감지기도 없는 곳이 있고, 어디서 발생하는지 알 수 없는 누수가 발생하거나 수도꼭지에서는 커피색 녹물이 나오는 등 안전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 태백지부에 따르면 청소년시설 내부에는 석면 내장재가 노출되어 있고 화재감지기가 없는 곳도 있으며 누수와 곰팡이, 녹물이 나오는 등 안전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 "덕지덕지 곰팡이 핀 청소년수련시설 내부" 전국민주노동조합 태백지부에 따르면 청소년시설 내부에는 석면 내장재가 노출되어 있고 화재감지기가 없는 곳도 있으며 누수와 곰팡이, 녹물이 나오는 등 안전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 전국민주노동조합 태백지부 제공

관련사진보기

 
청소년지도사들의 반발도 크다. 태백시청소년수련관의 안아무개팀장은 "해당 시설들이 상당 부분 노후화되어 안전과 환경상의 문제가 큰 상황이다. 관내에 청소년단체들도 거의 전무하고 대형 비영리민간단체들도 위탁을 포기하는 태백시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태백시의 직접 관리 및 운영이 절실하다"는 밝혔다.

이어 안 팀장은 "청소년수련시설은 청소년단체나 기관이 위탁운영하는 것이 상식인데 태백시복지재단은 사실상 노인복지재단이라 여기에 위탁을 주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는 것이 대다수 청소년지도사들의 반응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태백시 이아무개 계장은 "다른 지자체 사례를 확인해 본 결과, 복지재단이 청소년시설을 위탁하는 경우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청소년수련관이 노후화되어 다각도로 전면 보수를 추진중이며 "복지재단의 위탁운영이 확정되면 현 기간제근로자 신분도 복지재단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라고 덧붙였다.

태백시는 복지재단에 청소년시설을 위탁하기 위해 재단의 정관 변경도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시의회의 의결은 끝났고 허가만 남은 상황. 지자체 출자 복지재단이 기존 목적사업에 맞지도 않는 청소년수련관을 운영하기 위해 정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있으나마나한 법으로 전락한 청소년활동진흥법?

청소년시설은 지자체가 직영하거나 또는 위탁운영을 할 수 있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시설을 위탁할 경우에 '청소년단체'에 위탁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시설을 위탁할 경우에 「청소년단체」에 위탁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적지않은 지자체들이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출자ㆍ출연 기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대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사실상 청소년활동진흥법이 있으나마나 한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 청소년활동진흥법상 청소년수련시설 위탁 조항  청소년활동진흥법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시설을 위탁할 경우에 「청소년단체」에 위탁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적지않은 지자체들이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출자ㆍ출연 기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대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사실상 청소년활동진흥법이 있으나마나 한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 이영일

관련사진보기

 
지난 2014년도에도 국민권익위원회가 여성가족부와 전국 지자체에 청소년시설 위탁은 시설관리공단이나 종교단체등이 아니라 청소년단체에 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당시 153개 지자체중 50%가 넘는 곳이 임의로 조례를 만들어 청소년단체와 상관없는 곳에 청소년시설을 위탁하는 것이 상위법인 청소년활동진흥법을 정면으로 위반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번 태백시의 조치에 대해 여성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수련시설을 위탁할때에는 청소년단체에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여성가족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7년 공포된 행정자치부 소관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은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대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되어 이런 원칙을 지키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게 여가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소년활동진흥법이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실정인 것이다.

그러나 이 법률에는 문화, 예술, 장학, 체육, 의료 등의 분야에서 주민의 복리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업>을 대행할 수 있다는 것이지 시설 운영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향후 '대행'과 '위탁'의 해석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태백시 5개 청소년시설 청소년지도사들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피켓 시위와 서명운동을 계속해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청소년수련시설의 태백시 직영 및 직접 고용 촉구 서명운동은 당초 목표 1천명을 넘어선 상태다.

태그:#태백시청, #청소년수련시설, #노인복지재단, #민간위탁, #청소년활동진흥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