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숨소리조차도 음악 같은 Stage/ 나의 땀방울은 네겐 Heavy rain"

도입부의 가사와 분위기 때문에 듣자마자 어느 공연장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무대 위의 뜨거운 열기가 이 두 마디만으로도 생생하게 그려졌다. 거친 숨소리마저 들려오는 듯 현장감이 살아 있는 노랫말이다. 숨소리가 음악으로 확장되고, 가수의 작은 땀방울이 관객에게 폭우로 확대돼 쏟아진다는 비유가 상당히 감각적이다. 시각, 청각, 촉각이 고루 다 자극된다. 

"지금 우린 과도한 열기로 넘쳐/ 편히 앉아 놀아줄 시간은 없어/ 과정을 즐겨 나와 같이 더 달려/ 더 자유롭게 원하고 또 원해"

이 파트로 넘어오면서 분위기가 한 번 전환되는데 이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좋겠다. 심장의 쿵쾅거림을 꼭 닮은 비트가 시작되고, 노래는 듣는 이를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는다. 긴장감 한가운데엔 동시에 기분이 한껏 고양되는 전율과 환희가 들어있다. 특히, '과도한 열기'라는 표현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잘 압축해 표현하고 있다.  

"난 너의 꿈이자/ 꿈에 닿는 통로가 돼/ 너의 꿈을/ 손에 쥐여줄 수 있어 Oh/ 순수한 표정으로/ 춤을 추던 아인 이제 웃으면서/ 이 트랙에 불을 질러 Oh/ We got that/ Boom boom boom boom boom"

'편히 앉아 놀아줄 시간은 없어'라는 가사까지만 해도 잘나간다고 뻐기는 건가 싶었는데, 슬슬 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그저 춤을 추던 아이는 이제 이렇게 자신의 꿈을 이뤄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먼저 꿈을 이룬 사람으로서 같은 길을 걷는 타인의 꿈의 길잡이가 된다는 가사가 'NCT DREAM'이라는 그룹명과 묘하게 겹친다.

더위와 견디기 힘든 좌절에 지친 이들에 힘을 줄 노래
    
내가 꿈을 이루면 가장 먼저 내가 좋지만 그 긍정적인 기운이 주변까지 밝히는 것처럼, '누군가'를 바라보며 가수를 꿈꾸던 지망생은 진짜 가수가 되어 또 다른 청춘들의 '누군가'가 된다. 자신의 꿈을 현실로 이뤄낸다는 건 어쩌면, 기부나 봉사 같은 특별한 다른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 자체로 세상에 빛의 통로가 되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우린 그 꿈을 이뤄낸 Player/ 내 안의 난 날 향한 찬사를 외쳐/ 일분일초가 느끼는 전율 Danger/ 더 자극적인 떨림을 난 원해/ 우린 더 높이 We rolling"

프로페셔널 리그에서 뛰는 플레이어가 된 이들은 '내 안의 난 날 향한 찬사를 외칠' 만큼 스스로에게도 자부심을 느낀다. 사실 자기만족감만큼 소중한 건 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꿈을 위해 달리는 이들은 '편히 앉아 놀 시간이 없을 만큼' 많은 땀방울과 눈물을 흘렸을 것이고, 그 시간이 있었기에 "순수한 표정으로/ 춤을 추던 아인 이제 웃으면서/ 네 심장에 불을 질러"란 가사가 현실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는 것, 타인의 심장에 불을 지르려면 자신 안에 얼마만큼이나 응축된 에너지가 있어야 할까. 그 에너지는 인내로 생성될 것이다.

"내 꿈은 현실이 됐고 이제 난/ 자유롭게 Fly/ (...)/ 가슴이 뛰는 대로/ 뛰어봐 Right now"

노래의 가장 마지막 구절이다. '가슴이 뛰는 대로 뛰어봐, 지금'이란 가사 후에 노래는 바로 끝나버리며 여운을 남긴다. 꿈을 향해 달린다는 건 가슴이 뛰는 비트에 맞춰서 춤추고 뛴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신만의 꿈을 향해 달리는 길 위에서 참기 힘든 더위와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든 좌절에 지친 이들에게 힘을 줄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