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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6일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철회를 부동의했다. 자립형사립고와 자율형사립고는 구별해야 한다. 자립형사립고는 정부보조금을 거의 받지 않고 건학이념에 따라 운영된다. 민족사관고등학교, 광양제철고등학교, 포항제철고등학교, 해운대고등학교, 현대청운고등학교, 상산고등학교, 2010년 개교한 하나고등학교가 자립형 사립고이다. 

따라서 국가 보조를 받지 않는다면 자립형 사립고 7개 학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지정을 철회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상산고의 재지정 취소를 막은 교육부의 방침에는 일리가 있다. 상산고의 전통과 자립형 사립고로서 그 역할을 긍정적으로 인정한 것이 아닌가 필자는 생각한다. 교육부의 판단은 적절한 면이 있다. 일부는 귀족학교라 비판하지만 국가 보조 없이 운영된다면 위법성이 없는 한 문제 될 것이 없다. 유럽, 미국의 명문 사학 고교도 재정적으로 자립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재지정 취소 부동의하여 자사고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돼
▲ 상산고 홈페이지 교육부의 재지정 취소 부동의하여 자사고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돼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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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 학교를 모방했는지 2010년 이명박 정권이 자율형사립고 정책을 도입하면서 불거졌다(100여개 학교). 희망하는 사립고에 엄청난 재정지원을 통해 일반고의 학력을 끌어올리는 경쟁교육으로 내몰았고 일반고의 황폐화를 초래했다. 자립형 사립고와 자율형 사립고는 엄연히 다르지만 자율형 사립고로 통칭하고 있다. 그래서 성산고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 세 가지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자율형 사립고 도입의 문제와 고교정책에 대해 주장해 본다.

첫째, 이명박 정권 때 도입한 자율형 사립고 정책은 고교평준화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고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었다. 일반 사립고 중에 우수한 학교를 지정하여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다양한 학교 형태가 아니다. 연이어 공립고에 자율형이란 단어를 붙여 자율형 공립고를 만들어 더욱 일반고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이 정책의 확대로 일반고는 큰 타격을 받고 자사고, 자공고를 따라잡기 위한 경쟁교육에 몰두하게 된다. 

자사고 정책은 교육과정에 큰 차이가 없으면서 1~2억원을 지원하여 일반고의 교육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일반고가 힘들어 하니 고교제고력사업을 도입하여 일반고에 천만원~이천만원 정도의 지원을 하며 그 격차를 줄이려는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따라서 자립형 사립고나 자립형 공립고(모두 취소 예정)는 폐지되어야 한다. 일반고와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자립형 사립고를 제외한 사립고는 공립고와 차이가 없다.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국고 보조금도 거의 똑같이 받는다. 그러나 교사 인사권를 갖고 있으며, 교장은 대대로 세습한다. 교육청에서 비위를 발견해 징계를 요청해도 구속력이 없어 실질적인 견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번 설립하면 영원한 설립자 가족의 제국이 되는 셈이다. 어느 한 고교는 교장이 80세까지 하는 것을 보았다. 국고보조를 받아 교직원에게 월급을 주면서 말이다. 

자립형 사립고로 변신하든지 국가 보조금을 점점 줄여나가는 정책을 서야 한다. 속칭 사립고는 무소불위의 권리를 누리면서 견제를 거의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때 사립학교법을 부분 개정하고자 했으나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구세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거리 투쟁에 나섰고 사립학교법 개정은 좌절되었다.   
2011년 10월 16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 촛불을 들고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2011년 10월 16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 촛불을 들고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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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일반고와 특성화고(특수목적고 포함)로 단순화 및 이원화를 정책을 제안한다. (대안학교는 별도). 일반고 중심의 고교정책에서 일반고 특성화고 비율 1:1 정책으로 변화해야 한다. 일반고를 다양한 특성화고(특수목적고 포함)로 전환하는 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해야 한다. 

특성화고가 늘어나고 학생 및 학부모의 인식변화가 있지만 더디다. 여전히 인문계고를 가서 대학에 가야한다는 굳은 생각은 요지부동이다.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공고, 상고, 농고로 한 쪽은 공부를 아주 잘하는 이가 또 한쪽은 공부에 취미가 없는 학생들이 진학하는 것으로 고정관념화 되어 있다. 물론 전국단위 연극고나 나노고 등이 개교하고 있지만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더 다양한 고교를 만들어야 한다.

바로 집 근처에 특성화 고교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통영에는 레저고등학교, 경주에는 예술문화고등학교(문화재 전문가), 김해에는 목재 및 도예고등학교 등 아이디어를 내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지역 특색에 맞게 재능과 취업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체를 시립고로 하는 정책도 생각해 볼 만 하다(우리나라는 시립고등학교가 없음).
  
프랑스 중등교육을 보면 콜레주와 리세로 이원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프랑스와 대한민국 학제 비교 프랑스 중등교육을 보면 콜레주와 리세로 이원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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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가 국가나 지방단체의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고 운영한다면 그냥 두면 된다. 영국이나 미국도 그런 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때 정책적으로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를 지정하면서 생긴 문제들이다. 일반계 고교 중에 지역별로 선정하여(100여개 학교) 나머지 일반계 고교를 황폐화시켰다. 무한경쟁에 승리해서 자사고나 자공고 수준으로 따라오라는 발상에 지나지 않아 한숨이 나왔다. 결국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자율형사립고를 엄격히 심사하여 지정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필자는 일반계 공립고에서 근무한다. 김해는 인구 50만이 넘는 큰 중소도시이다. 최근 5년간 신설된 학교가 모든 일반고이다. 고등학교 21개 중 일반고가 17개교이다(김해 고등학교 현황 : 김해교육지원청).

펜을 잡은 손보다 도구를 잡은 손으로 실력을 채워갈 아이들이 국영수 중심의 학교에 대거 입학해서 학생도 힘들고 선생님도 힘든 교실에서 다양한 수업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다양한 특성화고를 만들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고등학교를 가까운 지역에 다닐 수 있는 정책의 변화가 있길 바란다.

물론, 고교학점제, 자유학기제 확대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투 트랙 교육정책(일반고와 특성화고)을 균형있게 세우길 바란다. 그것이 학벌중심의 교육을 완화할 것이다. 더 나아가 임금체계를 바로 잡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명절날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갔냐는 말이 사라지는 날이 바로 공교육이 바로 서는 날일 것이다.

태그:#자사고, #특성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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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주로 입시지도를 하다 중학교로 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나누며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을 쑥쑥 자라게 물을 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또는 따뜻하게 볼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데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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