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취임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5일 오후 4시 1분 서울시 서초구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 연단 앞에서 대기하던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팍팍파바박 터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와인색 넥타이를 맨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성큼성큼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까지 당했던 '강골 검사'가 제43대 검찰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지목했다. 이날 오전 임명장을 수여 할 때도 "정치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민주적 통제를 받고 국민들을 주인으로 받드는 검찰이 돼달라"고 당부했다(관련 기사: 윤석열 향한 문 대통령의 당부 http://omn.kr/1k5yq). 윤 총장은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취임사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24번 써가며 검찰권이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를 짚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취임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4번 언급한 두 글자 '국민'


윤석열 총장의 조직 운영 철학에는,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도 언급한 '국민을 위한 검찰'이라는 화두가 깔려 있다. 그는 취임사도 "국민의 권익을 지켜드리는 형사 법집행 업무를 맡게 됐다"고 시작했다.

이어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라며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역시 "법집행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실천할 때 이뤄진다"고 말했다.

지금 검찰은 오랫동안 독점해온 권한들을 내려놔야 한다고 요구받고 있다. 윤 총장도 검찰 스스로 권한의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형사 법집행은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수사의 시작과 끝, 이후 재판 단계에서도 늘 유의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윤 총장은 "수사를 개시할 공익적 필요가 있는지, 기본권 침해의 수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어느 지점에서 수사를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춰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법절차에 따른 수사라고 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무제한으로 희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고소·고발 사건의 기계적 처리를 삼가고, 기소 이후라도 법 적용의 오류를 발견한다면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정의"


'국민'을 위해 검찰이 지켜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윤 총장은 그 답으로 '공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가 형사 법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 질서의 확립"이라며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라고 했다.

'어떤 정부냐'를 떠나 불법대선자금 사건과 권력기관의 불법 정치·선거개입사건을, '어떤 기업이냐'를 떠나 불법 비자금 사건과 뇌물 사건 등을 수사했던 윤석열 검사다. 윤 총장은 이 경험에 비춰볼 때 '헌법 체제의 수호=적대 세력으로부터 방어'라는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법집행 역량을 더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과 아동,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역시 "우선적인 형사 법집행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범죄는 직접 피해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범죄이고, 반문명적 반사회적 범죄"라며 "이에 소홀히 대처하는 것은 현대 문명국가의 헌법정신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세심하게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이 빈틈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국민을 위해, 검사들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힘쓰겠다고도 공언했다. 그는 "헌법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법집행에 임해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힘차게 걸어가는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릴 것을 약속한다"는 말로 취임사를 끝맺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취임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 끝까지 지킬 것"


다음은 취임사 전문이다.

친애하는 검찰 가족 여러분! 오늘부터 검찰총장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국민의 권익을 지켜드리는 형사 법집행 업무를 맡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간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온 여러분에게 경의와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그리고 따뜻한 인품과 포용하는 리더십으로 지난 2년간 검찰을 이끌어주신 문무일 전 총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사, 소추 등 형사 법집행에 있어 관련 법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리한 실체 파악 능력이 요구됨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자기헌신적인 용기가 중요한 덕목이 될 것입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법집행 업무에 임하는 여러분에게 이보다 더 본질적인 자세와 인식의 전환에 관해 꼭 당부할 말씀이 있습니다.

헌법 제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입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됩니다. 검찰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은 법집행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실천할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형사 법집행은 국민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민의 권익 침해를 수반합니다. 따라서 법집행은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공익적 필요에 합당한 수준으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사를 개시할 공익적 필요가 있는지, 기본권 침해의 수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어느 지점에서 수사를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추어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법절차에 따른 수사라고 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무제한으로 희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에 따른 비례와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문명 발전의 원동력인 개인의 사적 영역은 최대한 보호되어야 함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법집행 권한을 객관적, 합리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고소·고발사건에 기계적으로 행사하여서는 안 됩니다. 형사사법제도를 악용하는 시도에 선량한 국민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울러 소추 이후에 법적용의 오류가 발견되었다면 즉각 시정하여 잘못 기소된 국민이 형사재판의 부담에서 조속히 해방되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법집행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니만큼 국민을 위해 어떤 가치를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가 형사 법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입니다.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법집행기관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두 축으로 하는 우리 헌법체제의 수호를, 적대세력에 대한 방어라는 관점에서만 주로 보아왔습니다. 이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법집행 역량을 더 집중시켜야 합니다.

국민의 정치적 선택과 정치활동의 자유가 권력과 자본의 개입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풍요와 희망을 선사해야 할 시장기구가 경제적 강자의 농단에 의해 건강과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법체제의 본질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 헌법체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형사 법집행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그리고 저는 여성, 아동과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와 서민 다중에 대한 범죄 역시 우선적인 형사 법집행 대상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범죄는 직접적 피해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범죄이고 반문명적 반사회적 범죄로서 이에 소홀히 대처하는 것은 현대 문명국가의 헌법 정신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범죄를 대처함에 있어 강력한 처벌은 물론이고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보호와 지원이 빈틈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우리가 행사하는 형사 법집행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것으로서, 법집행의 범위와 방식, 지향점 모두 국민을 위하고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법집행에 임해야 합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경청하고 살피며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이 되자고 강력히 제안합니다. 그리고 저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힘차게 걸어가는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 윤 석 열

태그:#윤석열, #검찰총장, #검찰개혁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