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기자회견

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기자회견 ⓒ 순천만동물영화제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의 가장 특징은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취지는 좋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영화를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상영관은 물론이고 영화제들 중 반려동물을 같이 극장에 입장시켜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야외공간이라 하더라도 2시간여의 러닝타임 동안 반려동물과 함께 영화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순천만동물영화제는 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보니, 야외에서 치러지던 개막식과 영화 상영 프로그램을 찾는 관객은 드물 정도였다. 또 부대행사에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몰려 영화제인지 판매행사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이나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 받는 것은 운영 체계다. 7회를 이어 오는 동안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가 2년 연속 준비한 게 초반 딱 한 번에 불과하다. 집행위원장은 총감독까지 포함해 3번 바뀌었고, 프로그래머는 6번이 바뀌었다. 사실상 해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영화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어서 1회성 준비로 7회를 이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유는 총감독과 프로그래머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순천시와 매해 수개월 기간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박정숙 총 감독이 지난해에 이어 영화제를 이끌게 됐으나, 이 역시 영화제를 4개월 정도 앞둔 남겨 놓은 시점에서 재계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설 사무국이 없는 상태에서 영화인들이 매년 거의 소모품처럼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획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쉽지 않다. 같은 영화를 몇 해 지나 또 상영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외에도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를 두고 영화인들이 쓴소리를 하는 이유는 개막식 등 주요 행사에서 영화가 뒷전으로 밀리는 듯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기 때문이다. 그간 순천만동물영화제에 관여했던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막식 준비는 시청과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개막식 구성에 시청의 의견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4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허석 순천시장은 "6회까지 오면서 성장통이 있었다"며 "올해 준비 과정에서 순천시는 주도적이 아니라 보조적 역할을 했고, 제가 그런 내용을 보고 받거나 간섭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부터 이어오고 있는데, 조직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파악해서 올해 영화제가 끝난 후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라고 답변했다. 
 
 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포스터

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포스터 ⓒ 순천만동물영화제

 
그나마 올해 영화제의 범위가 확대된 점은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2년 연속 총 감독이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정숙 총감독은 "반려 동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동물에만 초점이 맞춰 있었던 영화제를 생태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영화제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는 야외상영을 하게 됐다"면서 "가족들과 함께 볼 있는 영화를 준비했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와 영화제의 거리를 만들어서 영화와 동물과 함께 순천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2년째 책임을 맡게 되면서 영화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범위를 넓히는 시도를 하는 셈이다.
 
간만에 총감독이 제대로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영화제의 한계는 계속 지적돼 왔지만 1회성 책임을 맡았던 사람들은 방향을 바꿀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행히도 방향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이 기조에 따라 영화 프로그램은 자연과의 공존에 초점을 맞추고 환경과 생태의 의미를 갖춘 작품으로 준비됐다. 문창현 감독의 <기프실>이나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은 최근 열린 국내 영화제들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이다.
 
특별전으로 준비한 오성윤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마당을 나온 암탉>, <언더독> 등으로 구성됐다. 단편경쟁도 신설되면서 영화제로서의 구색을 갖췄다. 22개국 71편의 영화는 예년보다는 풍성해 보인다.
 
다만 앞서 지적했듯 지자체가 주도하는 영화제를 탈피할 수 있느냐가 올해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개선이 없다면 성장은커녕 존재감 약한 영화제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는 8월 22일~26일까지 5일간 순천문화예술회관과 순천만국가정원일대에서 개최된다. 가수이면서 배우인 수호(김준면)가 홍보대사를 맡았다.
순천만동물영화제 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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