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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나만의 세상인 듯 똑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 때문입니다. 홀로 살아가는 세상인양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폰이 보여주는 화면은 거의 같습니다. 지나간 TV프로, 뉴스, 메신저. 이제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은 힘겹고 지루한 일상의 틈들을 촘촘하게 메워주고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버스를 기다릴 때,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 언제나 주머니속 스마트폰으로 손이 갔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폰을 꺼내 이것 저것 뒤적였습니다. 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등을 기대었을 때도 손에는 스마트폰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게임 시간과 유튜브 사용시간을 제한하면서도 정작 저 자신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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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건가. 스마트폰이 나를 붙잡고 있는건가. 지하철 맞은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모두가 시선을 스마트폰에 고정하고 있었습니다. 마술피리를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아이들 같았습니다. 번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내 삶의 얼마를 허비하고 있는거지?"

더 값어치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스마트폰에 홀려 흘려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는지 꼼꼼히 따져봤습니다. 전화, 뉴스보기, SNS, 메신저 등등.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내가 즉시 반응해야만 하는 일들(전화받기, 급한 메신저 답하기)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메신저가 왔는지, 놓친 전화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가방으로 넣어볼까? 그럼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 없잖아."

걸려오는 전화나 급한 메시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조그만 스마트 밴드를 구입했습니다.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지금은 폰을 주머니나 가방속에 넣어 놓고 잘 꺼내지 않으려 합니다. 전화가 걸려오거나 급한 메시지가 오는 것은 스마트 밴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할 것도 없지요.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내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함입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일이 현저히 줄어 들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어색하게 눈을 마주칠 일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기 위해 잠든 척 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마트폰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 되니까요.

하루 동안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려 합니다.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생각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야 제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습니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꾸준히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그러다 가끔씩 지하철 풍경도 둘러 봐야겠습니다.

태그:#스마트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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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분야에서 오랫 동안 일해오고 있습니다. 역사, 인문 등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은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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