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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민정수석이 쓰면 별 게 아닌 것도 공격을 받는다. 민정수석이니 감내해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그를 좋아하든 그를 싫어하든 조 수석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상황이다.

폐북에 '죽창가'를 인용하는 바람에 조 수석은 졸지에 '반일정신을 선동하고 한일관계를 파탄내는 주범'이라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필자는 정치적논쟁을 떠나 '죽창가' 자체를 비난할까 노파심에 얽힌 이야기를 간단히 말하고자 한다. 
 
조국 수석이 죽창가 조국 수석이 현 시국을 죽창가를 가져와 비유한 것임.
▲ 조국 수석이 죽창가 조국 수석이 현 시국을 죽창가를 가져와 비유한 것임.
ⓒ 조국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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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창(竹槍)은 대나무로 만든 창이다. 변변한 무기가 없던 동학농민군이 들었던 무기이자 평등과 반외세 구호를 단 기였다. 그러나 당시 '죽창가'를 부른 것은 아니다. 죽창가는 김남주 시인의 '노래'라는 시에서 가사를 가져와 만든 곡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학농민군이 불렀던 노래는 4음보 율격을 갖춘 '새야 새야'다. 민요는 같이 노래 부르기도 하고 선창을 하고 후창을 하며 서로 마음을 나누는 노래다. '새야새야'는 문학교과서나 역사교과서에 소개되어 웬만한 사람이면 아는 민요다. '새야새야'의 소재는 모두 상징성이 있다. 해석에는 사소한 이견이 있지만, 새는 푸른 군복을 입은 외세(일본·청나라)를, 녹두꽃은 민중의 생명을, 녹두밭은 우리땅을 가리키는 것은 분명하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은새야
녹두꽃이 떨어지면 부지깽이 매맞는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은새야
아버지의 넋새보오 엄마죽은 넋이외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너는어이 널라왔니
솔잎댓잎 푸릇푸릇 봄철인가 널라왔지


노래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윗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시집 『사랑의 무기』 (창작과비평사, 1989) 


'죽창가'는 조국 수석이 말했듯이 시인 김남주(1946~1994)의 시 '노래' 에 화가 김경주씨가 곡을 붙인 노래이다. 시 '노래'는 동학농민운동이 모티브다. 그  '노래'가 살아 있는 노래가 되어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 맞서 대학생들이 죽창가를 부르며 저항했다고 한다. 최근 3.1절 특별드라마였던 SBS드라마 '녹두꽃'에서 나오기도 했다. 안치환 씨가 부른 '녹두꽃(죽창가)'이 드라마에 삽입되어 비장미를 불러 일으켰다.   
생전의 김남주 시인 생전의 김남주 시인
▲ 생전의 김남주 시인 생전의 김남주 시인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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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수석은 동학농민혁명, 1980년대, 일본의 경제보복을 오버랩하며 감상에 젖었으리라 상상해 본다. 역사와 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 생명은 이어져 노래 가사로 변주되고 다른 장르로 확대된다. 제목이나 어느 내용 일부만 따와서 시나 소설로 재탄생하기도 하고 대중가요로 변신하여 대중앞에 살아 움직이기까지 한다. 대표적인 예가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몰라도 그 시에 곡을 붙여 가수 마야가 부른 진달래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조 수석은 2019년 일본의 경제 보복 앞에서, 민중들의 '저항 정신'이 활활 타기를 바라는 마음에 '죽창가'를 올린 것이 아닐까? 만약  야당에서 죽창가를 인용하며 일본에 대응하자는 논평을 냈다면 갈수박채를 받았을 것이다. 정부보다 더 일본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말이다.

괜히 노파심이 든다. 조 수석이 언급했기 때문에 시 '노래'나 '죽창가' 자체를 무시하거나 터부시하는 것은 아닐지...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2019.07.15) 말미에 나온 드라마 <녹두꽃>의 한 장면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2019.07.15) 말미에 나온 드라마 <녹두꽃>의 한 장면
ⓒ SBS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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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녹두꽃>의 한 구절이 귀를 때린다.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란 말이외다. 우릴 기억하는 한, 두 번 지진 않을 것이오."

필자는 국어교사다. 최근 수능시험 문학 부문 출제 경향은 복합지문이다. 시 '노래' 와 시나리오 '녹두꽃'이 복합지문으로 나오는 몽상에 잠긴다. 그 지문을 읽는 수많은 녹두꽃(학생들)이 커진 눈망울로 시험지를 보며 기운이 넘치기를... 아주 쉽게 출제 되기를...

또 하나 수능시험 문제지에는 필적 문구확인이 있다. 문제지에 앞 장에 있는 것을 답안지에 베겨 써야 한다. 주로 시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는 문구를 가져 온다. 매번 어떤 시가 나왔는지 여러 언론에서 기사를 낸다. 올해 수능필적확인 문구로는 시 '노래'의 마지막 부분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가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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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에 살고 있으며,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학생들에게 삶의 지혜와 정의를 가르쳐 주고 싶기에 오늘도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