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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창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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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려거든 산으로 가라
겸손에 물든 사람은 산으로 간다
산길에서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머리숙여 미소로 답하는 산으로 가라

꽃을 만나려거든 산으로 가라
손 흔들며 반겨주는 산으로 가라
정상이 가까울수록 꽃은 작아지나니
작아지면서도 강인한 꽃을 보려거든
산으로 올라 정상 밑까지만 가라

고립을 원하거든 산으로 가라
산과 산은 무원의 섬이되나니
혼자서 잠들고 혼자 깨어나 울다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느껴질 때까지
고립의 섬에 그대를 유폐시켜볼지라

산은 오를수록 부드러워 지나니
송곳처럼 모가나 아무데나 찔러보는 그대라면
몸과 몸을 기대어선 능선에 서서 볼지라
그대 가슴에 누구 한사람도 담을 수 없는
얼마나 옹졸하고 편협한 그대인지 알게되나니

자유가 되려거든 산으로 가라
바람은 바람으로 구름은 구름으로
서로 연연해 않나니 어떤 후회도 없나니
아낌없이 준자의 모습으로 훌훌 떠나가나니
그런 자유가 되려거든 산으로 가라

큰 무덤같은 산으로 가서
그대의 무망한 말도 속된 생각도
돌무덤에 꽁꽁 밟아 묻어놓고
올라갔던 몸뚱이 하나로 내려오는
깊고 깊은 지리산으로 가라

지리터리풀, 원추리, 물봉선,
노루오줌, 산오이, 미나리아재비,
둥근이질풀, 흰제비난초, 여로, 술패랭이꽃
돌아서는 길목마다 환호로 피어있는
그대의 응원처, 여름 지리산으로 가라

- 여름, 지리산에서


태그:#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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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아래, 섬진강가 용정마을로 귀농(2014)하여 몇 통의 꿀통, 몇 고랑의 밭을 일구며 산골사람들 애기를 전하고 있는 농부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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