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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온라인 모임 '쓰레기 덕질'은 홍대 거리에서 '플라스틱 어택'을 열었습니다. 시민(쓰레기 덕후)들이 일회용 컵들을 세척 및 분리해서, 해당 컵을 사용한 매장에 다시 돌려주는 행사였습니다. '일회용 컵'의 시선에서 이날 행사를 되돌아보며, 일회용 컵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이야기 해봅니다.[편집자말]
2019년 5월의 어느 토요일, 나는 홍대 길가의 한구석에 살포시 버려졌어. 내 안에는 절반쯤 남은 음료와 레몬 슬라이드, 얼음이 들어있었고 빨대와 컵홀더가 끼워져 있었지. 나도 텀블러로 태어나고 싶었어! 다음 생애에는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텀블러에 정화수를 떠 놓고 비는 마음으로 내게 쏟아지는 뙤약볕을 맡고 있었어. 애니웨이, 이번 생애는 망했어. 불에 타 재가 되거나 땅에 생매장되거나 영원히 바다를 떠돌며 미세플라스틱으로 산산이 조각나겠지, 라고 생각한 찰나.
 
 길가에 버려진 컵의 모습
 길가에 버려진 컵의 모습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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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에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
 길가에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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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나타났어. 버려진 나를 그토록 환대해주는 존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거늘, '쓰레기 덕후'들은 나를 보자마자 '대박'이래. 보물찾기하다 만난 보물처럼 애지중지 나를 대하는 거야.  나를 찌르는 빨대를 뽑고 나를 옥죄던 컵홀더를 벗기고 내 안의 썩어가는 음료를 싹 비웠어. 그러고는 마치 새 일회용 컵으로 만들 듯 나를 깨끗이 씻어주었지. 나는 새로 태어났어. 아아, 텀블러 따위 부럽지 않아.  
 
 홍대에서 약 1,000여개의 테이크아웃 컵을 주웠다.
 홍대에서 약 1,000여개의 테이크아웃 컵을 주웠다.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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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방에 피켓 꽂고 두 손 가득 일회용 컵 구출!
 가방에 피켓 꽂고 두 손 가득 일회용 컵 구출!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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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세척
 컵세척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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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덕후들은 그날 한 시간 동안 홍대 거리에 버려진 1000여 개의 컵을 구했어. 그러고는 우리의 몸통에 새겨진 브랜드를 감별해 도로 그 매장에 우리를 가져다주었지. 우리를 팔아서 돈을 버는 기업이 책임도 지라는 경고였어. 나는 1등으로 많이 나온 ㅇㅇ 커피도 아니고 2등으로 많이 나온 별다방 소속도 아니야. 별다방은 나처럼 버려진 일회용 컵 10개를 주워서 가져오면 음료 구입 시 300원 할인을 해준다고 해. 하지만 그날 구해진 컵들은 나처럼 소속을 알 수 없는 게 하도 많아서 별다방이 다 처리하기는 무리였어. 이내 박복한 팔자 또다시 버려지는 건가?!
 
 플라스틱 컵어택
 플라스틱 컵어택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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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컵어택
 플라스틱 컵어택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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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컵어택
 플라스틱 컵어택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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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어택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은 평소처럼 장을 본 다음 포장재를 벗겨 마트에 돌려주는 시민 직접행동입니다. 이를 통해 과도한 포장재 사용 실태를 세상에 알리고, 정부의 규제와 업체의 개선 노력을 촉구합니다. 이번에는 일회용 컵 문제 해결을 위해 테이크아웃 컵에 집중해 컵보증금제 시행을 요구했습니다. 환경단체 '쓰레기덕질'은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을 줍고 해당 브랜드에 일회용 컵을 돌려주는 플라스틱 컵어택, 일회용 컵보증금제 서명운동, 일회용 컵 사진 인증(맵핑) 활동을 합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서 빠져 있는 나

쓰레기 덕후들은 우리를 입양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분주히 연락을 해댔어. 그런데 연락한 재활용 업체 중 우리를 받아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어. 지난해에는 받았던 곳도 '수익성이 없다'면서 거절했어. 이렇게 깨끗하게 씻겨도 나는 그저 쓰레기였어. 일 년에 일회용 컵은 59억 개가 사용되지. 국민 1인당 509개, 하루에 약 1.5개 정도를 쓰고 버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일년에 버려진 일회용 컵으로 지구 두 바퀴를 돌리고도 남아.  
 
나는 뚜껑까지 전부 페트(PET)로 만들어졌어. 나랑 똑같이 페트로 된 생수병이나 음료병은 아파트 관리실과 지하철 청소팀 등에서 따로 모아놓고 재활용 업체에 판매해. 불란서가 프랑스고 북경이 베이징이고 서반이 스페인인 것처럼 페트면 다 같을 거라고 생각했어. 투명한 페트병은 재활용 플라스틱 중 가장 쓸모가 많아. 국가 대표팀이 입는 축구 유니폼이 페트병 재활용 원단으로 만든 거니까.
 
 컵 1000개 세척의 '창조 노동'
 컵 1000개 세척의 "창조 노동"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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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분담금 낼 필요가 없는 테이크아웃 컵 (]쓰레기여행' 동영상 캡처 화면)
 환경분담금 낼 필요가 없는 테이크아웃 컵 (]쓰레기여행" 동영상 캡처 화면)
ⓒ 정다운(쓰레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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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라 다른 페트병은 재활용분담금이 붙어있어. 냉장고나 세탁기 사면 업체에서 헌 가전제품 가져가잖아. 그게 바로 생산자가 폐기물을 책임지는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 덕이지.

컵 1000개를 씻는 '창조 노동' 해봤어? 근데도 나는 쓸모가 없다네.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에 빠져 있기 때문이야. 분담금도 안 나오는데 음료에, 빨대에, 컵홀더에, 휘핑크림과 끈적이는 시럽에, 레몬 슬라이드 같은 음식물 쓰레기도 섞여 있어. 도대체 분담금도 나오고 비교적 깨끗한 음료 페트병을 놔두고 누가 나를 쓰겠냐고. 나한테도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를 적용해주거나 세금을 붙여줘. 나도 페트라서 기술적으로는 100% 재활용될 수 있다고. 흐흑. 이대로 소각장에서 타 죽거나 매립지에 생매장되고 싶지 않아.    
 
 이러니 누가 나를 택하겠어. 재활용 분담금 붙은 페트병도 차고 넘치는데. (쓰레기여행' 동영상 캡처 화면)
 이러니 누가 나를 택하겠어. 재활용 분담금 붙은 페트병도 차고 넘치는데. (쓰레기여행" 동영상 캡처 화면)
ⓒ 정다운(쓰레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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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손실 회피' 경향이 있어서 앞으로의 더 큰 이익보다 눈 앞의 작은 손실에 훨씬 민감해. 즉 텀블러를 사용해서 받는 300원 할인이나 환경보호보다는 당장 컵 값이나 보증금 등 50원 ~100원을 지불해야 하는 '손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뜻이야.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게 비용을 부과해야 세상이 바뀌는 거지.

텀블러나 재사용 컵을 쓰는 사람들이 '제 컵에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 컵을 쓰는 사람들이 '일회용 컵을 주세요'라고 요구하도록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해. 그리고 일회용 컵에 부과된 돈으로는 재활용 업체를 살리고 거리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주워서 다시 살리는 데 써줘. 제발.


정녕 대안은 없을까? 

정말로 테이크아웃 컵은 일회용 외에 대안이 없을까. 독일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 시는 25만 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야. 이곳에는 2016년부터 전체 카페 중 60%가 참여한 '프라이부르크 컵' 재사용 컵이 있어. 시는 카페에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재사용 컵과 포스터를 배포하고 손님들은 참여 카페 어디에서나 보증금 1유로(약 1300원)에 재사용 컵을 빌리고 반납 시 보증금을 환불 받을 수 있어. 지금까지 약 2만6000개의 프라이부르크 컵이 배포되었고 약 85%의 컵이 카페로 돌아와 세척 후 재사용되는 중이야.
 
 프라이부르크 시티컵과 그에 대해 설명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 담당자
 프라이부르크 시티컵과 그에 대해 설명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 담당자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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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럭 카페에서 사용되는 프라이부르크 시티컵, 테이크 아웃을 위한 트럭 카페인데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예 없음
 트럭 카페에서 사용되는 프라이부르크 시티컵, 테이크 아웃을 위한 트럭 카페인데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예 없음
ⓒ 고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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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회용 컵 대신 프라이부르크 시티컵과  'coffee to go?'라며 재사용 컵을 알리는 나무 안내판
 일회용 컵 대신 프라이부르크 시티컵과 "coffee to go?"라며 재사용 컵을 알리는 나무 안내판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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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벡셀웍스'나 영국의 '컵클럽'은 다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제공 수거 세척하는 기업이야. 카페 공항 회사 캠퍼스 축제 등 일회용 컵을 쓰는 곳과 계약을 맺고 다회용 컵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2018년에 영국 스타벅스가 일회용 컵 하나당 5펜스씩 가격을 부과한 사례도 있어. 이를 라떼세(Latte Levy)라고 해. 국내에서도 일회용 컵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 '슬라부', '리텀', 통영 '통블러' 등에서 텀블러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또 전주 객리단 길에서는 재사용 컵을 대여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야. 

답정너, 컵보증금제

현재 가장 현실적인 제도는 일회용 컵보증금제도야. 나한테 세금이나 가격을 매기면 사람들 반발이 너무 심할 거니까 우선 일회용 컵보증금을 내게 하고 컵을 가져오면 다시 보증금을 내주는 거지.  국내에서 이미 2002~2008년에 시행한 적도 있고 환경부도 하고 싶어 해.

2008년 컵보증금제 폐지 후 일회용 컵 사용량은 약 66% 증가했고, 특히 폐지 직후인 2~3년 사이에 급증했어.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모아 재활용 업체로 보내고 미반환 보증금을 업체에 지원하면 나도 재활용될 수 있겠지. 누구든 버려진 나를 구해낸 사람은 보증금을 받고 길거리가 절로 깨끗해지고 말이야. 사실 청소노동자들이 여름철에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 

 
 컵보증금제 이후 일회용컵 사용량 급증
 컵보증금제 이후 일회용컵 사용량 급증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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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성한들 국회의 반대로 실시가 안 돼 ㅠㅜㅠㅜ
 찬성한들 국회의 반대로 실시가 안 돼 ㅠㅜㅠㅜ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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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괜찮은 컵보증금제가 실시되지 못하는 까닭이 있어.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기 때문이야. 재활용법을 바꿔야 할 국회의원들이 일회용 사용이 불가피하고, 텀블러는 더러우며, '이런 것 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호통을 치며 반대했기 때문. 헐...

(*지난 9월 10일 환노위(제364회)에서 '일회용 컵보증금제도' 도입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특히 환노위 위원 중 한 명은 "비위생적인데 그것을 모아서... 이런 법률은 상식에 어긋난다. 이런 것 하는 나라가 어딨냐", "텀블러가 얼마나 더러운데 갖고 다니라는 거냐" 등의 발언을 했다. )

타는 목마름으로 당신들께 부탁하고 싶어. 나를 위해 제발 국회의원들 설득해서 컵보증금제 좀 해줘. 독일은 음료 페트병과 유리병 모두 보증금제를 실시해서 페트병의 약 90%를 재활용하고 있어. (거기서 페트병으로 태어났어야 했어!!!) 
 
 국회 왓칭유
 국회 왓칭유
ⓒ SBS 드라마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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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컵어택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나는 요즘 서울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에서 살고 있어. 결국 딱 한 군데, 어린이 재활용 워크샵에 사용한다면서 서울생활용플라자에서 나를 받아줬거든. 그러니까 나는 0.00000000000001% 확률로 구원받은 셈이야. 이어서 7/25(목)과 7/27(토) 서울의 홍대와 공릉 지역에서 버려진 컵을 구원하는 '플라스틱 컵어택'이 열려. 와서 내 친구들을 구해줘. 더울 텐데, 미리 고마워.

 
 컵을 씻어 서울새활용플라자에 가져갔다
 컵을 씻어 서울새활용플라자에 가져갔다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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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받아주세요. 컵 구출작전 @서울새활용플라자
 제발 받아주세요. 컵 구출작전 @서울새활용플라자
ⓒ 고금숙(쓰레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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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보증금제 부활을 위한 서명 참여  bit.ly/컵보증금제
​​​​- 플라스틱 컵어택 시간 등 자세히 보기 https://govcraft.org/p/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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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