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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5월 30일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7' 개막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30일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7" 개막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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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2017년 5월 30일 정의당의 원내대표에 재선임되고 더욱 활기찬 의정활동을 폈다. 박근혜와 이명박이 차례로 구속되는 등 국정농단의 주범과 종범들에 대한 법의 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박근혜는 몰염치하게도 자신이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변호인을 통해 UN인권위에 제소하였다.
 
국감장에 신문지깔고 드러누운 노회찬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올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지난 12월에 헌법재판소가 서울구치소 내 과밀수용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수용자 1인당 가용면적은 1인당 1.06㎡(약 0.3평)에 불과했다”며 국감장 바닥에 1인당 가용면적인 신문지 2장반을 깔고 드러누웠다.
▲ 국감장에 신문지깔고 드러누운 노회찬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올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지난 12월에 헌법재판소가 서울구치소 내 과밀수용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수용자 1인당 가용면적은 1인당 1.06㎡(약 0.3평)에 불과했다”며 국감장 바닥에 1인당 가용면적인 신문지 2장반을 깔고 드러누웠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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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2년 반 옥살이를 겪었던 노회찬은 2017년 10월 19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일반 제소자들의 수용면적은 신문지 2장 반 크기인데 박근혜는 그보다 10배나 더 넓은 면적의 방에서 지내고 있으므로 인권 침해는커녕 오히려 분에 넘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서, 직접 신문지 2장 반을 바닥에 깔고 누워서 실상을 보여주었다. 백 마디의 부언중언보다 훨씬 효과적인 국정감사였다. 이로써 박근혜의 '인권침해' 논란이 설 자리를 잃었다.

운명의 해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적폐청산에 박근혜 세력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촛불혁명으로 바뀐 것은 청와대 뿐 국회는 거대한 자유한국당이 버티고 있었고, 검찰이나 법원 등에는 여전히 '그때 그사람들'이었다.
  
국감 질의하는 노회찬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국감 질의하는 노회찬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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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각종 적폐가 초법적으로 자행된데 비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작업은 합법적으로 처리하려다보니 도처에 걸림돌이 많고 돌출변수도 나타났다.

적폐세력은 여전히 막강한 정보력과 자금, 언론을 장악하고 있었다.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해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동원되었던 '댓글공작'의 실체가 드러나고 사법처리 와중에 드루킹 사건이 불거졌다.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김경수(경남지사 당선)와 송인배 등이 선거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닉네임 드루킹에게 여론조작을 지시했다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5월 21일 특검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허익범 특검이 구성되어 활동에 나섰다.

7월 5일부터 노회찬은 유시민이 하차한 JTBC 인기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했다. <썰전> 첫날은 안상수 자유한국당 비대위 준비위원장을 탈탈 털어서 역시 '토론의 달인' 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였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에 상대역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정치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드루킹 댓글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첫번째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드루킹 댓글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첫번째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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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특검수사팀은 드루킹 측이 노회찬 측에 5천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설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회찬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허익범 특검팀은 7월 18일 드루킹으로부터 노회찬에게 4,600만 원을 주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언론에 흘렸다.

특검팀은 노회찬이 2014년 떡값검사 실명공개사건으로 의원직을 잃고 실업 상태에서 강의료로 연명할 적에 경공모(경제적 공진회 모임) 측으로부터 강의료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7월 20일 법원은 노회찬에게 정치자금 5천만 원을 불법 기부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드루킹의 핵심 측근 도 모 변호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수구정치세력과 족벌언론은 노회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자신들의 치부를 송곳처럼 찌르던 그에게 보복의 칼날을 휘둘렀다.

황소를 훔쳐먹고도 부끄러워 하지 않았던 자들이 노회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에는 모질게 험담하고, 견디기 어려운 인격살인의 모욕을 주었다. 9년 전 노무현 전대통령에 가했던 수법 그대로였다.

한국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진보진영에는 청교도적인 도덕성이 요구되고, 수구진영은 수십 억, 수백 억의 국고나 공금을 훔쳐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하여 진보진영은 '양심세력'으로 등치되기 때문에 그만큼 공사생활이 깨끗해야 하고, 청렴결백해야 한다.

양심세력의 대표주자 격인 노회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는 이해되기 어렵다. 이제까지의 신조와 행동거지에 반(反)하기 때문이다. 앎과 삶을 일치시켰던 그로서는 크게 일탈된 일이었다. 위선ㆍ가식ㆍ속임수ㆍ이중성을 철저히 배척했던 '도덕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부산대 한문학과 강명관 교수는 세종 때의 사헌부 대사헌 신개(申槪)가 '생대구 두 마리'를 뇌물로 받은 고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썼다.

"노회찬 의원! 그 생대구 두 마리조차 받지 않으셔야 했습니다. 저들이 어떤 자들인지 모르셨단 말입니까. 생대구 두 마리가 아니라, 고래 같은 뇌물과 국고를 삼키고도 뻔뻔스럽게 부인하는 자들이 아닙니까?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당신의 걸걸한 목소리가 몹시도 그립습니다."(주석 1)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투신, 현장 조사하는 경찰  23일 오전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 중인 ‘드루킹’ 김모씨 측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경찰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투신, 현장 조사하는 경찰  23일 오전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 중인 ‘드루킹’ 김모씨 측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경찰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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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스스로 혹독한 대가를 택하였다. 자기의 생명을 버림으로써 잘못의 벌을 받고 용서를 구하고자 한 것이다.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천문학적인 국고와 공금을 꿀꺽하고도 철면피하게 살고 있는 자들이 수두룩한데, 노회찬은 투신하여 생을 접었다.

현역의원의 신분으로 62살의 아직 팔팔한 나이였다. 동료의원들과 7월 18일에 4박 6일의 일정으로 미국 출장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7월 23일 오전 서울에 있는 아파트에서 투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창원성산)의 지역구 사무실 앞 모습.
 7월 23일 오전 서울에 있는 아파트에서 투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창원성산)의 지역구 사무실 앞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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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3일 오전 9시 38분 경 노모가 사는 서울 중구 약수동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경비원이 119에 신고하여 구급차가 달려왔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 가족(부인)과 당에 유서를 남겼다. "드루킹으로부터 금품을 받았으나 청탁은 없었다"는 유서와 부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된 고 노회찬 의원의 하관식에서 추모객 사이로 영정이 보이고 있다.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된 고 노회찬 의원의 하관식에서 추모객 사이로 영정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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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 남긴 유서이다.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 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2018. 7. 23. 노회찬 올림


주석
1> 강명관, 「생 대구 두 마리」, 『한겨레』, 2018년 8월 31일.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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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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