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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17일 오전 8시 44분]

최근 발간된 <나의 멕시코>는 1년 정도 남미 볼리비아에 체류하며 라틴아메리카 문화에 심취한 본 기자의 호기심을 촉발시킨 '중미' 교양 입문서다.

흔히 중미의 지리적 위치는 멕시코에서 파나마까지로 간주된다. 반면 저자는 캐나다-미국-멕시코 간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떠올리며 중미의 위치를 살펴보자고 주문한다.

마침 본 기자가 몸을 실은 귀국행 비행기가 멕시코 영토를 지나고 있었다. 좌석 앞 스크린에 세계지도를 띄어 확인해보니 멕시코 영토의 일정 부분이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 주와 동일하거나 높은 곳에 위치했다.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던 멕시코가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혼합이 새로움을 창조하는 멕시코


멕시코 구성원의 대다수는 백인-원주민 혼혈인 메스티조(Mestizo)다. 본 기자는 남미에서 가장 많은 원주민이 거주하고 심지어 이들이 국가권력의 핵심이기까지 한 (현 대통령도 원주민 출신) 볼리비아에 줄곧 체류했기에 멕시코의 인구구성에 적잖이 놀랐다. 한편으론 경제위기로 남미 전역에 흩어진 하얀 피부의 아르헨티나 메스티조 몇몇을 만나본 적이 있어 호기심이 일었다.

멕시코시티 내 틀라텔롤코(Tlateloco) 지역의 삼문화 광장에는 기념비가 있다.
 
"1521년 8월 13일, 쿠아우테목 황제가 용맹스럽게 방어하던 틀라텔롤코는 에르난 코르테스에 의해 함락되었다. 어느 누구의 승리도 패배도 아니었다. 오늘날 멕시코라는 메스티조 민족의 고통스러운 탄생이었다."

이 기념비 문구는 멕시코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점에서 유사한 역사를 공유한다. 물론 35년간 국권을 침탈당한 조선에 비해 멕시코는 무려 300여 년(1521~1821년)의 스페인 통치 아래 있었다.

아스테카의 피라미드와 스페인 카톨릭 성당으로 대표되는 두 이질적인 문화의 충둘은 새로운 국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긴 시간동안 식민통치 혼혈정책 영향으로 국가 과반수 이상의 일부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메스티조화된 멕시코이기에 독립 이후 수탈자를 보는 시각은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
 
멕시코에 대한 두 가지 의문점

 
 <나의 멕시코> 표지
 <나의 멕시코> 표지
ⓒ 바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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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대학시절 중남미 공부를 하며 멕시코에 품은 의문점은 두 가지였다. '수도 멕시코시티가 호수 위에 세워져 지반이 약하다는데 물 위의 도시라면 그 많던 물은 어디로 사라지고 현재 육지만 남은 것인가.' '아스테카 제국이 소수 스페인 병사들에게 어떻게 정복되었는가.' 세월이 흘러 멕시코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게 된 저자는 그 기회를 활용해 현장에서 멕시코 역사, 사회, 문화 등의 요소를 파악하고 연결 지으며 의문점을 해소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국기에는 뱀을 문 독수리가 호숫가 선인장 위에 앉은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 문장의 유래는 이곳 대표 문명인 아스테카 제국(1350~1521) 건설의 주인공 메쉬카족이 북에서 남하하여 테노치티틀란(Tenochititlan, 과거 아스테카 수도)으로 이주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메쉬카족이 신탁 받아 독수리를 찾아 정착한 곳이 현재의 수도이자 과거 테노치티틀란이 있던 수도 멕시코시티(Mexico City)다. 하지만 원주민의 토속신앙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일까. 스페인 정복자들은 도시 확장 과정에서 호수 물을 빼내 메꿨고 그 심장부인 소깔로(Zócalo) 지역에 성당을 세웠다. 과거 번성했던 수중도시는 그렇게 자취를 감췄다. 물론 도시 외곽의 호수(소치밀코 등)에서 과거 수중도시의 잔재를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멕시코시티의 과거 호수 사례를 조사하며 그 영향으로 지반이 가라앉고 있다는 현재진행형의 이슈도 소개한다. 시내 곳곳의 갈라진 벽면과 기울어진 건물들이 그 근거였다. 실제 한정된 공간의 인구밀집으로 인한 지반침하(land subsidence) 현상은 대도시의 공통이슈다. 지반침하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는 수중도시 이탈리아 베니스가 대표적이다. 저자의 첫 번째 의문은 해소됐으나 아마 이 도시에 대한 그의 걱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저자의 두 번째 의문을 해소하는 과정은 매우 독특한데, 그 키워드로 '통역'을 꼽았다. 서구문명이 신대륙을 손쉽게 정복한 주요 요인으론 보통 하얀 피부를 가진 인간을 신의 현신으로 믿는 원주민 전설이나 정복자의 발달된 무기 또는 옮겨온 세균, 바이러스 전파 혹은 당시 부족 간 내부갈등 등이 있다.

반면 저자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와 당시 그의 정부(情婦)이자 통역역할을 맡은 말린체의 연결고리를 소개하며 세계사의 숨은 주역인 통역을 부각시킨다.

실제 스페인 정복자들이 멕시코 지역에서 원주민과 첫 접촉 후 생포한 두 명의 원주민(훌리안과 멜치오르)에게 부여한 임무도 통역이었다. 당시 의사소통이 스페인어, 마야어, 아스테카어(나우아틀어) 총 3가지 언어였단 점에서 600여 명의 소수인원으로 멕시코 정복할 수 있던 바탕에 통역이 주요했다는 그의 분석은 설득력 있다.
 
멕시코에 대한 종합교양서


이 책 마지막 장의 제목은 '월드컵이 맺어준 형제 국가'다. 당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우리나라가 독일에 2-1로 승리했고 탈락 위기의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쓰였다. 멕시코 전역에서 한국 찬가가 울릴 때, 저자는 이곳을 떠나 볼리비아 대사로 부임한지 막 한 달되던 시점이었다. 독일전 다음 날 우연히 독일대사를 만났고 며칠 후엔 멕시코 대사와 축구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운 저자에게 멕시코는 필연이었다.

귀국행 비행기가 멕시코를 지나 미국을 넘어 태평양에 진입할 때쯤 책이 끝났다. 부끄럽게도 본 기자에게 멕시코는 지인이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휴양지 칸쿤과 예전 미국 체류 당시 히스패닉 지인들과 먹고 마신 타코, 데낄라가 전부였다.

저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밑변이 큰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나 세계 3대 성당 중 하나인 과달루페 성당 같은 역사적 공간에서 세계 4위 맥주 생산국의 위용을 나타내는 코로나 맥주나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 토르티야 음식까지 여행자를 매료시킬 아이템을 소개한다.

다 읽고 나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의 메시지도 파악할 내공 정도는 쌓인다. 한편, 저자는 긴밀히 현지상황을 파악하는 외교관답게 1968년 멕시코 틀랄텔로코(Tlalteloco)의 비극, 이민정책과 대미 의존도 상황, 마피아 카르텔 등 묵직한 사회 주제도 다루고 있다. 가볍게 또는 진중하게 읽을 수 있는, 멕시코 입문용으로 적합한 종합교양서다. 독자들이 멀게만 느껴졌던 멕시코가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김주영 기자의 책 이야기]


1.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는 이유 (링크) 
2. 남미 최초 원주민 출신 볼리비아 대통령 (링크) 
3.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링크)

나의 멕시코 깊숙이 들여다본 멕시코 - 혼합이 새로움을 창조하는 곳

김학재 (지은이), 바른북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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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UN FAO 조지아사무소 기후변화전문가 前) 환경재단 아시아환경센터 / 농촌진흥청 KOPIA 볼리비아센터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국제교류부 /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 (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졸)국립경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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