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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뜨거운 이슈입니다. 이를 다루는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 역시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가 <오마이뉴스>에 '언론은 한일갈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 대한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글은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 지난 기사 <'한일관계의 교훈-회한-새 모델', 진보언론의 쓴소리>에서 이어집니다.

현재의 한일갈등을 역사적·구조적·국제관계적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사실 예전에도 있었다.

6년 전 도쿄특파원이었던 <한겨레> 정남구 기자는 그런 고민을 칼럼으로 보여줬었다. 2013년 9월 27일 치 그의 칼럼 <보통국가 일본과는 어떻게 마주할까?>를 읽어보면 그런 고민이 절절히 담겨 있다. 최근 연일 게재된 <경향신문> 고참 기자 3인방(이대근-서의동-유신모)의 고민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한겨레> 정남구 기자: 과거 집착보다 변화에 대한 적응 고민해야
 
 2013년 9월 27일 <한겨레>의 '보통국가 일본과는 어떻게 마주할까'.
 2013년 9월 27일 <한겨레>의 "보통국가 일본과는 어떻게 마주할까".
ⓒ 한겨레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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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다 변하듯이 일본도 변한다. 그리고 일본은 인구로나 경제 규모로나 매우 큰 나라다. 우리한테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경제적, 외교·안보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세계의 변화에 맞춰 이제 일본도 변하려 하는데 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것이 정남구 기자의 고민이다.

'그들은 반성을 안 했어, 역사가 청산이 안 됐어, 청산되지 못한 역사 문제 빨리 마무리지어야지'라고 우리 입장에서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변하고 역사는 굴러가고, 일본도 이에 맞춰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정남구 기자는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남구 기자가 6년 전 예견했던 문제의 한 자락이 이미 현실 속에 짙게 깔려 들어오는 것을 우리는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아무도 오늘의 이런 문제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짜증만 낼 일이 아니다. 예견은 있었다. 우리가 보지 않은 것이다.

진보진영도 '토착왜구'라고 할 것인가

보수언론이 뭐라고 하기만 하면 구체적인 내용은 보지도 않고 '왜구'니 '친일파'니 비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반대로 보수언론이 말하는 것이 모두 진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어떤 유형의 발화자의 입에서 나오는 주장은 무조건 진리이거나 혹은 거짓일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진영의 사람들은 특정 유형의 주장을 전개한다고 미리 전제해 두고 그런 유형의 주장과 유사한 주장이 나오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것은 올바른 소통의 자세가 아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이 과거에 했던 주장과 유사한 주장을 하기만 하면 무조건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고 비난해야 하는가? 앞선 기사 그리고 바로 위에서 들었던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기사들을 보면 냉철한 인식하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도 하고 한일관계 관련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들 진보진영의 고참 기자들도 단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거나 조금이라도 일본 측을 두둔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고 '토착왜구' 운운하며 몰아부칠 일인가?

대한민국이 배출한 가장 위대한 정치 지도자의 한 사람이자 한국 진보진영의 거두였던 고 김대중 대통령은 1960년대 당시 야당과 민간의 분위기에 거슬러가며 박정희의 한일회담에 찬성했었다는 점 또한 잊어선 안 된다.

<조선> 정권현 논설위원: 이 모든 것이 일본 국내 선거용이라고?
 
 2019년 7월 10일 <조선일보>의 '일본의 경제 보복이 선거용?'.
 2019년 7월 10일 <조선일보>의 "일본의 경제 보복이 선거용?".
ⓒ 조선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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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권현 논설위원의 7월 10일 치 칼럼, <일본의 경제보복이 선거용?>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마디로 우리에게 정신 좀 차리라는 일갈이다. 아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선거용이라고? 일본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다.

한국인 국제정치 전문가나 한국인 일본정치 전문가들 중에서도 그렇게 보는 사람 별로 없다. 극소수의 의견을 전체 의견으로 보고 있다면 사실이 잘못인가, 아니면 당신이 잘못된 안경을 쓰고 있는 것인가?

물론 정권현 칼럼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 역사 재인식의 촉구에는 한일관계를 좀 더 대등한 관점에서 재정립하고 싶다는 염원도 담겨 있다. 그리고 그런 재정립을 바라는 우리 국민의 바람 역시 현실의 일부분이다. 그 부분을 어떤 식으로 수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본 측으로서도 진지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문화> 이미숙 논설위원: 국제관계의 큰 틀의 변화에 맞춰 정책 펼쳐야
 
 2019년 7월 10일 <문화일보>에 실린 '과거로는 미래 이길 수 없다'.
 2019년 7월 10일 <문화일보>에 실린 "과거로는 미래 이길 수 없다".
ⓒ 문화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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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치 <문화일보> 이미숙 논설위원의 칼럼 <'과거'로는 '미래'를 이길 수 없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갖고 있다. 이미경 위원은 '미래'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 이 칼럼이 지적하는 바의 핵심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봐야 한다는 말이다.

고종의 최대 실책은 바로 국제정세의 변화를 못 보고 계속해서 중국에만 매달린 것이다. 이미 중국은 쓰러져 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막상 중국이 일본에게 패배하니 그때는 이미 손쓸 시간이 없었다. 변화에 눈감은 대가는 결국 조선왕조의 멸망과 자기 가족의 몰락이었다.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패전 후 지난 74년간 미국의 날개 밑에서 커왔다. 그런데 이제 미국이 동아시아, 아니 세계 무대에서 떠나 자기네 영역으로 철수하고 자기네 이익만 생각하겠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는 것을 보고 당장 통일이라도 올 것처럼 환호할 줄만 알지, 트럼프가 지금 국제관계에 얼마나 큰 혁명적 변화를 불러 오고 있는지를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지도.

예전 같았으면 한일관계는 이렇게까지 악화되기 어려웠고, 일본 정부가 저런 식의 수출 규제 조치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반드시 미국이 개입해 교통 정리를 하기 때문이다. 한미일 사이 긴밀한 협력과 연계는 미국의 핵심적 국가 이익에 속하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는 한일갈등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단순히 미국 대통령이 한일관계에 대해 무심하고 무지해서가 아니다. 미국은 이제 중국에 대해 상대적 국력이 쇠퇴하면서 서태평양에서의 세력권을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신 제한된 국력을 극대화해 활용하기 위해 과거 미국의 외교 전략가 조지 케난이 냉전 초기 소련의 국력이 번성할 때 제시했던 것처럼 대형 거점 위주의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 호주, 인도 등 주요 거점 중심으로 대중국 방어망을 짜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다.

이 전략 아래서 한일갈등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일본만 미국 편에 단단히 묶어 두면 되지, 한일 갈등까지 일일이 나서서 중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다 대고,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설파하겠다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설명은 뭔가? <문화일보> 이미숙 논설위원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국제관계에 깜깜이가 된 것인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10일 갑자기 워싱턴D.C.에 나타나서 미국 대통령 비서실장 대행을 비롯해서 여러 미국 측 고위인사를 만났다고 한다. 아직은 미국이 우리의 동맹국이니 먼 길을 날아온 한국 측 고위 인사에게 당연히 덕담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미국이 주선해서 한미일 3자 협의가 열리면, 미국이 한국의 말만 들어주고 일본 손모가지를 비틀어서 일본이 징용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해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게 한국과 일본은 같은 무게였던 적이 없었다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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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항상 우리에게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미국에게 한국의 무게와 일본의 무게가 같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역대 주일 미국대사들은 전직 하원의장, 전직 상원 최장수 원내대표 등 정계 거물급 인사들이거나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 케네디 대통령의 딸 등 워싱턴D.C.의 '핵심 인사이더' 혹은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유명 인사들이 가는 것이 상례였다.

반면 주한 미국대사는 보통 시험 봐서 국무성에 들어간 공무원 출신 중 우리로 치면 부국장급들이 임명돼 왔다.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허상을 볼 수밖에 없고, 허상에 근거한 외교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날이 추워져야 소나무·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

송백후조(松柏後凋)라는 말이 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든다는 말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더 길게 인용해 보면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라고 돼 있다. 한자로 돼 있어서 그렇지 별 어려운 말이 아니다. 날이 추워져야 소나무·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전후 우리의 안보와 경제의 근간을 형성해온 한일관계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내게 "한일관계가 안 좋아지면 도대체 뭐가 안 좋아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바로 지금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보고 있다. 바로 눈앞에서. 한일관계가 안 좋아지면 당장 삼성, SK, LG에 무슨 영향이 가는지를 연일 언론 지상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출입이니, 투자니, 금융의 흐름이니 하는 경제적 구조, 우리가 공기처럼 생각하는 안보, 이런 것들이 모두 사실은 한일간의 신뢰를 주요 부분으로 하는 거대한 국제적 구조의 뒷받침 속에 존재해온 것들이다.

다시금 생각하는 한일관계의 중요성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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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구조가 흔들리면 그때부터는 우리 스스로 자구책에 나서야 한다. 듣기 좋은 미사여구의 껍데기들을 벗겨내 보면 국제관계의 본질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영어로 말하면 셀프 헬프(Self-Help, 자조). 자기 이익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해 우리는 이제 비로소 누가 소나무·잣나무인지를 가려볼 수 있다.

우리의 이익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데도 한쪽에서는 '왜구'니 뭐니 하면서 진영논리로 편가르기에 나선다. 조롱과 함께 말이다. 불매운동을 하자는 사람도 있다.

그 심정이야 이해한다. 그러나 일본의 주요 수출품은 부품·소재다. 완제품을 뜯어내서 일제 부품 소재만 걷어낼 수 있을까? 일제 부품·소재가 잔뜩 들어간 제품을 쓰고 있으면서 말로는 "일제 불매"를 외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감성을 강조해 불매운동에 나서면 상대국 국민들은 그저 쳐다보기만 할까? 우리의 대일 수출품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농수산물과 완제품이다. 일본 측이 우리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치면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 식별하기 좋고, 다른 나라 물건으로 대체하기도 쉽다.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됐듯이 이번 아베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 여론은 찬성이 다수다. 일본 언론의 경우에도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자체는 비판한다. 하지만 사태의 1차적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눈을 부릅뜨고 소나무, 잣나무를 골라내야

불매운동이 올바른 해법이라면 나라도 총대를 메고 나서고 싶다. '토착왜구' 등 증오의 감정을 유도하는 혐오표현을 쓰면서 정치적 싸움박질에 골몰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우리를 위기에서 건져주는 것은 '말장난'이나 '감성자극'이 아니다. 위기일수록 우리에겐 진정한 용기와 냉철한 계산이 필요하다. 광대뼈 끝에 총알이 스치고 귀가 찢어질 듯한 포성이 길 건너편에서 들리기 시작해야 비로소 누가 진정으로 용기있는 지휘관, 냉철하게 현실을 분석하고 상황에 맞춰 적절한 방향을 알려줄 지휘관인지 안다.

송백후조(松柏後凋)라고 했다. 거대한 전환의 물결이 몰려오는 이때에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려내야 한다. 쭉정이와 덤불들은 어차피 역사의 불쏘시개와 땔감으로 사라져 버릴 테니까.

덧붙이는 글 | 장부승 교수는 15년간의 한국 외교관 생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세계 최대 국방 연구소인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현재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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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틴 펠로우, 랜드연구소 스탠턴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 재직중. 일본 및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