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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뜨거운 이슈입니다. 이를 다루는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 역시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가 <오마이뉴스>에 '언론은 한일갈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 대한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글은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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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간 <경향신문>이 작심이라도 한듯 한일관계와 관련한 고참 기자들의 칼럼 및 분석기사를 줄줄이 내놨다.

7월 10일 이대근 칼럼 <아베로부터의 교훈>에 이어 바로 다음날 서의동 논설위원의 <한일관계 10년의 회한> 그리고 유신모 기자의 <한일, '1965년 체제' 한계 도달, 장기적 새 '협력 모델' 찾아야>가 나왔다. 다들 오랜 언론 경력을 가진 기자들이다. 특히, 유신모 기자는 외교 분야 한 우물을 판 전문기자로서 외교가에서도 그 내공을 알아주는 언론인이다.

<경향신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보계열 언론사다. 소유 구조도 우리 사주 형식이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자가주식과 임직원 보유 주식이 70%를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3명의 고참 기자가 쓴 기사를 보면 왠지 <경향신문> 같지가 않다. 누가 썼는지 가리고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에 실으면 그냥 그 신문들의 기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3인의 기자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바는 '이제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성찰적 자세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 이대근 논설고문: 우리는 애국주의 과잉 없나?
 
 2019년 7월 10일 <경향신문> 지면에 실린 '아베로부터의 교훈'.
 2019년 7월 10일 <경향신문> 지면에 실린 "아베로부터의 교훈".
ⓒ 경향신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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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논설고문의 칼럼은 이번 한일갈등 사태 관련 우리 안의 종족주의를 용감하게 지적하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 관련 2012년도 대법원 소부의 판결이, 1965년 한일협정으로 징용문제가 종결됐다는 한일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배치되는 결정이었다고 하면서, 당연히 정부는 이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일본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와 관련해서도 당시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대선후보들이 위안부 합의 파기를 공약하긴 했지만 일단 집권 후에는 합의 파기에 신중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합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국가간 합의를 깰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성찰이 없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징용 문제 관련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온 후 계속 일본 정부와의 협의에 소극적이기만 했고, 결과적으로 지난 8개월이 그냥 지나갔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대근 고문은 욱일기 문제도 거론했다. 지난 1998년, 2008년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도 아무 시비없이 한국 측 국제관함식에 참석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이대근 논설고문은 우리에게 반일 애국주의, 민족주의의 과잉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묻고 있다.

<경향> 서의동 논설위원: 일본 진보세력이 내민 손 잡았어야 
 
 2019년 7월 11일 <경향신문>에 실린 '한일관계 10년의 회한'.
 2019년 7월 11일 <경향신문>에 실린 "한일관계 10년의 회한".
ⓒ 경향신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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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논설위원의 칼럼은 역사적 측면에서 한일관계를 비판적으로 회고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도 자주 찾아오고 일본의 과거 식민 제국주의에 대해 사과와 반성의 입장을 수 차례 표명했던 하토야마 유키오는 사실 일본의 야당이 최초로 자민당을 밀어내고 단독집권했던 2009년에서 2012년의 3년간 시기에 최초로 수상직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당시 일본 민주당 정권은 과거에 대한 반성적 회고와 대미 일변도의 기존 자민당식 외교노선에 반기를 들고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라는 것을 내세웠다. 이 구상에 기반해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한국 측에서 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서의동 위원은 일본이 "한국의 소매를 부여 잡았지만 한국은 뿌리쳤다"며 진한 아쉬움을 내보였다. 이어서 한국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달성하면서 일본에 기를 펴게 됐지만, 그에 걸맞게 관계를 재구축하고 대일외교의 원칙과 관행을 가다듬는 노력에는 소홀했다"고 일갈했다.

"보수,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일본에 협력적인 태도가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는 타산이 건전한 관계 설정 노력을 방해하고, 풀어야 할 문제를 어정쩡하게 방치토록 했다"는 것이다.

<경향> 유신모 기자: 이것은 구조적 문제, 한일 양측 진지한 노력 필요 
 
 2019년 7월 11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한일, 1965년 체제 한계 도달, 장기적 새 협력 모델 찾아야'.
 2019년 7월 11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한일, 1965년 체제 한계 도달, 장기적 새 협력 모델 찾아야".
ⓒ 경향신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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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모 기자의 기사는 마치 이대근 고문과 서의동 위원의 고민을 종합한 후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를 지향하는 듯하다. 유신모 기자는 이번 갈등이 비단 징용 문제 하나, 반도체 부품 하나의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식민지가 합법이었냐, 불법이었냐에 대한 한일간의 이견이라는 구조적 모순에 기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모순에 대한 해법으로서 유 기자는 국제사법재판소에 분쟁 해결을 의뢰하는 방법 혹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공동으로 징용 문제 위자료를 부담하는 방안도 거론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일단 양국이 보복조치를 철회하고 외교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급선무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것을 중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한일간 해석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양측 모두 진지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유신모 기자 글의 핵심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단지 무역 분쟁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1965년 체제'라고 하는 한일관계의 근본적 구조가 역사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고, 자칫하면 1960년대 이후 우리가 만들어온 경제성장과 안보 틀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하고 근본적 해법 모색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안경은 안경일 뿐... 현실은 그 너머에 있어

진보 계열의 언론사 고참 기자들이 연일 이런 기사를 쓴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람들은 흔히들 세상을 진영 논리로 보곤 한다.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정해놓고 적과 동지를 구분한다. 윤석열 검사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고 한 것을 멋있다고 하면서 사실 자기는 '문빠' '박빠'이고 누구 사진만 보면 눈물을 흘리곤 한다.

진영과 이데올로기는 세상을 보는 안경으로서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경이다. 그 엄연한 사실을 잊게 되면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객관성을 잃게 된다. 안경은 안경일 뿐 이 안경 너머에 사실은 현실이 있다. 그것을 내 눈으로 보고 내 머리로 분석하겠다는 다짐을 놓치면 안된다.

<경향신문>의 기사들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면 결국 진영논리를 넘어서게 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을 놓고 자기 머리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결국 진영논리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진영 논리는 안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박찬수 논설실장: 진영논리에 빠져 객관성 상실
 
 2019년 7월 11일 <한겨레>에 실린 ‘친미 보수에서 친일 보수로'.
 2019년 7월 11일 <한겨레>에 실린 ‘친미 보수에서 친일 보수로".
ⓒ 한겨레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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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같은 진보 계열 언론사인 <한겨레>의 박찬수 칼럼 <'친미 보수'에서 '친일 보수'로>(7월 11일)는 매우 아쉽다.

박찬수 논설위원실장은 과거 친미였던 한국 보수가 이제 트럼프에게 물병을 던지고 있고, 과거 한일수교는 절대 불가라고 외치던 이승만, 1970년대 김대중 납치사건, 육영수 저격 사건 당시 관제 반일데모를 일으켜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박정희, 독도를 방문해 한일관계를 냉각시켰던 이명박 등으로 대변되는 보수 진영이 이제는 아베 정권 비판에는 별 관심이 없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실책을 짚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마디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기이한 논리다. 이승만, 박정희, 이명박을 추종하던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한 자루에 담길 수 있는지도 의문일 뿐더러 보수라는 사람들은 현실이 어떻게 변하든 말든 계속 친미여야 하고 계속 반일이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언제부터 우리가 박정희를 '반일'로 간주해 왔나? 그리고 이승만이 반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가? 이승만은 그냥 뼛속 깊이 반일이었던 인물이다. 이승만이 사실은 친일파였는데, 정치적 계산 속 때문에 짐짓 한일 국교정상화를 반대했다는 말인가? 처음 들어보는 주장이다. 박찬수 실장의 칼럼은 전형적으로 사실이 아니라 '안경'에 집중하는 글이다. 진영논리에 빠져 복잡한 사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박 실장은 "보수 진영이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막으려 삼권분립까지 훼손했던 박근혜 정권의 행동이 옳았다고 강변하는 건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 등 대부분의 근대 국가에서 외교 사안이 재판의 전제가 될 경우, 재판부가 외교부의 의견을 묻거나 외교부가 의견을 개진하고 재판부는 거의 대부분 외교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팩트체크가 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지난 200여 년간 외교 사안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의 의견을 거의 100% 존중해온 미국연방대법원은 삼권분립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로 채워져 온 것일까.

어느 국가든 내부적으로 권력분립이 있고 정치적 갈등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유가 대외적으로 정상간의 합의를 파기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국제법의 상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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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실장은 보수 진영이 아베 정권 비판에는 별 관심이 없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 실책을 짚는 데 훨씬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 놓고는 바로 다음 문단에서 "물론 강경화 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 라인이 지난 수개월간 한일 현안에 재대로 대응해 왔는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도 잘못한 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뭘 잘못했는지는 말하지 않고 바로 이어서 "하지만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보다 10배는 더 무모한 아베 총리의 행동을 이해할만한 빌미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맥락에서 갑자기 이명박이 나오는 게 의아하다. 아베 총리의 수출 규제가 이명박의 독도 방문 때문에 나온 것인가?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다.

솔직히 이 칼럼은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 진영의 정통 일간지 간판 칼럼으로 나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는 아베 총리 본인이 밝히고 있듯이 한국 측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을 변경해 한국의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고 이를 실제로 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반발 등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찬수 칼럼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다른 진영 사람들의 진정성은 인정하지 않은 채 '그들은 반공 광신론자에 불과하다'는 진영논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영논리에 근거해서 상대방을 비난하면 당장 속은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사실적 문제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사라져 버린다. 박찬수 논설실장은 정말로 대한민국 모든 보수 인사들이 국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뼛속 깊이 일본이 좋아서 혹은 북한이 미워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이제는 우리도 현실을 직시하면서 상대방이 뭐라고 하고 있는지, 전체적인 국제관계의 구도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큰 그림에도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고민은 사실 일찌감치 시작됐어야 했다.

* 다음 기사 <보수언론이 얘기하면 무조건 '친일'일까>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장부승 교수는 15년간의 한국 외교관 생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세계 최대 국방 연구소인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현재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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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틴 펠로우, 랜드연구소 스탠턴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 재직중. 일본 및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