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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LCA) 등 40여 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보신 문화에 희생된 개들을 추모하고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LCA) 등 40여 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보신 문화에 희생된 개들을 추모하고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10여 마리의 개 사체 모형이 국회 앞에 전시됐다. 단상에 쌓인 사체 모형 아래로 하얀 국화꽃 세 송이가 놓였다. 오전 11시가 되자, 죽은 개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하얀 향이 피어올랐다. 앞선 개 사체 모형은 김포 개시장에서 죽은 채 발견된 개들의 실제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개시장은 일종의 유통지로, 개 도살과 판매가 모두 이뤄지는 곳이다. 개시장의 살아 있는 개들 대부분은 그 곳에서 도살 당한다.

"이 개들은 김포 개시장에서 전기도살 당했다. 뼈와 근육이 오그라든 채 죽었다. 이렇게 새까맣게 그을려, 처참히 죽은 것이다. 하지만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이런 죽음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규제되지 않으니) 죽음이 불법으로 자행되는 거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공동대표의 말이다. 12일 오전, 그를 포함한 약 100명의 활동가들은 검은 옷을 입고 국회 정문 앞을 메웠다. 검은 옷은 지난 1년간 식용 목적으로 죽은 1백만 마리의 개들을 추모하는 의미다. 이들은 '2019 복날추모행동' 집회를 열고 식용 목적의 개 도살 금지와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장에는 집회를 주관한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아래 LCA), 할리우드 배우 겸 동물권 운동가 킴 베이싱어, 시민사회단체 약 100여 명이 자리했다.

킴 베이싱어 "전 세계에서 개 농장 있는 국가는 한국뿐"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LCA) 등 40여 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보신 문화에 희생된 개들을 추모하고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할리우드 배우 겸 동물권 운동가 킴 베이싱어(가운데)가 자리에 참여해 개농장에서 전기 도살로 죽은 개 사체와 죽은 개를 재현한 모형 개를 재단에 올려 놓고 정부와 국회가 방관해 죽은 개들을 추모했다. ⓒ 유성호
  
헐리우드 배우 겸 동물권 운동가 킴 베이싱어(Kim Basinger)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 식용 반대를 촉구했다. ⓒ 유성호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은 2018년 6월,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동물 도살은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가축전염병 예방법' 등 법률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 방식은 정부가 규정한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 특히, 개정된 법안에 따라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가축으로 정하지 않은 개는 도살이 불가능해 사실상 개 식육이 금지된다. 하지만 현재 위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날 배우 킴 베이싱어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 농장이 있는 국가다"라며 "여러분들은 개식용을 중단함으로써 전 세계에 큰 변화를 만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가까운 미래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개식용 중단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 이 자리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 드로즈 LCA 대표의 발언도 있었다. 그는 "2018년 1월, 미국에서도 개·고양이 고기 거래 금지안이 통과됐다. 2019년 7월, 미국의 가장 큰 도시인 LA에서도 같은 법안이 통과됐다"며 "이 결의안은 전 세계도 개와 고양이 도살 및 고기 유통 금지를 촉구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 고양이 도살 금지는) 세계적인 추세다"라며 한국도 함께 할 것을 강조했다.

바로 옆에서 열린 반대집회... 집회 도중 개고기 시식회 열어
 
개 사육 농민 단체인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개 사육 농민 단체인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 반대를 주장하며 개고기 시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이어 이지연 대표의 성명문 낭독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지연 대표는 도중에 말을 삼켜야 했다. 같은 시간, 바로 옆에서 집회를 벌인 대한육견협회의 집회 때문이다. 이들 30여 명은 "개식용 반대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약 1시간 동안 동물단체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집회 일정 도중 '개고기 시식회'도 가졌다.

"개고기 드세요, 맛있는 개고기!"
"개, 고양이 식용 반대는 권리 침해다, 동물보호단체 때려박자."


대한육견협회는 개 사육 농민 단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개농장 주인은 <오마이뉴스>와 대화에서 "나는 철원에서 개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약 800마리 정도 있다"며 "개농장은 내 생활수단이다. 이 농장 없으면 나는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고기를 줄이면 닭이나 소, 돼지가 더 죽지 않겠냐"며 "지금 동물단체가 하는 행동은 좌파독재와 같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는 개농장의 사육 방식 및 도살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되묻자, 그는 "아니다. 돼지, 소 죽일 때처럼 죽인다. 그러니 더 문제가 없다"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자체에서 합법적으로 승인을 받은 농장이다. 동물단체는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개를 도살하는 것 자체는 합법도, 불법도 아니다. 개 도살에 대한 규제책이 없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는 때려죽이거나, 목을 조여 죽이는 것을 불법으로 보고 있지만, 개를 도살하는 경우는 명시된 바가 없다. 이와 관련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행법은 개를 가축으로 분류해 놓고, 죽이는 행위에 대한 것은 방치하고 있다"며 "법이 어정쩡한 상태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LCA) 등 40여 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보신 문화에 희생된 개들을 추모하고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LCA) 등 40여 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보신 문화에 희생된 개들을 추모하고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LCA) 등 40여 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보신 문화에 희생된 개들을 추모하고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지연 대표는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도대체 몇 백만이 더 죽어야, 국회는 부끄러운 개 도살 잔혹사를 마주할 것인가"라며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를 주장하면서) 그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무자비한 도살에 눈감는 국회 농해수위를 규탄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는 서안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전달했다. 이어 집회 마지막에는 '악당트럭'이라 불리는 캠페인 버스 출발식을 가졌다. 이 버스는 불법으로 운영되는 개농장 및 도살당한 개들의 영상을 송출한다. 버스는 초복, 중복, 말복 기간 동안 서울시를 돌아다니며 '개 식용 및 도살 금지' 캠페인을 진행한다.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LCA) 등 40여 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개들을 철장에 넣어 도살장으로 실어 나르는 차량을 재현한 ‘악당트럭’을 운행하며 개 식용 반대를 국민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태그:#초복, #복날, #동물, #개고기,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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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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