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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였다면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은 이미 1년 전인 2018년 여름, 독일 본의 여성박물관에 세워졌어야 했다. 누구도 '소녀상'이 1년 이상 독일 각지를 떠돌며 쉴 자리조차 마련하지 못할 거라고는 예상도,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2011년,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이후로,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전쟁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한 여성들을 기억하고 다시는 전쟁에 의해 이런 참혹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상징이 되었다.

그 뒤로 한국 국내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으로 소녀상이 세워지게 되었다. 이것은 지금도 분쟁지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신매매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소녀상'이 단지 과거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사는 전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 소녀상 임시 전시, 현지 한국인들 반대로 무산 
 
 2018년 독일 함부르크 도르트 죌레 하우스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임시전시회 오프닝.
 2018년 독일 함부르크 도르트 죌레 하우스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임시전시회 오프닝.
ⓒ 풍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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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에서도 이런 소녀상의 메시지를 공유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6월 9일에 오프닝하기로 한 소녀상 임시 전시가 현지 한국인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 임시 전시회의 주최단체는 독일에 근거지를 두고, 문화·예술의 장려, 남녀평등, 국제 교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풍경 세계문화협의회(이하 '풍세문')'이다.

'풍세문' 관계자에 따르면, 임시전시회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곳은 프랑크푸르트의 본회퍼 교회였다. 그런데, 이 본회퍼 교회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한인교회 내부에 소녀상 임시전시를 강력히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고,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한국교회와 갈등을 원치 않는 독일교회 측이 입장을 바꿈으로써 결국 임시전시회는 취소되고 말았다.

사실 '풍세문'이 이번 '소녀상' 임시 전시회를 추진하게 된 데에는 그 배경이 있다. 지난 2017년 독일 레겐스부르트 인근 비젠트 네팔 히말라야 공원에 '소녀상'이 세워졌다. 하지만 이 곳에는 일본공관의 방해로 '소녀상'의 배경과 '소녀상'이 담고 있는 의미가 쓰인 비문이 생략된 채 세워지고 말았다. 당시 비문이 포함된 온전한 '소녀상' 건립을 주장한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독일 내 제2의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건립주를 만나게 된다. 그곳이 바로 본에 있는 여성박물관이다. 지난해(2018년) 8월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합의하고 같은 해 7월 '소녀상'이 독일에 들어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풍세문'이 독일 내 공익단체로 창립되었다.
  
'풍세문'은 '소녀상' 건립이 무사히 진행되고 그것을 계기로 독일 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건립식이 예정된 8월에 여성박물관에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자도 일본에 있는 기림비를 소개하기 위해 이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일본 측의 방해공작은 집요했고, 예정된 8월의 건립식은 여성박물관측의 희망에 따라 10월로 미루어졌다가 기약없이 연기되고 말았다.

이미 5월에 일본 뒤셀도르프 총영사관측에서 방문하여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을 하기까지 하면서 계획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박물관측에서는 계획을 취소하지 않고 꿋꿋이 버텼었다.

하지만 다른 제반 행정문제를 비롯하여 박물관측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결국은 건립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8월 14일에 세계 최초의 여성박물관인 본 여성박물관에 건립하기로 한 '소녀상'은 독일인 아티스트들의 열정적 개입으로 함부르크에 있는 도르트 죌레 하우스에서 6주간의 임시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 물론 이 기간 중에도 일본공관의 집요한 압력이 계속되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늦추어 가면서까지 예정된 본에서의 정식 건립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몇 차례의 건립식 연기를 거듭한 끝에 본의 여성박물관에서의 건립은 취소되기에 이른다.

일본이 소녀상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

일본은 왜 이토록 이 곳에서의 '소녀상' 건립을 방해하는 것일까? 풍세문 관계자는 "그 과정을 통해 더욱 현실로 확인하게 된 것은, 일본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이 세상에 밝혀진다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위안부의 강제동원과 위안소 설치에 대한 당시 일본 정부의 직접적 관여를 부정하고, 심지어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매도하기까지 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한일간 외교 문제를 넘어서 일본제국주의의 범죄로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 것이다 .

그런데 한국 이외의 곳에 소녀상이 세워진다는 것은, 이 문제를 한일간의 외교적 대립이라는 울타리에 가두어 두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위안부 문제가 전 인류의 보편적 인권문제로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세문' 관계자도 독일에 '소녀상'을 세우는 의미가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을 증언한다. 그리고 독일이 일본과 같이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고, 무엇보다 소녀상은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평화와 인권을 바라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세워질 이유가 있다"고 밝히면서, 그러한 의미가 일본 정부가 앞장서서 독일에서의 '소녀상' 건립을 방해한 이유가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건립이라는 큰 목표가 좌절된 뒤에도, '풍세문'은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계속 활동을 해왔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영구 건립을 약속할 수 있는 장소는 찾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함부르크에서와 마찬가지로 임시 전시를 통해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소녀상' 건립의 당위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준비된 것이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임시전시회다. 그런데 이 임시전시마저 취소되고 만 것이다.

우리 속의 일제 유산

그런데 이번 임시 전시회의 취소가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지난 본에서의 건립 취소가 일본측의 방해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인 커뮤니티의 반대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에 있다.

한국사회가 지난 일본의 침략의 역사를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사죄하지 않는 일본'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언제나 그 일본을 비난하면서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한국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임시 전시회 취소는 그런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 후 70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일본의 지배가 남긴 상처와 씨름하며 지내왔다. 그리고 그 한 축에는 전쟁 범죄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있다.

하지만, 그 참된 해방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가해자인 일본만이 아니었다. 아주 멀리는 이승만정권의 '반민특위' 해산에서부터, 1965년의 한일협정, 가깝게는 2015년의 위안부 한일합의에 이르기까지, 피해 당사국 스스로가 가해국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위를 거듭 행해왔다. 그리고 일본은 피해 당사국이 내어 준 면죄부를 디딤돌 삼아 그들의 역사적 과오를 부정하거나 이를 지우는 데 교묘하게 이용해왔다.

외국에서 소수자로 사는 동포들이 어떤 특정한 사안을 가지고 동포사회에서 대립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고, 내키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런 염려 때문에 '풍세문' 역시도 이번 충격과 별개로 동포 사회간의 대립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본에 대해 비난하는 데에는 큰 목소리를 내는 듯하면서, 정작 우리들 내부에서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그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행동에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참된 친일 잔재의 청산, 일제의 침략에 의해 생긴 상처의 치유는 너무나 먼 일이 되지 않을까? 이제는 일본만을 향해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일제의 유산에 대해 돌아보고 되물을 때이다.

언제까지 '소녀상'을 편한 안식처도 없이 떠돌게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http://www.ecumenian.com)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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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