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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색채로 빛나는 바다가 여행객을 유혹하는 고래불해수욕장. ⓒ 영덕군청 제공
 
이탈리아 남부 도시 바리(Bari)와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Tirana)는 아드리아해(海)를 사이에 놓고 마주보고 있다. 두 도시를 오가는 페리(Ferry)를 타고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채의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한나절이 훌쩍 넘는 시간도 지겹지 않다.

그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남부 이탈리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선 수영이나 해양 레포츠를 즐기고, 아드리아해를 건너 알바니아로 가서는 한적한 시골 마을 울창한 숲 속에서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힐링(Healing)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여행의 패턴도 바뀌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를 선호한다. 이탈리아와 알바니아를 묶어서 여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즐거움'과 '힐링'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지역은 어딜까?

여름 휴가철이 성큼 다가오면서 깨끗하고 넓은 해변과 초록빛 메타세쿼이아 수천 그루가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숲, 여기에 명상을 통한 치유의 공간까지 갖춘 경상북도 영덕군이 주목받고 있다. 휴가지를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영덕 관광의 보석'이라 할 수 있는 고래불해수욕장,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새로운 인문힐링센터'를 지향하는 여명을 미리 찾아가봤다.

가족과 연인, 노인과 아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고래불해수욕장

영덕군 병곡면에 길게 드러누운 짙푸른 바다는 볼 때마다 감탄사를 내지르게 만든다. 바로 고래불해수욕장.

사파이어처럼 반짝이는 물빛의 아름다움이 이탈리아 남부 해변에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숙박 시설과 휴게 시설이 잘 정비돼 가족여행에 나선 노인과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해수욕장이니 수영과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 그 외에도 고래불해수욕장은 여러 매력을 지녔다.
 
고래불야영장에 설치된 물놀이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 영덕군청 제공
 
특히 2017년 개장한 고래불국민야영장이 가족과 연인 단위의 캠핑족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고래불해변은 야영장으로 인해 여름만이 아닌 사계절 내내 찾을 수 있는 관광휴양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 영덕군의 설명이다.

푸른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 숲이란 자연환경에 동물 모양의 귀여운 카라반(Caravan) 등 다양한 숙박 시설과 부대시설을 갖춘 고래불야영장은 상주-영덕간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입소문을 타면서 개장 1년 만에 6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영덕군청에 따르면 "주말이면 하루 평균 500여 명이 방문해 인근 시장과 마트 등을 이용하고, 지역민 10명을 야영장 관리인으로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고래불야영장은 주차장과 샤워장 등을 유료 예약자 전용 시스템으로 운영해 편의성을 높였다. 해변과 소나무 숲을 따라 들어선 다양한 캠핑사이트는 엄마의 손을 잡고 영덕을 찾은 아이들의 웃음을 부른다.

특히 각종 가전제품이 완비된 25동의 카라반은 성수기면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텐트장(110면)과 오토캠핑사이트(163면) 역시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게 고래불해수욕장의 여름 풍경이다. 아동용 물놀이장과 유아 풀장의 인기도 높다. 여름 휴가 때면 최소 3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주한 중국대사도 고래불야영장을 방문했고, 방송국의 취재 열기도 뜨겁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5천여 명의 청소년이 참가한 '국제 청소년 캠페스트'도 열 수 있었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대진해수욕장-고래불해수욕장-병곡면 백석마을'을 잇는 8km 길을 바람과 함께 달려볼 수 있다. 이 구간은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고래불해수욕장을 찾았다는 지인은 "카라반이 이국적인 풍경을 선물해줬고, 소나무 사이로 들어선 색색깔의 텐트를 보면서 동화 속 풍경을 떠올렸다"며 "모처럼 아이들과 한가로움을 즐길 수 있었기에 올해도 가고 싶다"는 방문 소감을 들려주며 웃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둔 현재 고래불야영장 관리사무소 전화기엔 불이 나고 있다. 매일 100여 통의 예약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는 것.

이처럼 인기 좋은 야영장이지만 영덕군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시설 보완과 이용객 편의 향상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바닥분수대와 물놀이장을 해마다 깔끔하게 보수하고, 경관조명을 설치하며, 비를 피할 공간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벤치를 만든 것이 바로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고래불해수욕장을 찾고 있으니, 영덕군 대표 관광지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영덕군의 약속을 기억할 여행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과 명상센터 '여명'에선 힐링을
 
영덕의 ‘핫 플레이스’로 새롭게 떠오른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 영덕군청 제공

고래불해수욕장에서 바다가 주는 행복감을 만끽했다면, 이제 영덕의 숲으로 가보자.

영덕군 영해면 벌영리 20만 평의 땅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숲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이 숲에는 메타세쿼이아 외에도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이 자란다.

서울의 한 사업가가 조부의 묘 주위에 한 그루씩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시나브로 지금의 거대한 숲이 됐다.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핫 플레이스'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은 "조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압권"이라는 방문자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별도의 입장료 없이 아름다운 숲을 거닐 수 있어 주머니 가벼운 데이트족들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좋아한다.

사유지(私有地)라 별도의 안내판이 없기에 메타세쿼이아 숲을 찾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일까? 원래 길을 헤매는 '작은 모험'은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닌가.
 
명상과 기공체조, 숲 속 산책 등을 통해 방문자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는 여명. ⓒ 영덕군청 제공
 
여행과 명상이란 단어를 결합해 만든 인문힐링센터 '여명' 역시 영덕군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 중이다. "현대인의 황폐한 마음을 다스리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한의학 원리에 기초한 기공체조도 경험할 수 있다"고 여명 관계자는 말한다.

일단 힐링센터 여명에 들어가면 휴대폰, 인터넷과는 잠시 이별해야 한다. 사용이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물론 수신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휴대폰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을 대신할 소소한 기쁨이 방문자들을 기다린다. 여명에선 음양오행에 맞춘 자연식 건강 식단이 제공되고, 전문 강사들은 몸과 마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울창한 숲 속에 포근히 안긴 듯 만들어진 한옥형 시설인 여명은 각종 워크숍과 세미나 진행도 가능하다.

여명을 이용해본 경험자들은 "숲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평소엔 하기 어려웠던 명상을 해보고, 산길을 쉬엄쉬엄 걸으면서 삶을 돌아보는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덕군 창수면에 또 하나의 '힐링 공간'이 탄생했다. 휴대폰과 텔레비전이 어지럽게 만들어내는 '디지털의 자극'으로부터 잠시나마 탈출하고 싶은 여행자들은 분명 이 소식을 반길 것이다.

빼놓으면 아쉬운 영덕의 또 다른 관광지

영덕군이 소개하는 관광지는 고래불해수욕장, 메타세쿼이아 숲, 힐링센터 여명 외에도 많다. 오염되지 않은 산과 바다가 준 선물들이다.

1993년 문을 연 병곡면 칠보산 자연휴양림은 칠보산 동남쪽에 위치했다. 선비의 자태를 지닌 기품 있는 소나무 아래서 즐기는 휴식이 높은 만족감을 준다는 평가다. 산 정상에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도 일품이다. 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은 새로움과 희망의 메타포로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소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영덕군 칠보산 자연휴양림. ⓒ 영덕군청 제공
 
"칠보산에는 일곱 가지 보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황기, 돌옷, 철, 구리, 더덕, 멧돼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뭘까? 그걸 직접 찾아보는 재미도 놓치면 서운하다.

칠보산 자연휴양림은 산림문화관, 수련장, 등산로, 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등을 갖췄다. 이곳을 찾는 나이 지긋한 관광객들은 근처에 있는 백암온천을 들르는 경우가 흔하다.

고려의 빼어난 학자 목은 이색(李穡․1328~1396)이 태어난 '괴시마을'도 한 번쯤 돌아볼 가치가 충분하다. 기와가 멋스러운 전통가옥들이 마을을 고풍스럽게 만들어주고 있다. 마을 이름을 지은 이색은 '고래불해수욕장'도 작명했다.

망월봉(望月峰) 자락에 소담스럽게 자리한 괴시마을에선 '동해안 3대 평야' 중 하나로 불리는 영해평야가 가깝다. 수려한 산세와 넓은 들을 두루 갖춘 살기 좋은 땅인 것이다.

괴시마을의 집들은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200년 넘는 시간을 의연히 이겨낸 집은 하나의 '인격체'로 보이기까지 한다. 괴정(槐亭), 영해 구계댁(邱溪宅), 영해 주곡댁(注谷宅), 물소와서당(勿小窩書堂) 등은 문화재이기도 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경험은 무엇보다 귀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것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태그:#영덕, #고래불해수욕장, #칠보산, #목은 이색, #괴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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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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