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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과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다. 이 말 한 마디면 모든 상황을 능구렁이처럼 피해갈 수도 있다.

"너랑 나는 다르니까."

어쩌다 예상치 못한 말씨름이 불을 것 같으면 누가 옳고 틀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참 다를 뿐이라고 눙치며 넘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다름이 있을 뿐 틀림이란 존재하지 않을까. 

틀림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노련한 방법인진 몰라도 세상을 바꾸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닐 것이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의 저자 위근우는 그 틀림을 정면으로 꼬집는다. 
 
"'틀림'을 비판하지 않고 '옳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5쪽)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책표지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책표지
ⓒ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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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논의에 들어선 이상, 부딪힘과 충돌을 회피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한다. 나도 옳고 너도 옳다며 서로의 의견 차이를 '다름'으로 뭉뚱그려버린다면, 옳고 그름을 합의할 최소한의 근거를 아예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강요된 화해는 사회적 통념의 편에 서기가 쉽다는 것.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만큼의 설득이라니

책을 여는 첫번째 주제는 페미니즘이다. '그 이퀄리즘은 틀렸다'라는 제목으로, 여성혐오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확실하게 반박한다. 

남녀 차별을 반대한다면서도 페미니즘의 편에는 설 수가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한 발 나아가 오히려 페미니스트들 때문에 여성 혐오가 생긴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저자는 과연 페미니스트들이 목소리를 냄으로서 존재하지 않던 여성혐오가 만들어진 것인지 반문한다.

없던 것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불의가 드러난 것은 아닐까 하는 것. 저자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을 보며 페미니즘 운동의 실천적 맥락을 고민해볼 여지는 있지만, 이렇게 불의가 드러나는 것은 실천적 차원의 진보라고 말한다. 
 
"이러한 가시화는 세상이 더 퇴행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비가시적으로 마치 공기처럼 존재하던 혐오와 차별의 정서가 가시화될 때 차라리 우리가 지적하고 싸워야 할 불의의 총체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물론 이제 전투력을 더 끌어올려야겠지만." (27쪽)

누군가는 부족한 젠더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화내선 안 되고 목소리를 키워서도 안 된다. 즉,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만큼의 설득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권력을 쥔 자의 명령이다. 저자는 그 권력이야말로 해체돼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또한, 과격한 언어가 아닌 합리적 논의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바로 그 합리적 논의의 장을 만들기 위한 싸움과 과격함을 쉽게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챕터의 제목은 '가짜 논의와 공론장의 적들'이다. 다양성의 이름으로 포장된 '틀림'을 어떻게 공론장에서 다뤄야 할지 논의한다. 

'과도한 PC함'의 속임수에서 벗어나기

세번째 챕터는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기'다.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대중문화의 틀림이 왜 문제인지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별 생각없이 넘겼던 대중문화 속 농담들을 떠올리며 가슴이 철렁했다. 가령, '동네 바보 형'의 함의를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렇게 해서 웃어야만 할까. 

누군가는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든다. 이른바 과도한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함은 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과도한 PC함'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기나 속임수일 뿐이라고 말한다. 과도하다는 관형어를 붙임으로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폭력으로 규정하는 기만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에게 과도한 칼로리 섭취의 위험성을, 독재 국가에 사는 이들에게 자유를 넘어선 방종의 위험성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더 나아가 잘못된 구조를 용인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혐오와 차별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올바름'을 추구할 이유가 있다. 

저자는 소위 '돌려까는' 법이 없다. 돌직구를 날린다.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그런 면에서, 논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나의 비겁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나의 그런 반응 역시 이 사회가 아직 활발한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음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틀림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논쟁을 피하지 않으며 논의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계속되길 바란다.
 
"논의가 질적으로 풍부해지고 치열해질수록, 세계에 대한 유의미한 쟁점들이 가시화되며 합의를 위한 공통의 토대가 조금씩 만들어진다. 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공론장 안에서 충분히 성숙해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획기적인 발상 역시 등장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천재적이진 않지만 성실한 글쓰기와 논의를 멈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곳의 일원이고 싶다." (9쪽)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괄호 안의 불의와 싸우는 법

위근우 (지은이), 시대의창(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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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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