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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에서 운행하는 장애인·노약자 무료셔틀버스 12번과 12-1번이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 서 있다.
 은평구에서 운행하는 장애인·노약자 무료셔틀버스 12번과 12-1번이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 서 있다.
ⓒ 은평시민신문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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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곳곳에는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표시된 버스정류장이 여럿 있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비하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 데다, 이 버스정류장에는 버스가 하루에 겨우 대여섯 번만 정차한다. 이 버스의 정체는 서울특별시 관내 구에서 운행하는 장애인·노약자 무료셔틀버스이다. 

이 버스의 정체는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 무료셔틀버스로 운행하는 버스 12번과 12-1번. 두 대의 버스가 은평구를 시계방향으로, 또는 반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돈다. 이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승객들은 은평노인종합복지관을 찾는 노인들과 지하철역 등으로 가는 노약자, 그리고 장애인이다. 은평구 전역을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12-1번을 6월 18일 올랐다.

한 대에 100명 타기도… 어르신에게 '인기 버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 앞에서 출발하는 12-1번 버스 위에 올랐다. 12-1번 버스에는 벌써 복지관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탑승한 노인들이 적잖았다. 버스 맨 앞자리에는 이용객의 안전한 승하차를 돕기 위한 송태옥 도우미가 앉아 어르신에게 안전띠를 꼭 착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날 12-1번 버스를 운행한 이용훈 기사는 "호텔 버스를 4년 동안 운행했다가, 여기에 온 지 3개월이 되었다"라며 "어르신들이 많이 타고 오가니만큼 안전히 운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얼마나 될까. 송태옥 도우미는 "매일 탑승객 기록을 한다"라면서 "복지관이나 은평천사원 쪽에서 타는 노약자들이 상당히 많다. 타는 분들이 거의 모두 정해진 정류장에서 타고 내리신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 운행할 때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는 100명 가까이도 타고 내린다. 1회차에서 5회차를 모두 합치면 12-1번에서 매일 350명에서 370명 정도 탄다"라고 전했다. 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끼리 입소문을 내기도 해서, 한두 명씩 타는 승객이 늘어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누가 어디서 탈지 알고… 정겨움이 가득한 버스
 
송태옥 도우미(왼쪽)가 정류장에서 장애인·노약자 셔틀버스에 타는 어르신을 보조하고 있다.
 송태옥 도우미(왼쪽)가 정류장에서 장애인·노약자 셔틀버스에 타는 어르신을 보조하고 있다.
ⓒ 은평시민신문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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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위에 오른 승객들은 서로가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릴지 서로가 알고 있다. 한 어르신은 중간에 버스 위에 오르면서 송태옥 도우미에게 요구르트를 건네기도 했다. 이 어르신은 "매일 은평뉴타운에서 역촌동까지 버스를 이용한다"라면서, "매일 무료로 버스를 탈 수 있고, 버스 타고 내리는 것도 도와주니 아주 만족하고 탄다"라고 이야기했다.

송태옥 도우미는 버스에서 타고내리는 승객이 있을 때마다 버스에서 내려 승객들의 안전을 도왔다. 매일 타는 사람에게는 '오늘은 어디 갔다 오시냐' 등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다른 어르신도 "버스 요금이 공짜가 아니라서 자주 이용한다. 친절하고, 안전하고, 타고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눈치를 주지 않고) 오히려 도와줘서 참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버스가 은평천사원 앞에 닿자 특수학교인 은평대영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버스에 올랐다. 한 어린이의 활동보조사는 "일반 버스에 타면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이고, 장애인 콜택시는 두 시간이 넘게 잡아야 할 때도 있어 불편하다. 이런 버스가 있어서 아이에게 참 편한 것 같아 좋다"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어느새 버스가 한 시간 사십 분의 운행을 끝나고 복지관으로 돌아왔다. "정말로 이 버스 하나만 타면 은평구를 전부 다 볼 수 있다"라던 송태옥 복지사의 말답게, 은평구 곳곳을 모세혈관이 돌아가듯 누빈다. 

12번과 12-1번은 버스가 들어갈 수 있는 은평구의 곳곳을 모두 들어간다. 매일매일 타는 이용객도, 기사와 도우미도 변하지 않는다. 사람 냄새가 나는 정겨운 시골 버스를 탄 듯한 느낌을 서울 한복판의 버스에서 느낀다는 것은, 이러한 버스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점이 아닐까.

저상버스 아닌 것 아쉬워… "내구연한 끝나면 도입할 것"
 
장애인·노약자 무료셔틀버스 12-1번의 내부 모습. 버스 한켠에 장애인 휠체어가 타고내릴 수 있는 리프트가 마련되어있다.
 장애인·노약자 무료셔틀버스 12-1번의 내부 모습. 버스 한켠에 장애인 휠체어가 타고내릴 수 있는 리프트가 마련되어있다.
ⓒ 은평시민신문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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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노약자 무료셔틀버스는 서울특별시에서 면허 및 관리를 담당하고, 관내 노인·장애인 관련 기관에 위탁 운영을 맡기고 있다. 하지만 관내 장애인복지관이 위탁 운영하는 도봉구, 성동구 등 다른 구와 다르게 은평구에서는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의 김승자 관장은 이에 대해 수년 전 은평천사원의 주차장 확장으로 버스의 주차공간이 사라지자, 기존 버스를 운행했던 은평천사원에서 은평노인종합복지관으로 이관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인에 비교해 보았을 때 장애인의 보행권이 많이 제약되기 때문에, 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언제든 운영권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원래대로 복원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많은 교통약자가 타고내리는 것에 비해 저상버스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성북구, 성동구 등 여러 지역에서는 계단 없이 타고내릴 수 있고, 장애인이 위험한 리프트 대신 경사로를 통해 타고 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를 장애인·노약자 무료셔틀버스로 운행하고 있다.

김승자 관장은 이에 "현재 버스의 내구연한, 즉 버스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서울시로부터 대차하는 버스는 저상버스로 운행할 수 있게 이야기가 되었다"라며 "이른 시일 안에 저상버스가 운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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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은평시민신문, #은평구, #교통약자, #장애인 교통권, #교통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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