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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쉽게 쓴 세계사 책 없을까? 세계사의 큰 맥락을 파악하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오던 참이었다. 철학은 둘째 치고, 세계사를 잘 모르니 어떤 책을 읽든 탁탁 막히는 부분들이 있어 답답했다. 하다못해 소설을 읽을 때도,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세계사 책들을 뒤적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책이 바로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황선종 옮김, 위즈덤하우스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황선종 옮김, 위즈덤하우스
ⓒ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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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와 '세계사'라니, 둘 다 내가 모르는 영역이다. '이 책은 내가 절대 이해할 수 없겠군' 하고 휘리릭 넘기다 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까지 익숙한 이름들이 보인다. 단번에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첫 장을 펼쳐 보았다. 제1부 제1장의 제목은 '화가에게 <토비아와 천사>의 주문이 쇄도한 이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출생의 비밀'로 이 책은 시작하고 있었다. '오호, 이 책 의외로 재미있을지도!' 그렇게 읽기 시작해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홀린 듯 읽어 버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아버지가 공증인이었다는 사실에서부터 이 책은 출발한다. 중세 시대 공증인은 사회적 신분이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공증인은 상속 등 가족 간의 결정이나 상거래상의 약속 등을 문서로 기록하고, 그것을 보증하는 일을 했는데, 그 기록을 남길 때 필요한 종이가 상당히 비싸서 서민들은 종이를 구하기 힘들었다고. 그뿐만 아니라, 그 시대 일반 서민들은 간단한 사칙연산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공증인을 의지했다고 한다.
 
그 당시 공증인은 돈과 관련한 내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었고 필요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주는 역할을 한, 말하자면 오늘날 회계사와 변호사의 업무 중 일부를 이행한 존재였다. (17쪽)

'아하, 그래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아버지 이야기로 회계의 역사를 시작한 거구나!' 이제야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내공이 상당한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 골치 아픈 회계의 역사를 이런 식으로 풀어내다니! 400페이지 내내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책이다. 회계뿐 아니라 세계사의 큰 맥락을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적어도 나는 이보다 더 쉽고 유익한 세계사 책은 여태 만나 본 적이 없다.

알고 봤더니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도 복잡하고, 어려운 회계, 재무, 경영 업무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기로 정평이 나있다고 한다.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의 저자 다나카 야스히로는 다나카 공인회계사무소 소장이자 도쿄도립산업기술대학 객원 교수이다. 와세다대학 상학부를 졸업한 후 외국계 컨설팅 회사 등에서 근무했다. 공인회계사로 일하면서 회계, 경영 컨설턴트 및 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실제 비즈니스에 필요한 전문적인 강의 외에도, 만담으로 배우는 회계와 인재 육성 방법 등 대중 친화적인 강의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계 이론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국내 출간 도서로는 <숫자 1도 모르는 당신이 마케팅 천재가 되는 법>이 있다.

회계의 역사는 15세기 이탈리아에서부터 시작된다. 동방무역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베네치아 상인들은 항상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았기 때문에 거래하러 가는 길에서 도적에게 공격을 받기 일쑤였다.

바로 이때 상인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무현금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환어음' 거래를 제공한 반코가 지금의 '은행(Bank)'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경제와 회계 관련 용어의 어원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동방무역은 여러 육로와 해로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배를 타고 무역에 나서는 남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바다나 강에는 해적들이 들끓었으며 악천후로 배가 침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타고 나서는 남자들, 곧 용감한 선원 리시카레(risicare)가 이윽고 '용기가 있는 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또한 '리스크(risk)'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바뀌었다. (21쪽)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은행'과 '부기'가 시작되었다면, 이제 무대를 옮겨 네덜란드에서는 '주식회사'와 '회계'의 개념이 생겨났다.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바로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다. 이렇게 중세의 이탈리아와 근세의 네덜란드로 이어지는 동안 상업은 점점 크게 몸집을 부풀렸다.

그리고 이제 무대는 영국으로 옮겨간다. 영국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석탄'이었다. 이 석탄으로 인해 '증기 기관'이 발명되었고, '증기 기관'의 발명은 '증기기관차'를 만들었다. 증기기관차와 철도회사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근대'에서 '현대'로, 정신없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증기기관차는 새로운 '자주식 교통수단'의 출현에 그치지 않고, '고정자산이 많은 주식회사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는가'에 대한 세계 최초의 실험이기도 했다. 설사 기술적으로 증기기관차가 완성되었다고 해도 그것을 '조달과 운용'면에서 지탱하는 조직이 없으면, 세상에 확대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139쪽)

'증기기관'이 영국의 산업혁명을 견인하고, 증기기관차와 증기선이 등장하면서 통신망이 발전했다. 바로 이 '탈 것'의 출현과 발전으로 인해 회사의 자금 조달이 거대해지고, 이런 변화가 회계제도의 혁신을 초래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본래 '자신을 위해' 실행되던 회계가 '타인을 위해' 실행되었다. 이것이 바로 재무회계의 역사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철도산업이 이동하고, 유럽과 달리 규모를 중시하는 경영과 대량생산의 역사가 미국에서 시작된다. 저렴하고 폭넓게 파는 미국 브랜드의 제조 현장에서 원가계산과 관리회계가 발달했다.

이윽고 듀퐁의 '스타킹'으로 대표되는 다각화가 시작되자 사업부는 '효율'을 추구하면서 실적을 관리하게 된다. 그리고 끝으로 등장하는 것이 '레코드'다. 중요한 것은 레코드에 수록된 정보로서의 음악이다. 정보가 '가치'를 낳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미국의 산업구조와 경영의 변화를 따라가는 길에는 재즈와 로큰롤이 흐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돈의 흐름에 따라 역사도 흘러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보면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돈(경제)'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겠다. 학교에서 배웠던 왕의 계보와 주요 사건이 발생한 연도를 달달 외우는 방식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겐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돈의 흐름, 그에 따른 경제의 흐름과 함께 역사의 살을 붙여나가는 방식이 세계를 이해하는 더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는 산업과 경제의 흐름을 따라가며 역사와 문화, 예술, 굵직굵직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함께 곁들인다. 이 모든 것들이 어찌나 맛깔나게 버무려졌는지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책은 세계사와 경제를 이해하는 데 매우 훌륭한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모임에서 아는 척하기 좋은 깨알 지식들이 곳곳에 숨어 있으니 그것들을 메모해 두고 나중에 써먹을 생각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에서 얻은 지식을 큰 줄기 삼아 이제 여기에 세계사의 살을 붙여 나가면 되겠다. 본격적으로 세계사 공부에 도전하는 마음이 더 이상 무겁지 않다.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은 책이다. 세계사와 경제, 경영의 큰 줄기를 함께 이해할 수 있으며, 재미있고 유익하다.

무엇보다 쉽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다. 알쏭달쏭 헷갈리는 용어와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중간중간 도식과 그림을 곁들여 이해에 도움을 준다. 역사와 경제 모두 문외한인 내가 이 400페이지의 책을 막힘없이 한달음에 읽어나갔으니,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우물쭈물 하지 말고, 일단 한 번 읽어보시라.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

다나카 야스히로 (지은이), 황선종 (옮긴이), 위즈덤하우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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