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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직장에서 승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직급은 중간 간부직들이라고 할 수 있다. 동기보다 한두 해 늦을지는 몰라도 대리나 계장 과장 등의 직급에 오르기는 상대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부장, 팀장, 상무이사 등으로 직급 상향은 대개 훨씬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이런 까닭에 대다수 직장인은 고위 직책을 맡아보기도 전에 퇴사 혹은 은퇴하기도 한다.

군대도 비슷하다. 장교의 경우 소령 직급까지는 그런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직렬의 경우 중령, 병과의 경우는 대령다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게 현실이다. 
 
로마 교외를 떠도는 일군의 개 무리. 이들을 관찰한 결과, 중간 서열층에서 먹이와 짝짓기를 두고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마 교외를 떠도는 일군의 개 무리. 이들을 관찰한 결과, 중간 서열층에서 먹이와 짝짓기를 두고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것으로 드러났다.
ⓒ 시모나 카파조(로마 수의서비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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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이뤄 사는 속성이 있는 개들은 어떨까? 지금까지 대다수 전문가는 이른바 '탑 독'(top dogs)에서 경쟁이 가장 살벌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로 치면 이사 이상의 임원급, 군대로 치면 적어도 대령 혹은 준장 이상 계급에서 승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관찰과 연구에 따르면 개들의 서열 경쟁 역시 사람과 비슷하게 중간층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 엑스터 대학과 이탈리아 로마 수의 서비스 센터가 공동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 공동 연구팀은 한해 내내에 걸쳐 로마 교외를 배회하는 야생 개들의 무리를 자세히 관찰했다. 이들은 모두 27마리의 암수로 구성된 무리로 특정 견종이라기보다는 이른바 믹스견 즉, 잡종 개들이었다.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려견. 개들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곤 사람에게 복종적인 자세를 취한다.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려견. 개들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곤 사람에게 복종적인 자세를 취한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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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개 무리는 야생 생활을 했지만 먹이는 사냥보다 사람들이 버리거나 주는 음식에 의존했다. 하지만 무리 생활을 하는 야생의 늑대 등과 마찬가지로 먹이 확보와 짝짓기 서열을 두고는 경쟁을 벌였다. 

연구자 중 한 명인 엑스터 대학의 매츄 실크 박사는 "서열이 없으면 매번 먹이와 짝짓기를 놓고 너무 큰 희생을 치를 수 있다"며 "서열이 정해지는 게 에너지와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간 사회로 친다면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데 서열이 정해져 있으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들에 있어 보다 앞선 서열로 올라서는 건, 인간 사회에서 신분 상승과 비유할 수도 있다. 한데 이런 상승 욕구가 개의 무리에서 가장 강하게 작동되는 계층이 최상위층이 아닌 '중간층'이라는 것이다.

이번 관찰 대상이 된 27마리로 이뤄진 개 무리는 대체로 나이에 따라 서열이 정해졌고, 수놈이 암놈보다 우위에 있었다. 결국 중간층에서 가장 치열한 것으로 드러난 서열 경쟁은 비슷한 나이 또래들 사이에서 있었다. 

떠돌이 개 집단이지만, 이들의 우위 혹은 열세 행동은 집에서 키우는 개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높은 서열의 개가 낮은 서열의 개 뒤쪽을 앞발로 올라타고, 몸을 꼿꼿이 세우며 머리와 꼬리를 치켜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때 낮은 서열의 개는 시선이 마주치는 걸 피하고, 머리와 귀를 낮추는 한편 누워서 복부와 가슴을 드러내놓는 행동으로 복종 의사를 표시했다.

직장에서 부하가 상사를 대할 때 위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이나 개 세상이나 서열이 작동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비슷하다는 점이 이번 연구로 다시 확인된 셈이다.  

태그:#서열, #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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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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