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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교양과목인 <지역사회와 서포터즈> 수업의 2019년 1학기 수강생들이 1. 지역사회 현장에서 또는 지역에서 살아가며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는 내용과 2.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로 해보고 결과를 남긴 수기 콘텐츠입니다. [편집자말]
 초등학교 2학년 때 춘천으로 왔다. 무려 12년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지금까지 나는 이 지역에 큰 애착도, 관심도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나는 춘천지역 사회와 공동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런 내가 12년 만에 처음 춘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교양과목인 <지역사회와 서포터즈>라는 수업을 듣게 되면서다.
  
이 수업에서는 관심을 가지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로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수업의 최종 과제 또한 내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직접 실천해보는 것이었다. 당시 이 과제를 받자마자 든 생각은 전공을 살려보고 싶다는 점이었다. 내 전공은 간호학과였고, 전공을 살려서 가장 어렵지 않고, 간단한 활동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바로 기본 중의 기본인 '손 씻기'에 관한 것을 생각했다. '가장 보편적인 위생인 손 씻기만 잘해도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손 씻기 운동을 택해 내가 속한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활동해보고 싶었다. 특히 당시 A형간염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이 질병에 있어 손 씻기가 최고의 예방 방법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업을 통해 '때론 내가 느끼는 생활 속 불편함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거나, 사소하지만 공동체를 위한 의미 있는 아이디어가 지역을 바꿀 수도 있다'며 춘천지역의 시민참여 활동 사례를 배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직접 찍은 올바른 손 씻기 6단계. 일반적으로 붙어있는 포스터와 다르게 좀 더 쉽고 간략하게 방법을 적어놓으려고 노력했다.
 직접 찍은 올바른 손 씻기 6단계. 일반적으로 붙어있는 포스터와 다르게 좀 더 쉽고 간략하게 방법을 적어놓으려고 노력했다.
ⓒ 홍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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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업을 들으며 느낀 것 중 하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인 춘천은 다른 지역보다 시민의 주도적인 참여를 더 요구하는 것 같다. 지방정부에서 내세운 슬로건도 '춘천, 시민이 주인입니다'이며,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 시민이 주도적으로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그런 활동들을 장려했다. 예를 들자면 작년 7월과 8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제안하고, 선정한 아이디어로 정책을 만드는 '행복한 시민포럼'이 열렸고, 올해의 경우 '통(通)하는 행복주권 정책박람회'를 진행했다.

여기에 최근 춘천에서는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앞장서는 '소셜 리빙랩' 같은 활동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올해 3월까지 13개의 팀이 각각 가정 음식쓰레기 지렁이 박스로 해결하는 프로젝트나 노인 돌봄 마을 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 청소년 우울증 극복 프로젝트 등을 진행됐고, 심지어 고등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낸 쓰레기 배출 해결 아이디어도 실천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올해 4월에는 처음으로 춘천시와 지역대학이 연계해 '2019 춘천 소셜 리빙랩 "U"- 캠퍼스를 바꾸는 120일' 같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모도 진행됐다.

이처럼 춘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에 대한 사례를 배우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지역사회 분위기에 맞춰 내가 거주하고 있는 춘천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공중보건' 아이디어를 실천해보고 싶었다. 이런 생각에서 내가 실천한 활동은 정말 간단하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손소독제를 걸어놓고 그 목적과 제대로 손 씻는 방법을 작성해 붙여놓는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짧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제대로 실천한다면 큰 예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들 한 번쯤은 화장실이나 벽에 손 씻는 방법을 알려주는 포스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손 씻기 6단계에 관한 포스터를 많이 봤었는데 이 포스터에서는 손 씻는 방법과 순서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손 씻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이를 통해서 질병을 예방하고 질병의 전파를 막는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이 일반적인 '포스터 부착'과는 다른 부분은 직접 손소독제도 바로 옆에 설치해놓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닌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이 활동 자체는 아파트 한 라인에서만 진행했지만 개인의 질병 예방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전염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춘천이라는 더 큰 지역사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이라고 보았다.

 
손 소독제의 양을 2-3일 간격으로 찍어 표시해두었다. 줄어드는 모습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손 소독제의 양을 2-3일 간격으로 찍어 표시해두었다. 줄어드는 모습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 홍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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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찍은 올바른 손 씻기 6단계. 일반적으로 붙어있는 포스터와 다르게 좀 더 쉽고 간략하게 방법을 적어놓으려고 노력했다.

손소독제의 양을 2-3일 간격으로 찍어 표시해두었다. 줄어드는 모습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12일 동안 절반 이상의 손소독제를 사용하였다. 사실 아파트 총 15층에 사는 사람들의 총인원을 생각했을 때 아주 효과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틀간의 간격으로 보았을 때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다. 이 말은 '쓰는 사람들은 계속 사용했다'라는 말로 볼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사진을 정확하게 찍기 위해서 첫날 이후 손소독제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 또한 매일매일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면서 장단점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먼저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는 것이다. 또한 집에서 밖으로 외출할 때 더 청결하게 나가는 느낌을 확실히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출근길이나 약속이 있는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마냥 가만히 서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적었다. 마저 거울을 보면서 준비를 한다거나, 재 정돈을 한다거나 하는 시간이 많았다는 뜻이다.
  
이 활동을 하기 전에 걱정했던 또 다른 부분은 연령층이었다. 우리 아파트에 살고 계시는 주민분들의 연령층이 높아서 손소독제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았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면서 지켜본 결과, 같이 타고 계시는 연령층이 높으신 분들이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활동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불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활동 목적의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제를 하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처음 가봤다. 가서 내 활동을 해도 되는지 여쭤봤고 어떤 의도로 이를 진행하는지 설명을 했다. 놀랍게도 그동안 관리사무소가 어디 있는지 그 위치를 이때 처음 알게 되었고, 관리사무소 직원분들과 처음 대화를 나눠보았다. 이렇게나 내가 이 지역사회에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이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손쉽게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작은 아이디어라도 실천해보는 것이 지역사회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서포터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에서 내 경험을 공유해본다.
 

태그:#지역사회, #춘천, #지역사회 서포터즈, #지역을 배우다, #손씻기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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