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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 회동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1년 3개월 전에 했던 발언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당시 처음으로 '남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진전 상황에 따라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2018년 3월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2018년 3월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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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3월 21일,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가 열렸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첫 판문점 남북정상회담(2018년 4월 27일)을 준비하는 기구로서 위원장과 총괄간사는 각각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맡았다. 첫 회의는 앞서 3월 16일에 열렸지만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참석한 제2차 회의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외에도 이상철·남관표 국가안보실 1·2차장,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이덕행 통일정책비서관, 권희석 안보전략비서관, 최종건 평화군비통제비서관 등이 관련 참모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언론에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먼저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그것도 군사분계선 남쪽 우리 땅에서 열리는 것도 사상 최초고, 대통령 취임 1년 이내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것도 사상 최초다"라며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라고 첫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다"라며 "그리고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은 남북 사이의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북미 사이의 경제협력으로까지 진전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남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후 같은 해 6월 첫 북미정상회담(2018년 6월 12일)이 열린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왔고,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목표와 비전, 싱가포르회담 성과와 거의 일치

이렇게 '남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회담들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의 핵과 평화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가보지 않은 미답의 길이지만 우리는 분명한 구상을 가지고 있고, 또 남북미 정상간의 합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분명한 목표와 비전"으로 ▲ 한반도 비핵화 ▲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 북미관계의 정상화 ▲ 남북관계의 발전 ▲ 북미-남북미 간 경제협력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목표와 비전은 그로부터 석 달 뒤에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와도 거의 일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싱가포르선언'(2018년 6월 12일)을 통해 ▲ 북미관계 개선 ▲ 한반도 비핵화 ▲ 평화체체 구축에 합의했다. 앞으로 열릴 북미대화의 핵심은 이러한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단하고, 김정은은 대담하며, 문재인은 끈질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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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첫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던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뤄진다면 이것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2019년 2월 27~28일)이 '노딜'로 끝나고, 이후 4개월여 동안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위한 북미대화가 중단됐다. 한반도 비핵화 정의와 해법 등을 둘러싼 북미 간 근본적 차이로 인해 당분간 북미대화가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은 친서를 교환하며 상호신뢰를 계속 유지했고,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제안 등을 통해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북미정상의 상호신뢰 유지와 전략적 인내, 문 대통령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한미정상회담 직후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 회동이 판문점에서 이뤄졌다.

지난 2018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평창데탕트'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실질적 비핵화 성과'가 없었다는 거센 비판도 있었지만, 이러한 성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 회동을 가능케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취임한 이후 자신의 지론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바탕으로 끈길기게 북미대화를 추동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점에서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는 대단하고, 김정은은 대담하며, 문 대통령은 끈질기다"라고 평가한 것은 지극히 온당하다. 

다음은 문 대통령이 2018년 3월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한 모두 발언 전문이다.

"오늘 두 번째 회의죠. 남북 정상회담, 역사적인 회담 준비하시느라고 수고들 많으십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그것도 군사분계선 남쪽 우리 땅에서 열리는 것은 사상 최초입니다. 아주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또 대통령 취임 1년 이내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도 사상최초이고, 역시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입니다. 장소에 따라서는 더욱 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진전 상항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회담들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의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합니다.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미답의 길이지만 우리는 분명한 구상을 가지고 있고, 또 남·북·미 정상 간의 합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와 북미 관계의 정상화, 남북 관계의 발전, 북미 간 또는 남·북·미 간 경제 협력 등이 될 것입니다. 준비위원회가 그 목표와 비전을 이룰 수 있는 전략을 담대하게 준비해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목표와 비전 전략을 미국 측과 공유할 수 있도록 충분히 협의하기 바랍니다.

한 가지만 좀 더 당부하자면 회담 자료를 준비할 때 우리 입장에서가 아니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각각의 제안 사항들이 남북과 미국에 각각 어떤 이익이 되는지, 우리에게는 어떤 이익이 있고 북한에게는 어떤 이익이 있고, 또 미국의 이익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익들을 서로 어떻게 주고받게 되는 것인지 이런 것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그렇게 준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그:#남북미 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 #문재인, #트럼프,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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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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