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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교양과목인 <지역사회와 서포터즈> 수업의 2019년 1학기 수강생들이 1. 지역사회 현장에서 또는 지역에서 살아가며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는 내용과 2.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로 해보고 결과를 남긴 수기 콘텐츠입니다. [편집자말]
서울에서 살면서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보통 주말에는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친구들을 만날 때, 누군가와 약속을 잡아 놀려고 할 때 우리는 지역에서 만나는 것보다 이태원이나 홍대 같은 핫한 곳에서 보냈을 확률이 높다. 나 또한 그러했었다.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진 말이다.

내가 지칭하는 이 수업은 한림대학교 교양과목인 <지역사회와 서포터즈>를 말한다. 이 수업에서는 수강생들에게 지역, 사회, 서포터즈 등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려 본인이 설정한 범위를 위한 활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자면 지역을 '춘천'으로 할 수도, 지금 거주지로 할 수 있으며, 서포터즈 활동의 경우에는 공동체를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도, 내가 사는 지역을 소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봉사'만이 지역에 그리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내가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단순 봉사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을 깨우치게 해준 이 수업은 대학의 진정한 의미인 교양을 배울 수 있는 그런 교양다운 수업이었다.

이 수업을 들으며 '지역사회를 위한 서포터즈 활동'에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문득 내가 살던 고향에 가보고 싶었다. 수업에서 특정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거나 행사/공연/축제에 참여해보는 것만으로도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정한 이번 학기 활동의 이름은 '#내가 살던 고향은'이다. 고향 주변을 거닐며 나들이 할 수 있고 이와 더불어 지역 상권에서의 소비 또한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것이고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5월 18일 친누나와 함께 일단 집을 나섰다. 내 고향에 가서 사진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그래서 추억을 회상해보는 활동을 이 수업을 통해 해보기 위해서이다. 우리 집 남양주시 퇴계원면에서 서울시 중랑구 망우리 까지 대중교통으로1시간이 소요된다. 원래 계획은 조금 더 일찍 출발하려고 하였으나 가져갈 사진을 고르는 과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 시간이 지체되었다. 707번 버스를 타고 망우리에서 내려, 15분 정도를 더 걸어 올라갔다. 실제로 어렸을 적 내가 다니던 길을 다시 한 번 걷고 있으니 발은 걷고 있지만 쉬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고른 첫 번째 사진은 용마랜드였다. 과거에는 어린이대공원이 부럽지 않은 규모의 놀이동산이었다. 예전 우리집은 지금보다 금전적 여유가 좋지 않았지만 내가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 부모님은 나와 누나를 데리고 나들이를 자주 가셨다. 용마랜드는 예전 우리가 살던 곳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자주 방문했었고 그만큼 추억도 사진도 많은, 나에게 특별한 장소이다.

용마랜드는 산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조금 걸어가야만 했다. 올라가던 길 옆에는 '봉화중학교'가 있었는데 학교 정문 앞에서 아이스께끼를 파시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날 날씨가 엄청 더웠기 때문에 누나와 함께 '아이스께끼'를 사먹었다.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이미 각자 하나씩 아이스께끼를 들고 있었다. 할아버지께 가격을 여쭈어보니 개당 천 원에 살 수 있었다. TV속에서 보았던 아이스께끼 장사를 직접 보게 되니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봉화중학교 앞 아이스크림을 사고 있는 모습
 봉화중학교 앞 아이스크림을 사고 있는 모습
ⓒ 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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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다본 용마랜드 전경
 위에서 내려다본 용마랜드 전경
ⓒ 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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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랜드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한 명당 만 원이었다. 입장하면 시간제약 없이 폐장할 때까지 있을 수 있지만 사실 만 원이라는 금액은 많이 아쉬웠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5천원이었던 입장료가 유명세를 타고 많이 오른 것 같다.

용마랜드 안으로 입장한 후 가방에 넣어왔던 사진들을 꺼냈다. 그리고 사진 속 장소를 찾아 나섰다. 아래에 첨부한 사진은 어렸을 적 함께 찍었던 사진과 지금의 모습이다. 놀이기구에서 찍은 사진은 많았지만 그 사이 성장해서 이용할 수 없게 된 것들도 많았고, 이미 과거의 흔적이 사라진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사진만 따라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와 누나의 과거를 찾아 이곳저곳 살피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정한 주제를 위해서가 아닌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어 가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누나와 용마랜드에서 함께 찍었던 사진
 어린시절 누나와 용마랜드에서 함께 찍었던 사진
ⓒ 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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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나 다시 찾은 용마랜드에서 누나와 함께 찍은 사진
 20년이 지나 다시 찾은 용마랜드에서 누나와 함께 찍은 사진
ⓒ 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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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랜드 구경을 끝마친 뒤에는 동부고려제과에 갔다. 여기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갔었던  빵집이다. 맛있어 보이는 여러 가지 빵을 골라 계산할 때 사장님으로 보이시는 분께서는 서비스라면서 빵을 하나 더 얹어주셨다. 비록 과제 때문에 방문했지만, 예전 기억이 조금씩 묻어있는 고향에 가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고향은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자리 그대로였고, 가장 몰라보게 변한 건 나라는 걸 새삼 깨달으며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내가 살던 고향은' 활동은 나와 같이 단순히 본인이 태어났던 고향만을 가야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장소를 추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본인의 고향 / 부모님의 고향
2. 가보고 싶었던 공간 또는 장소
3. 부담 없이 가볼 수 있는 공간 또는 장소
4. 꼭 가봐야 하는 공간 또는 장소


이 주제는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권이 아닌 지역 상권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의를 가진다. 부모는 자식에게 옛 시골을 소개 시켜줄 수 있고, 자식은 부모에게 본인의 추억의 장소를 소개 시켜 줄 수 있다. 단순히 나들이를 떠나기보다는 과거에 찍었던 사진 한 장을 주제로 이색적인 나들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향세' 같은 정책적 목소리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가볍게 참여할 이런 활동이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 활동은 수업과제에서 끝나지 않고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기능을 활용, 캠페인형식으로 모두가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모두에게는 각자 다른 본인만의 고향이 있다. 그곳이 지역이든 나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장소이든 말이다. 모두가 본인이나 가족의 추억이 깃든 장소에 다시 가본다면 어떨까? 소중한 사람과 함께했던 다양한 장소도 좋다. 이날 낯설지만 익숙한 장소에 가보는 느낌은 새로웠다. 그리고 이러한 기분을 모두가 함께 공유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흥거리가 많고 유명한 곳을 가는 것도 좋지만, 이번 주말 시간을 내어 가족과 함께 고향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태그:#지역사회, #춘천, #지역사회 서포터즈, #지역을 배우다, #고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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