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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지곡동 549-2번지에 그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비틀스가 있고 멜로디 가르도가 있으며 '짙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인디 가수도 있습니다. 여러 단골도 있습니다. '그곳에 그 카페'는 카페 주인과 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 기자말

동네 카페를 운영 중인 원호씨가 물었다.

"카페에서 떠드는 손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일 것이다. 

카페를 차리기 전에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여러 카페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음악감상 카페를 차릴 계획이었으니 자연스럽게 비슷한 형식의 카페를 우선으로 찾아봤다. 그중 관심을 확 끌어당기는 카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출입구 옆 바깥벽에 붙어 있는 한 장의 안내문이 인상적이었다. 
 
- 동행은 3인까지만 가능
- 통제 불가능한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기분 좋은 분, 음량 조절에 자신 없는  분은 입장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음악을 감상하는 카페라고 하지만 너무 엄격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주인의 배짱이 두둑하다고 느꼈다. 카페가 제대로 운영될까 염려도 됐다. 손님들이 그 안내문을 봤을 때 어떤 마음이 들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카페를 차리기 전이어서인지 손님 입장에서의 생각이 더 큰 게 사실이었다. 

카페를 개업하면서 그 문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한 번은 손님 넷이 왔는데 떠드는 정도가 지나치게 느껴졌다. 목청을 높여 말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큰소리로 주고 받는 욕설에 카페가 울릴 정도였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쳐다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카페에서 떠드는 손님에 관한 문제, 그것은 카페를 개업하면서 현실적인 과제로 다가왔다.
 카페에서 떠드는 손님에 관한 문제, 그것은 카페를 개업하면서 현실적인 과제로 다가왔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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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두 명씩 패가 갈라져, 때로는 넷이서 싸우듯 나누는 대화가 계속됐다. 넷이서 동시에 박장대소하며 옆 동료의 어깨를 때리고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결국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계획보다 일찍 일어서 나가면서 "저런 손님에게는 말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질책같은 충고를 남겼다.

손님이 너무 없던 개업 초기에는 한 명의 손님이라도 아쉬운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이기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손님들에 대한 배려와 서비스 차원에서 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서 소개한 카페 안내문을 쓴 주인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고도 정중하게 부탁했다. 

"저... 죄송한데요.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주시면..." 

말끝도 분명하지 않을 만큼 긴장한 목소리였다. 네 명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중 한 명은 "네..."라고 대답했고 두 명은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문제는 남은 한 명이었다. 벌떡 일어나더니 "야! 가자!" 소리치듯 말하고는 발걸음을 떼었다. 순간 동시에 다른 세 명도 벌떡 일어나 뒤따랐다. 당황한 나는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들은 대꾸하지 않았다. 

화난 얼굴로 카페를 나가는가 싶더니 한 명이 홱 돌아서 나를 보며 소리쳤다.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네. 카페 와서 재밌게 얘기하는 것은 기본이지, 그런 거로 시비를 걸어요? 그런 것도 못 보면서 왜 카페를 해요?"

억울했다. 하지만 연신 사과를 해야만 했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출입문 밖까지 따라 나가며 계속 사과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는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못 오게 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당혹스러움과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우리 카페에 대한 나쁜 입소문이 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됐다. 괜한 말을 한 것은 아닐까 후회하기도 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도 떠드는 손님들이 왔지만, 조용히 해 달라고 말을 한 적은 없었다.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자체가 두려웠다. 그저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쓴 표지판을 걸어두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쓴 표지판을 걸어두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쓴 표지판을 걸어두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이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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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카페에 자주 오는 단골들에게 이 문제에 관해 의견을 물었다. 

먼저 떠드는 손님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앞서 말한 내용과 거의 상응하는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견으로는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나누기 위해 카페를 찾는 것인데 떠드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는 반론이었다. 

결국 합리적인 선에서는 괜찮지만 지나치게 떠드는 것은 안 된다는 원론적인 얘기로 토론을 끝냈다. 하지만 '합리적'인 선이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의 입장, 조용히 대화하는 손님과 카페의 기능을 내세우며 적당히 떠드는 것은 괜찮다는 손님의 관점의 차이는 오늘도 여전히 존재한다. 

카페에서 떠드는 손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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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에서 음악감상카페를 경영하는 DJ입니다.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