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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백 성우
 김상백 성우
ⓒ 김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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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렸을 적 즐겨봤던 영화나 애니메이션,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다 제쳐두고 몰입했던 게임, 성인이 돼서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의 안내 음성까지 이 모든 분야에 활동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성우'이다.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

김상백 성우는 2009년 KBS 공채 34기로 입사했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선량하고 힘찬 목소리로 주로 미청년 역할이 잘 어울리는 성우이다. 음색이 다양해 게임 더빙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대표작으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스웨인, 코르키, 카사딘, 녹턴 역할을 맡았다. 또한 라디오 드라마와 외화, 내레이션 등 그의 목소리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남부터미널의 한 카페에서 천의 목소리를 가진 그를 만났다. 화면 뒤 얼굴 없는 배우로 열연하는 성우. 김상백 성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성우의 매력 
     
김상백 성우
 김상백 성우
ⓒ 김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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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우가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렸을 때 다들 만화 많이 보시잖아요? 저도 성우의 꿈이 만화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20살 때 애니메이션 매력에 빠져서 대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성우의 길을 걷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성우 공부를 하다 보니 언어를 표현하는 매력에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성우라는 직업에 매료가 됐죠."

- 성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전 사실 연기전공도 아니고 예술과는 거리가 먼 경영전공이에요.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을 했어요. 처음에는 학원과 개인 과외를 하며 성우에 입문을 했죠. 그런데 저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우연치 않게 연극 연출 선생님을 만났어요. 이때부터 연기가 많이 늘었죠. 그리고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있는 인물들을 분석하고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무엇보다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면서 저만의 뚜렷한 연기관을 세웠죠. 연기관을 세우면 연기를 할 때 더 확실한 캐릭터를 잡을 수 있거든요."

- 김상백 성우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이 질문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발성, 발음, 호흡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목소리보단 내면이 자유로워야 연기가 자유롭게 나온다고 생각해요. 대중들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세상을 자유로운 사고로 바라봅니다. 특히 저는 독특한 사고를 하려고 노력해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방향으로 접근을 하죠"

- 성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성우는 프리랜서의 장점을 가지고 있죠. 자기 스케줄을 자기가 관리하기 때문에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죠. 주체적으로 나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저의 능력껏 일한 만큼 돈 버는 것이 좋죠.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생각과 사고를 작품을 통해서 풀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해요. 내가 맡은 역할이나 캐릭터가 생명을 얻고 그 결과물을 대중들에게 선보일 때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죠."
 
- 성우 연기와 배우 연기의 차이점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연기에 대한 흐름은 동일해요. 하지만 매체에 차이가 제일 크죠. 성우는 라디오드라마처럼 오디오 위주 연기다 보니 많은 설명과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 줘야 하죠. 이 과정에서 표현이 다소 과정 되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해야 내용의 전달이 잘 되거든요. 성우의 딜레마죠. 배우의 연기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시각 정보가 많은 부분을 해결해주기 때문에 표현이 자유롭죠.

또 성우가 연기자이자 방송인이거든요. 그래서 정확한 방송언어를 써야 하고 많은 부분을 순화시켜 표현하죠. 영화 더빙만 보셔도 아실 거예요. 원작에서는 배우가 욕하는 장면인데 더빙판에는 '젠장'이 단어 하나로 표현되잖아요. (웃음) 그리고 성우는 연기뿐 아니라 기업 홍보, 광고, 내레이션 등 매체 성격에 따라 화술이나 감정이 달라지죠. 한마디로 작품 안에서만 놓여있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배우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 중 가장 잘했거나 혹은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요즘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오디오북도 많이 활성화가 됐어요. 저도 최근에 '윌라'라는 오디오북 플랫폼에서 녹음을 하고 있죠. '한자와 나오키'라는 책을 녹음 중이에요. 이 책이 4권으로 된 일본 소설인데, 지금까지 저 혼자 1, 2권을 완독했죠. (웃음)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한번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성우 생활을 돌이켜보면 잘한 작품은 없어요. 항상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근데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 있어요. 전속 성우 때 했던 소설 극장 <지리산>이라는 작품이에요. 주요 배역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여러 조연을 맡으면서 우리나라의 아픈 현실을 새롭게 직시할 수 있었고 한국이란 나라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됐죠. 그리고 내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걸 알게 한 작품이죠. 여러 배역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저를 한층 더 성장시켜준 고마운 작품이죠." 

성우가 나아가야 할 방향
      
녹음실에서 내레이션 녹음 중인 김상백 성우
 녹음실에서 내레이션 녹음 중인 김상백 성우
ⓒ 김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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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우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도 지망생을 거쳐 성우가 됐지만, 성우가 쉬운 길은 아니에요. 먼저 방송사마다 선발기준이 다르겠지만 연기만 놓고 봤을 때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이죠. 평가하는 사람의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이죠. 그래서 더 지망생들은 자신만의 매력을 키워야 돼요. 자기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연기관이 생기거든요. 두 번째는 기본에 충실해야 됩니다. 이 말이 너무 진부하고 교과서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연기의 기본 발성, 발음, 호흡, 장·단음을 몸에 체화를 시켜야 자유로운 연기를 할 수 있어요. 마지막은 제일 중요한 '한국어'을 사랑해야 합니다. 성우가 쓰는 도구가 바로 '한글'이기 때문이죠. 모든 한글을 내입으로 읽는다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 지금 한국의 더빙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습니다. 그렇다면 이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성우가 뒤에 활동하는 직업이다 보니 시대 흐름에 따라 뒤쳐질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위기가 기회입니다. 성우들이 다양한 매체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가진 예술성을 되찾고 목소리의 부피와 질감을 찾아 대중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야 해요. 물론 제도적으로 높일 수 있죠. 하지만 그 전에 제작여건 향상을 통한 성우의 질을 높여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간다면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더빙의 효과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나라 국민이 한국어를 사랑해 준다면, 자연스럽게 한국 제작 애니메이션 비율도 높아지겠죠. 그럼 동시에 더빙률도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앞으로 성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요즘 4차 산업이 진행됨에 따라 인공지능이 예술 분야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예술이란 행위는 오직 사람만이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합당한 감정 대해 정확하게 표현하고, 말이 가진 부피와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성우이죠.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칠 수 있겠죠. 하지만 각각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개성까지 살리진 못 하죠.

성우들도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소리예술을 보여준다면 문제없을 거라 생각해요. 개인적인 바람은 시대가 변해도 인간이 갖고 있는 감성은 변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인간의 본성이나 감성을 담고 있는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그 정점에는 항상 성우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웃음) 앞으로 더 성우를 사랑해주시고 한글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태그:#성우, #인터뷰,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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