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02 11:57최종 업데이트 19.07.20 14:56
 

2015년 KBS <뉴스광장>은 "10년 뒤 택시와 사무원이 사라진다"고 보도했다. 현실성 없는 기술전망을 비판의식 없이 보도하는 것은 한국 언론의 큰 병폐 중 하나다. ⓒ KBS 화면캡처

 
2015년 12월, 놀라운 뉴스가 한국을 강타했다. "10년 뒤 택시운전수와 사무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오락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전문가'의 실없는 예언이 아니었다. KBS <뉴스광장>이 꽤나 진지하게 전한 소식이었다.

이제 6년 뒤에는 택시기사와 사무직원을 박물관에서 밀랍인형으로나 볼 수 있게 될까? 질세라, 뉴스전문 채널 와이티엔(YTN)도 거들고 나섰다. "인공지능에 밀려 사라질 직업"으로 택시기사와 공공기관 직원을 꼽은 것이다.


언론이 '머잖아 사라진다'는 직업은 기자에서 의사, 법관, 교수까지 다양하지만, 늘 첫 손가락에 꼽는 단골은 예외 없이 택시기사다. 2016년 <머니투데이>는 한술 더 떠, "5년 후 택시기사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택시 박물관' 개관일이 2년 앞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이렇듯 전망은 몇 년씩 다를지언정, 한국 대다수 언론은 '택시기사의 종말'을 당연한 진리처럼 떠받들고 있다. 이들의 신념을 들여다보면 종말론과 유사하다. 증거도 없이 믿는다는 점이 그렇고, 연도가 차일피일 미뤄진다는 점에서 그러하며, 매번 헛소동으로 끝나는 걸 보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점도 그렇다.

이들의 뜨거운 신앙 뒤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교주가 있다. 웨이모(구글), 테슬라, 우버, 타다 등의 플랫폼 기업들 말이다. 이 종교 지도자들은 사업계획서, 기업 홍보물, 보도 자료를 경전 삼아 '복음'을 전하고, 언론은 그 말씀을 '일점일획' 어긋남 없이 세상에 전파하고 있다.

그들의 설교를 들여다보면, 차가 스스로 움직이고 혼자 하늘을 나는 기적에서 시작해, 고통과 죽음이 없는 도로를 지나 자동차 무소유의 낙원, 잿빛 주차장이 푸른 초원으로 바뀌는 에덴의 땅이 약속돼 있다. 무엄한 질문이 되겠지만, 그동안 이 교주들이 내놓은 예언은 얼마나 성취되었을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기에는 헛소리가 너무 심했던 탓이다.

2030년 모든 택시가 자율주행?
 

'자율주행 시대에는 택시가 경쟁력이 없다'는 이재웅 대표의 트위터. 그는 "2030년까지 한국의 모든 택시가 자율주행으로 바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하버드-MIT연구팀의 가격 분석 연구에 따르면, 자율주행 택시는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보다 훨씬 더 경쟁력이 떨어진다. ⓒ 이재웅 트위터 캡처

 
일단 '토종 교주'의 말씀부터 살펴보자.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2018년 "앞으로 11년 후인 2030년엔 우리나라 택시 전체가 자율주행 택시로 바뀐다"는 전망을 내놨다. 나는 이재웅 대표에게 내기를 제안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들의 믿음과 달리, 내 회의에는 이유가 있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자율 주행차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적 한계보다 경제성 문제다. 자율주행이 기사를 대체하려면,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거나 최소한 비슷해야 한다. 문제는 자율주행 운영비가 인건비의 몇 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앞의 기사에서 우버, 그랩, 타다 등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매출이 늘수록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저임금, 퇴직금, 4대 보험, 산업재해 등 사용자가 법적으로 져야 할 책임마저 나 몰라라 하는데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업모델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자칭 '공유경제' 업체들이 자율주행에 목을 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록 현재는 암울하지만 '자율주행만 도래하면 만사해결'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이 일종의 '메시아'인 셈이다. 장밋빛 청사진은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들이 투자를 계속 유치하고 정부 규제를 피하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다.

4대강 사업 반대를 막기 위해 로봇 물고기가 필요했듯, 불확실한 수익사업의 주가를 지키기 위해 자율 주행차는 꼭 있어줘야 했다. 자율 주행차는 인건비를 안 줘도 되니, 적자 사업이 순식간에 흑자로 돌변한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서다. 요컨대 이런 단순한 셈법이 머리에 들어 있는 것이다.

매출 - 임금 = 대박!

최근 하버드-매사추세츠 공대 연구팀이 택시와 자율 주행차의 운영비용을 체계적으로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자율주행이 기사를 고용한 택시보다 최소 3배에서 최대 8배까지 비쌀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레이더와 라이더 등 고가의 장비를 장착한 자율주행자동차 가격이 일반 차 값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전제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하버드-매사추세츠 공대의 자율주행 비용 분석을 소개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비용이 자율주행차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표제가 붙어있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자율주행차 일반택시에 비해 최소 3배, 최대 8배 이상 비쌀 것으로 분석했다.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결국 저임금으로도 수익을 못 내는 플랫폼 사업의 문제가 '고용 없애기'나 '무임금'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임금보다 비싼 운행비'를 걱정하기 전에 자율주행의 기술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상업화는 둘째 치더라도, 완전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풀어야 할 기술적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 웨이모 회장 "완전한 자율주행은 불가능하다"

현재 세계 여러 자율주행 업체들이 '상용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의 웨이모에서 싱가포르의 누토노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시험주행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정 도시의 좁은 지역 내에서만 운행하고, 승객 역시 미리 선발된 소수로 제한하며, 거의 모든 차량의 운전석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기사가 앉아 있다.

현재 사람의 개입 없이 어떤 기후, 어떤 도로상황에서도 홀로 주행하는 '완전 자율주행(5단계)' 기술을 확보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업체들은 '몇 년만 더' 기다리면 해결될 거라고 주장한다. 과거에도 이런 식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구글은 2012년에 '2018년 완전 자율주행'을 약속했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5년, 일론 머스크도 "2018년에 완전자율주행 테슬라가 나온다"고 장담했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머스크는 슬그머니 "2020년 중반"으로 말을 바꿨다.

싱가포르의 누토노미는 2016년에 첫 자율주행 택시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면서, "2019년까지 수천 대의 완전주행 택시가 싱가포르 전역을 누비게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안타깝게도 이 호언이 실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택시'는 며칠 뒤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택시 사고'를 기록했다. 차선을 변경하다가 트럭을 들이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완전자율 자동차는 언제쯤 가능할까? 자율주행의 선두주자가 내놓은, 이례적으로 솔직한 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년 11월 웨이모 최고 경영자인 존 크래프식은 컨퍼런스에서 완전자율주행의 가능성을 비관하는 전망을 내놨다.

"어떤 도로상황이나 계절과 날씨에서도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율 주행차에 장착된 센서는 눈이나 비가 올 때는 잘 작동하지 않는데, 이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의 선두주자인 웨이모의 최고경영자는 최근 완전자율주행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의 지속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완전자율주행은 불가능하며, 그보다 낮은 단계의 자율주행차가 보급되기 위해서도 수십 년 세월이 더 필요하다고 고백했다. ⓒ CNET

 
다시 말해, 인간의 도움이 불필요한 5단계 자율주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인간이 자율 주행차의 운행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기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사람이 꼭 운전석에 앉을 필요는 없다. 원격조종의 형태로 개입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격 통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한정돼 있으며, 무엇보다 인간이 차에 앉아 운전하는 것보다 비용도 훨씬 높아진다.

무인 자율주행에 대한 비이성적 집착

운전자 없이 달리는 차에 승객이 타고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수히 많다. 고장, 사고, 화재 등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고, 해킹을 통한 범죄와 테러의 위험도 있다. 실제로 중국 연구팀은 도로 위에 간단한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자율주행 자동차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오류 문제다. 웨이모의 첨단 시스템조차 눈과 비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날씨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알고리즘의 조합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오류는 '정상적 상황'에서도 빈번히 일어난다. 특히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처럼 길고 복잡한 코드일수록 오작동의 위험이 크다.

2018년 3월, 우버의 자율주행 시험차가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냈다. 자전거를 끌고 도로를 건너던 여성을 들이받아 숨지게 했는데, 당시 자율주행 시스템은 보행자의 인식에 큰 오류를 드러냈다. 처음에는 피해자를 '미확인 물체'로 인식했다가, 그다음에는 '자동차'로, 마지막에는 '자전거'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율주행이 채택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계학습의 한계를 보여준 사고이기도 하다.

보잉의 최신기종 여객기 737 맥스 두대가 작년과 올해 5개월 사이에 추락해 모두 346명이 목숨을 잃었다. 모두 자동항법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사고였다. 항공사고를 줄인다며 채택한 자동 시스템이 오히려 사고를 부른 것이다. 자동차 자율주행은 항공기 자동항법보다 훨씬 복잡한 제어 과정이 필요하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발사와 귀환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고작 40만 줄의 코드로 구성돼 있다. 반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무려 1억 줄 이상의 코드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차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량은 하루 평균 11 테라바이트에 이르며, 자율주행은 항법시스템과 달리 확률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한국에서 '알파고'가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딥러닝' 기계학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문제는 확률 의존이 바둑 등 게임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데는 이상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99명의 성인을 피하고 1명의 아이를 놓친다면, 우리는 이 '99% 신뢰도'를 수용할 수 있을까?
 

2018년 사망사고를 낸 우버의 자율주행차를 수사진들이 검사하고 있다. ⓒ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 제공

 
이쯤 되면 사람을 뺀 자율주행에 대한 집착이 매우 비이성적이라는 결론에 달하게 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자율주행이냐는 질문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플랫폼 업체들이 유포해온 '자율 주행차=무인자동차'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요한 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차를 운행하는 것이지, 기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이제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집착과 맹신을 버리고, 발상을 전환할 때다. 어쩌면 다양한 안전장치를 통해 기사들의 인간적 실수를 최소화하는 '반자율주행'이 가장 합리적 대안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기술을 사람을 없애는 방향이 아니라 기사의 안전주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최적화하는 것이다.

"가볍고, 고성능에, 비숙련 기술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만능 컴퓨터 시스템은 오직 사람뿐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프레드 싱어가 한 말이다. 기계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효율이고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아둔함을 그는 이미 1960년대에 간파했었다.

기술은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봉사해야 한다. 기술의 사회적 투자 방향을 기업홍보물에서 찾아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기획 / 공유경제의 민낯]
'좀비기업' 된 우버... '공유경제'는 사기다 (http://omn.kr/1jf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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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싹쓸이? 우버의 야심 드러낸 '문제적 문건' (http://omn.kr/1jl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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