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불평등과 빈곤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에서 기후변화는 인류의 운명을 가를 절체절명의 문제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동시에 기후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녹색참여소득'을 제안합니다. 생태적 이동, 에너지 절약, 친환경 제품 사용 등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녹색참여소득의 개념, 기본소득과의 차이, 기대효과 등에 대해 연재합니다.

여쭤봅니다.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달에 수십 만 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전기, 가스, 수도의 절약을 조건으로 한다면요? - 기자의 말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2050비전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막기 위해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의 장기 전략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막기 위해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의 장기 전략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지난 24일 국회에서 중요한 토론회가 하나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2050 비전을 논하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막기 위해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의 장기 전략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토론회는 바로 그 요청에 따른 한국 정부의 계획 수립 과정에서 국회 주도로 각계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객석이 청년들로 가득 차 있었고, 객석 뒤 빈 공간도 간이 의자에 앉은 청중들로 만원을 이뤘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환경부는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수립에 관한 정부의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가장 예리한 반박은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나왔습니다.

파리협정은 지구의 평균 기온을 2℃ 이내 상승으로 막자고 했고,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이미 '탄소배출제로'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과연 '배출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한재각 소장의 문제제기였습니다.

탄소 예산

지금부터는 한재각 소장이 제안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하면 '2℃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구 전체에서 앞으로 배출해도 되는 온실가스는 1조 톤입니다. 마지노선이 정해져 있는 겁니다. 이걸 '탄소예산'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돈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고, 남아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그렇게 부릅니다. 이를 기준으로 역산해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잡자는 것입니다.

"지금 남은 돈이 10만 원이니 좀 아껴 쓰자."

생활을 하든, 여행을 갔을 때든 사람은 예산의 한도 안에서 씀씀이를 맞춥니다.

"몰라. 난 당장 비싼 음식 먹고 싶어. 돈 떨어지면 그 다음 일은 그때 생각하자."

가끔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대책 없는 사람입니다. 예산제약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기업도,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탄소예산의 제약 하에서 온실가스의 씀씀이를 조절하자는 주장은 너무나도 상식적입니다.

한국이 감당해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이 있습니다. 스페인 카탈루냐대학교의 기후변화거버넌스그룹(GGCC)이 제시했습니다.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은 2100년까지 99억 톤을 배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수년 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 톤을 지나 7억 톤을 넘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우리는 2100년이 아니라 향후 15년도 안 돼 우리에게 '할당'된 탄소예산을 넘어 서게 됩니다.

이 점을 고려해볼 때, 한국의 상황은 이런 겁니다.

"몰라, 일단 쓰고 볼래."

삶을 희생하지 않는 다양한 주체의 참여
 
 기후변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북극곰. 하지만 사실 이 자리에 인간이 있는 게 더 현실적이다.
 기후변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북극곰. 하지만 기후변화는 인간에게 당장 닥친 문제이기도 하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늘 북극곰 사진이 등장하지만, 기후변화는 북극곰뿐만 아니라 당장 인간에게 닥친 문제입니다.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주체들이 참여해 각종 방식의 '기후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산업 생태계부터 일상생활 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기후행동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자신의 삶을 희생할 것을 강요받아서는 안 됩니다. 부모보다 못 살 가능성이 큰 최초의 세대라는 요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에서 얻을 시사점 가운데 하나는 이런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노란조끼 시위는 최초에 '유류세 인상'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사실 유류세 인상은 일반적으로 보면 중요합니다.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먹고 살기 힘든 서민 입장에서 유류세 인상은 매우 심각한 일이었습니다. 실업률은 높고, 빈부 격차는 개선되지 않는 데다가 비싼 임대료 때문에 도시 근교에 살면서 장거리 통근을 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에게 유류세 인상은 안 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에서도 연령별 소득을 살펴보면, 청년들의 벌이가 가장 안 좋습니다. 그러니 기후변화를 막는 정부 정책이 청년의 살 길을 막은 셈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종 정책 및 실천에 대한 대중의 '수용성'은 높지 않습니다. 참고 인내하는 행위를 해야 하고, 그 마저도 자신은 그렇게 하는데 남이 하지 않는다면 다 헛수고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기후변화 정책이 생활비 부담을 높인다면, 대중이 받아들이기는 더 힘들어집니다.

기후변화 정책은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이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도 모두 적극적으로 나설 게 틀림없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동시에 소득 향상과 연결되면 더욱 좋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녹색참여소득이 그런 종류입니다.

이런 정책이라면, 새로운 시대정신을 삶 속에 체질화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형성될 수 있고, 다수가 함께 하는 변화가 가능합니다. 

녹색참여소득과 청소년‧청년
 
 '걷기만 하면' 되는 녹색참여소득이 도입된다면, 청소년 계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걷기만 하면" 되는 녹색참여소득이 도입된다면, 청소년·청년 계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녹색참여소득을 체질화할 집단은 아마도 우선적으로는 청소년과 청년들일 것입니다.

10대 청소년들 중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없습니다. 20대 청년의 경우 15%가량이 자가용을 운전합니다. 이 수치는 30대가 되면 대폭 올라 50% 가까이 됩니다.

다만, 최근 들어 30대의 경우 점차 차량 구입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취업 연령이 늦춰지고, 소득도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앞으로 공유자동차가 확산되면 이런 새로운 문화에 쉽게 적응할 것은 청년들이 될 것이므로 차량 소유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차피 지금도 많이 걸어요."
"요새, 공유 자전거 엄청 타고 다녀요."
"차도 없고, 맨날 걷는데, 딱 저한테 맞는 정책인 것 같습니다."
 

최근 녹색참여소득을 주제로 나선 강의에서 청년들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녹색참여소득은 조건 없는 기본소득과 같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주력으로 청소년과 청년이 나설 수 있습니다.

청년의 가능성

요즘 미국에서는 오카시오 코르테스라는 청년 정치인의 '그린 뉴딜'이 한참 주목 받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에 대한 청년들의 호감도도 매우 높습니다.

지난번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아깝게 떨어졌던 버니 샌더스와 방금 말씀드린 오카시오 코르테스는 모두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걸고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모두 청년세대의 급진성이 한몫 한 현상입니다. 냉전을 겪은 적 없는 청년들은 기존의 경직된 관념에서 벗어나 있고, 부를 화끈하게 나누자는 주장에 거부감이 적습니다. 또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함께 움직이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청년의 경향이 어떤 사회에서 어떤 계기로 크게 발휘될 수 있는가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그것이 집합적 행동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청년들에게 그 정책은 꽤 큰 반향을 일으킬 것입니다.

동시에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이 늘 하고 있는 행동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라는 집단적 자부심 형성도 가능합니다.

녹색참여소득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생계형 운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녹색참여소득을 위한 세금은 세금대로 내면서, 동시에 참여소득 받기를 포기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입니다. 자동차 운전의 비용이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지는 것인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주로 부유층일 것이고, 이들은 기후변화를 막는 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에 걷는 사람들, 청년의 자부심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하나의 거대한 집단 형성의 가능성, 이를 통해 기후변화를 막을 가능성, 이것이 녹색참여소득과 청년의 가능성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상구씨는 정의당 교육연수원장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정의당 전 대변인,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까페2 진행자 정의당 교육연수원장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