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기웅 바버
 김기웅 바버
ⓒ 트루핏앤힐

관련사진보기


헤어디자이너라는 말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헤어드레서라는 말은 조금 낯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요즘 들리는 바버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찾아간 비누, 수증기의 묘한 냄새 가득한. 이발소 생각이 났다면 바로 그곳이다. 이발소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에는 '바버숍(barber shop)'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남자들의 기품이 한껏 살아나는 곳. 남성 전문 이용원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이발사. 그들은 요즘 '바버'라고 불리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찾아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트루핏앤힐(Truefittandhill). 오래된 전통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영국 바버숍의 한국지점이다.

큰 금색 글씨가 인상적인 트루핏앤힐의 철문은 무거워 보였지만 부드럽게 열렸다. 맑은 종소리에 실려 온 향이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고풍스러운 나무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말끔한 셔츠를 입은 바버 김기웅씨가 계단을 내려온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그는 젊은 얼굴과는 다르게 10년 경력의 전문가다.

그는 기자를 이층으로 라운지로 안내했다. 편안한 소파를 두고 마주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잠시 후 다른 직원이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토피(서양식 캐러멜 과자)를 내왔다. 손님용 디저트 같았는데, 마치 영국에 온 것 같았다. 다음은 김기웅씨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이발소와 바버숍의 차이
              
트루핏앤힐 내부
 트루핏앤힐 내부
ⓒ 트루핏앤힐

관련사진보기


- 바버는 이발사와 무슨 차이가 있나요?
"같은 말입니다. 이발사의 영어 명칭이 바버일 뿐이에요. 이발소 시장이 쇠퇴하고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서 젊고 새로운 뭔가 필요했어요. 바버가 곧 이발사입니다. 다만 과거 이발소가 국내에 토착·한국화한 이용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면, 새롭게 생긴 바버숍은 서양 시스템을 기본으로 따르고 있어요. 외관으로는 한국적인 특성은 잘 보이지 않아요. 밀레의 '만종'(예전 이발소에서 많이 걸어놓던 그림)은 걸지 않습니다(웃음)."

- 왜 바버숍이 왜 생겨났죠?
"머리를 꾸미는 거죠. 머리를 만지는 건 결국 복식문화입니다. 남성들이 클래식한 맞춤 정장을 입기 시작하면서 거기에 걸맞은 헤어스타일이 요구됐어요. 그리고 수염을 기르는 문화도 퍼졌죠. 큰 변화는 아니지만 좀 더 젊고 현대적으로 변화한 수트와 어울리는 머리. 그걸 서비스해줄 수 있는 젊은 감각의 이발소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최근 많이 성장했습니다."

- 한국인들은 수염이 많이 나지도 않는데요. 바버숍이 필요한가요?
"정도의 차이죠. 수염이 서양인에 비해서 많이 자라지 않을 뿐입니다. 기르시는 분은 관리가 필요합니다. 고객들은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원합니다. 남성 전문 이용원이라는 명칭답게 고객층은 남자들입니다. 그중 어떤 분들은 헤어숍에 가는 걸 어렵거나 불편해 합니다. 그분들이 바버숍 방문 이후에 좋은 반응을 보여요.

저만 해도 학창 시절 미용사와 머리에 대해 설전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짧은 머리나마 꼭 살리고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일화지만 일부 남성 손님들이 미용실에서 느꼈을 불편함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머리를 섬세하게 신경 쓰고 싶은데 남자라는 이유로 그런 말이 불편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 이 업계가 커진 요인이 뭐라고 보나요?
"유행을 탔다고 생각합니다. 복식문화도 크게 기여했죠. 직업 자체가 멋있어 보여 입문한 바버 희망자가 많았습니다. 그들 일부가 매장을 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새로운 브랜드숍, 개인 업장들이 동시에 생기며 소비자의 수요를 채워 줄 수 있는 서비스 공급이 많아졌어요. 많이 성장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죠. 단순히 일부만 향유하는 유행이 아닌 문화로써 자리매김하길 바라거든요."

- 가격은 어떤가요?
"업장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예약제 영업이고 가격도 집 근처 미용실을 생각한다면 싸지 않습니다. 한 시간을 한 분에게만 쏟고 그래서 하루에 만날 수 있는 고객 수가 한정돼 있다 보니 자연히 그 가격이 형성됐습니다. 그만큼 좋은 결과, 그리고 좋은 경험을 하고 갈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입니다. 동네 미용실에서는 삼십 분에 두 명의 머리카락을 쳐내는 사람도 봤지만 그렇게 고객을 해치우듯 넘길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비싸져도 고급 미용실의 가격엔 미치지 못합니다."

- 바버샵이 활성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직장 문화 형성, 실용성 있는 교육, 그리고 일대일 노하우 전수 등이 당연히 선결 과제로 남아 있어요. 몇 년 전에 비하면 지원자가 현격히 줄어든 느낌입니다. 직업적으로 급성장하던 시기를 지나고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 같아요.

이때 좀 더 디테일한 기술자들이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해야 해요. 숙달되지 못한 이들이 현장에 뛰어들면서, 고객들에게 좋지 못한 경험을 선사해요. 이렇게 되면 바버숍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좋은 바버가 정말 중요해요. 현장에서 근무 중인 양질의 인력들은 좋은 서비스 문화를 만들어 냄과 동시에, 후배양성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합니다. 좋은 바버가 많아지면 자연히 시장이 더 활성화될 거라고 봐요."

남성들의 취향을 찾아가는 공간  
 
김기웅 바버
 김기웅 바버
ⓒ 트루핏앤힐

관련사진보기


- 남성 전용 이용원이 꼭 필요한가요?
"사회 분위기상 남자들은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고백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남성 전용 이용원을 찾는 고객들은 자신의 취향이 확고합니다. 저희는 남성들이 의견을 확실히 어필하길 바라고 스스로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으려 노력합니다. 더 이상 마음에 드는 미용사를 만나는 걸 운에 맡기지 말자는 겁니다. 확실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바버를 자신에게 맞추길 바랍니다.

성 평등과 취향 존중 시대에 원하는 걸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 미흡한 분야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버샵입니다. 저희는 취향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말하고 싶어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바버들의 개인 역량이 높아져야 합니다."

- 개인 역량이라면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말하는 건가요?
"중요한 건 고객과의 공감대와 유대감, 편안한 분위기를 쌓아야 합니다. 한 고객은 바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어요. 손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둘 다 너무 중요합니다. 여러 고객의 니즈를 다 맞춘다는 것은 힘들지만 그게 또 보람이기도 합니다."

- 바버 생활을 지속하는 동기가 뭔가요?
"나를 찾아주는 고객들에 대한 고마움, 책임감.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제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그분들은 새로운 바버와 커뮤니케이션을 다시 시작해야 해요. 그런 걸 생각하면 제가 필요하단 느낌이 들어 힘이 나요(웃음)."

-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면도 팁이 있다면?
"먼저 타월을 준비합니다. 뜨겁다고 느낄 만큼 더운물에 적셔서 면도할 부위를 5~10분 정도 감싸줘요. 전용제품이나 클렌징폼으로 거품을 내 면도할 부위에 바릅니다. 수염이 나는 정방향으로 먼저 면도를 하고 그다음 역방향으로 밀어줍니다. 그래야 자극이 덜해요."
 
머리를 면도하는 모습
▲ 김기웅 바버 머리를 면도하는 모습
ⓒ 트루핏앤힐

관련사진보기

 
과거의 가부장적 시대에서 성 평등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남성성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어떤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남성의 잃어버린 취향을 찾아주고 있다. 바버는 그들 중 하나일 것이다.

태그:#트루핏앤힐, #트루핏앤힐어반, #김기웅바버, #청담동 바버샵, #바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재밌고, 좋은, 상식적인 정보를 공유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