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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기 있는 감독의 안전을 진심으로 염려하게 된다. 문제의 핵심에 파고들어 진실을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그만큼 일본은 위험한 나라가 되고 있다"

일본 영화감독 소다 카즈히로의 말이다. 그가 우려하는 이유는 지난 4월 일본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때문이다. 영화의 정확한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戰場)'. 감독의 안위를 걱정할 정도로 위안부 문제를 무섭게 파고든 이 영화의 감독은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36)'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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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신문> 14일자에 따르면 <주전장> 상영관은 현지 인기에 힘입어 일본 전국 44개로 확산됐다. 관객수는 3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개봉된 독립 다큐멘터리 가운데 이례적인 수치다.

<주전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30여 명의 극우세력의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반론으로 구성됐다. 먼저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본 극우세력(아래 역사 수정주의자)과 이에 동조하는 미국인, 일본인 등의 인터뷰가 고스란히 담긴다.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같은 한·미·일 3국인들이다. 일본 내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학자, 시민단체 및 당시 일본군이었던 생존자 등이 등장한다. 영화는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한·미·일 세 나라의 외교적 측면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비판한다. 영화를 본 이들이 '감독의 안전을 염려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어쩌면 위안부 문제에 있어 제3자일 수도 있었던 미키 데자키 감독은 왜 이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왜 제 발로 전장의 한 가운데에 뛰어든 걸까.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데자키 감독에게 직접 물었다. 그는 영화 상영 일정 때문에 일본에 있었다. 지난 6월 18일, 그와 나눈 서면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일본 수정주의자들, 기를 쓰고 위안부 문제 감추려 해"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의 미키 데자키 감독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의 미키 데자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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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전 <아사히 신문> 기자였던 우에무라 타카시가 일본 역사 수정주의자들로부터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90년대 초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드러낸 그의 기사 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한동안 인터넷 상의 우익 세력들에게 물리적 위협과 정신적 공격 등을 받았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후, 나는 궁금증이 들었다. 대체 왜 우익들은 저렇게까지 안간힘을 쓰는 걸까?

우익 세력이 우에무라 타카시에게 한 태도는 과거 내가 당했던 것과 거의 같았다. 일전에 '일본의 인종주의'라는 제목으로 일본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적이 있다. 당시 그들은 내 영상을 거짓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그리곤 사실을 덮으려 했다. 타카시의 사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 두 사례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올린 일본 인종주의 비판 영상과 우에무라가 언급한 위안부 문제가 맞닿아 있었다. 이때부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깊게 관심을 갖게 됐다."

- 영화화까지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문제를 연구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언론 모두가 객관적인 정보보다는 양국 간의 적대감을 조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영화를 만들면, 양국의 증오심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데자키 감독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일본에서 교사로 재직했다. 당시 그는 시사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일본 내 인종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영상이 올라간 후, 일본의 신 민족주의자(수정주의자)들은 그에게 거센 공격을 가했다. 이들은 그의 영상을 부인하며 영상 삭제를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그가 근무했던 학교와 교육청에도 집요하게 전화하면서 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물론, 그를 향한 인신공격도 있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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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무라 타카시의 사례도 유사하다. 그는 전 <아사히 신문> 기자로, 1991년 8월 11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기록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당시 67세)의 증언을 최초로 보도한 일본인이다. 당시 기사가 보도되고 난 후 우에무라 타카시에 대한 일본 우익세력들의 인신공격은 격렬했다. 심지어 그의 가족들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로 인해 그는 <아사히 신문>에서도 퇴직해야 했으며, 교육기관에서 제대로 된 강의조차 할 수 없었다. 기사가 나간 지 28년이 된 지금까지도 그는 '위안부는 거짓'이라 주장하는 세력들과 소송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오래 전부터 우익세력(보수논객)들의 비판을 받아온 데자키 감독은 어떻게 일본의 우익세력들을 직접 인터뷰 할 수 있었을까?

"교사를 그만둔 후, 2015년 대학원에 진학했다. 영화는 2015년 가을에 자료조사를 시작해서 2018년 여름에 제작을 마쳤다. 인터뷰이들을 섭외할 당시 나는 대학원생이었고, 영상도 내 (대학원) 졸업 작품에 사용될 거라고 했다. 결과물이 성공적일 경우 대중들에게 상영할 수 있다는 말도 명시했다. 하지만 당시 인터뷰에 동의했던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이 영화가 내 졸업 작품이었을 뿐, 대중에게 공개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한 거라며 비판하고 있다."

<주전장> 개봉 후 일본인들의 반응은?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사진은 영화에 출연한 보수논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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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일본에서 <주전장>이 개봉되자 영화에 출연한 보수 논객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들 일부는 5월 30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주전장은) 보수를 비난하는 선전영화"라며 상영중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감독에게 속아서 출연한 것"이라며 데자키 감독을 법적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 3일, 데자키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유튜브에도 반박 영상을 올렸다.

- 기자회견 당시 상황은 어땠나.
"그 자리에서 보수 논객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상영 가능성을 언급했던 합의서도 모두 공개했다.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도 당시의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하지만 주요 보수매체인 <산케이 신문>은 달랐다. (기자회견장에서) 이들은 내게 주제와 무관한 질문을 했고, 이것에 대해 답한 것이 신문에 실렸다. 그래서 산케이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아직도 내가 우익세력들의 비난에 대해 분명하게 반박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 영화를 본 일본 대중들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
"반향이 엄청났다. 나도 정말 놀랐다. 일본에는 위안부와 관련된 영화가 거의 나오질 않는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위안부 문제를 접하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영화를 본 다수의 일본인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새로운 내용을 주면서, 이 이슈를 다시 환기시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개중에는 내 영화를 신랄하게 악평해 대중들이 영화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 일부 우익세력들이 영화 상영중지를 요구하기도 하고,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지금은 이들 중 누구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에 대한 이들의 공개적인 비판은 영화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데 주요하게 작용할 거다. 대중들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도, 믿고 싶지도 않게 만든다. 자, 여기서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대체 왜 이들은 이렇게까지 해서 일본 대중들이 내 영화를 못 보게 만들려는 걸까?"

"일본 수정주의자들, 미국 여론 바꾸면 역사 바꿀 수 있다고 믿어"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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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영화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 영화에는 위안부 문제의 '주된 전장'인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주로 미국 글렌데일시가 다뤄진다. 지난 2013년 7월 30일 해외 최초의 소녀상이 설립된 곳이다. 영화에는 이곳에 소녀상이 설치될 당시, 약 100명가량의 일본인들이 현지에서 소녀상 설립을 반대하는 청문회를 열며 격렬하게 반대했던 모습이 나온다.

- 위안부 문제가 미국으로 확산됨에 따라 일본 또한 미국의 여론에 예의주시하는 듯하다. 미국의 여론이 위안부 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미국을 역사 전쟁의 '주 전장(main battleground)'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미국에서 수정주의자들의 역사적 관점이 통용될 경우, 위안부와 관련된 역사도 재정립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여론을 바꾸려 하는 거다."

- 영화에는 위안부 문제가 미국, 유럽까지도 확산되는 모습이 나온다.
"위안부 문제는 사회가 여성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어떻게 깎아내리고, 부정하고, 지워내려 했는지, 나아가 이들을 어떻게 성적 대상화 했는지를 보여주는 세계적인 상징이다. 이런 부분에서 위안부 문제는 지금 시점과 맞물린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현 사회의 대중들도 오랜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견뎌야 했던 만연한 성적 학대와 폭력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각 나라 언론, 위안부 문제 편협하게 다루고 있어"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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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정부에 대한 구조적인 비판도 더한다. 예컨대 일본 정부의 언론 탄압, 미국 정부의 외교적 간섭 등이다. 한국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울부짖음으로 시작된다.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 당시 맺은 한일 위안부 협정 다음날, 집에 찾아온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울분을 토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 영화에서 한미일 세 정부를 비판했다. 제작하는 과정에서 두렵지는 않았나?
"이런 비판들(정부에 대한 비판)을 영화에 포함시킬 경우, 모든 정부가 영화와 반대되는 행동이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선) 감수해야 하는 위협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선 어떤 압박도 없었다. 그 누구도 내가 일본과 미국 정부를 비판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사실 나 또한 영화의 마지막 편집 과정을 거칠 때까지도 내가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한국에서는 오는 7월 말에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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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장>은 7월 말 국내에서 개봉된다. 데자키 감독은 "한국 관람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반응할지가 궁금하다"며 "그래서 영화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싶다. 난 이들이 영화를 보기 전, 주변의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상태서 관람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데자키 감독은 개봉을 약 한 주 앞두고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난 이 영화를 통해 대중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배우고, 이를 둘러싼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도 해답을 얻길 바란다. 내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아갔던 것처럼, 관객들도 (영화를 통해) 이를 경험했으면 한다. 물론 내가 영화 말미에 나만의 결론을 언급했지만, 이것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생각하고, 토론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아니다.

내 영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 모두, 각 나라의 언론이 위안부 문제를 얼마나 편협하게 다루고 있는지 알았으면 한다. 이런 보도가 양국의 적대감을 어떻게 양산했는지도 깨닫길 바란다. 내 영화를 계기로 양국이 서로에 대한 증오심에서 벗어나 위안부나 다른 역사 문제에 대해 보다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길 희망한다."


[관련 기사]
"그저 매춘부에 불과" 그들이 위안부에 관해 막말하는 이유 http://omn.kr/1jw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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