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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문화홀에서 7월 3일까지 진행하는 <기억의 공존> 전시회. 전시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며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
 동천문화홀에서 7월 3일까지 진행하는 <기억의 공존> 전시회. 전시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며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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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 다큐멘터리 사진가 전상규 작가가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의 기록을 담은 전시회 <기억의 공존>을 열었다. 이 전시회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국가인권위 부산인권사무소 주최로 부산인권전시관에서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부산 서면 더샵센트럴스타 E동 2층에 있는 동천문화홀 <기억의 공존> 전시관에는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이 간혹 방문해 작품을 둘러보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의 가슴에는 두 개의 기억이 산다. 잊고 싶은 기억과 잊지 못하는 기억. 여전히 고단한 지금을 살고 있지만 그날에 머물러 있는 아픈 기억의 공존을 비워낼 수는 없다. 이유 없이 빼앗긴 삶으로부터 30여 년이 지났다. '왜?'라는 질문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은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의 한 가운데 서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시작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번 전시는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최승우님과 피해 생존자 분들의 기억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흑백으로 촬영해 온전히 피사체에 집중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는 레이어(layer)를 겹쳐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일상이 뒤섞인 작품 속에서 자못 혼란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 혼란함은 부랑인, 감금, 가혹행위, 인권유린, 죽음 등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형제복지원의 기억과 3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일상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피해 생존자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짐작했다.

묵직하면서도 깊은 슬픔이 배어난 첫 작품을 지나 마지막 작품 앞에 이르면 작품의 순서를 고려한 작가의 섬세하고 배려 깊은 바람이 엿보인다. 피해 생존자들의 지근거리에서 그들의 삶을 기록하며 아픔을 함께 한 전상규 작가는 생존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벅뚜벅' 걸어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기억의 공존을 넘어 치유와 회복의 미래를 바라는 이 전시회에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형제복지원의 진상규명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전시관에 들어서 처음 만나는 작품에는 어린 소년과 소녀들이 두려움 가득한 낯빛으로 트럭에서 막 내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왼쪽 아래) 글쓴이는 이 작품 앞에서 끝없는 심해로 가라앉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전시관에 들어서 처음 만나는 작품에는 어린 소년과 소녀들이 두려움 가득한 낯빛으로 트럭에서 막 내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왼쪽 아래) 글쓴이는 이 작품 앞에서 끝없는 심해로 가라앉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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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선채 고문을 당하던 기억을 딛고 피해 생존자가 맨발로 아파트 현관문을 나선 순간
 거꾸로 선채 고문을 당하던 기억을 딛고 피해 생존자가 맨발로 아파트 현관문을 나선 순간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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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는 앞서 진행한 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 주관의 전시회에 걸리지 못했던 작품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진. 피해 생존자의 배에 두 줄로 그어진 자해의 흔적이 선명하다.
 이번 전시회에는 앞서 진행한 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 주관의 전시회에 걸리지 못했던 작품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진. 피해 생존자의 배에 두 줄로 그어진 자해의 흔적이 선명하다.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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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로 된 커튼을 들추면 이름도 없이 묻힌 피해자들의 묘비가 드러난다. 작가는 ‘국가 폭력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들의 삶을 관망하며 커튼을 들추는 작은 수고라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삼베 커튼은 희생자들의 고통과 절망을 감싼 수의처럼 보였다.
 삼베로 된 커튼을 들추면 이름도 없이 묻힌 피해자들의 묘비가 드러난다. 작가는 ‘국가 폭력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들의 삶을 관망하며 커튼을 들추는 작은 수고라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삼베 커튼은 희생자들의 고통과 절망을 감싼 수의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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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린 눈망울로 울음을 참아야 했던 소년은 장년이 되어 자신을 가둔 세상과 마주 섰다. 먼 하늘을 응시하는 시선 끝, 그가 바라는 세상은 아직 없다.
 겁에 질린 눈망울로 울음을 참아야 했던 소년은 장년이 되어 자신을 가둔 세상과 마주 섰다. 먼 하늘을 응시하는 시선 끝, 그가 바라는 세상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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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농성장에서 잊고 싶으나 잊을 수 없는 기억과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
 멈춰선 농성장에서 잊고 싶으나 잊을 수 없는 기억과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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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 작품. 생존자들이 뚜벅뚜벅 걷기를 바라는 작가의 강렬한 바람이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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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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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 현장 사진가 전상규.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 형제복지원, 북구 만덕5지구 철거민, 범일동 매축지 마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등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을 사진으로 꾸준히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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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문화홀은 부산진구청이 아닌 서면에 있다. 부산진구청은 동천문화홀의 운영주체일 뿐 장소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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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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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부산 형제복지원에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한 인권유린 사건이다. 1987년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탈출함으로써 내부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같은 인권유린의 근거는 국가가 제공했다. 1975년 제정된 내무부 훈령 410령이 그것이다. 정부는 거리를 배회하는 부랑인들을 영장도 없이 구금하도록 이 훈령을 만들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사회정화'가 목적이었다. 형제복지원에서 1975년부터 12년 동안 513명이 숨졌지만 죽음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진상규명을 위한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2014년 7월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출처: 다음백과)

태그:#형제복지원, #기억의공존, #전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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