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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기 디카시 '몽돌'
 오병기 디카시 "몽돌"
ⓒ 오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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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입 속에는 이빨 대신 파도가 사나 보다
거친 말 각진 말
얼마나 궁굴렸는지 모서리가 하나도 없다
- 오병기 디카시 '몽돌'
 
디카시는 SNS 환경에서 최적화된 새로운 시의 양식으로 세계적 보편성을 지닌다고 평가된다. 왜 그럴까?

원래 태초의 서정시는 시인이 자연이나 사물과 부딪쳐 발생하는 감정의 순간적 표출 "아" 하는 그것이었다. 그래서 서정시는 순간의 예술이다. 서정시는 순간의 정서적 표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정시의 시제가 영원한 현재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순간의 감정 표출이라고 해서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순간 속에 생이나 우주를 담아내는 압축된 현재이기 때문이다. 산문 장르인 소설이나 수필은 순간의 장르가 아니다.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스토리로 제시되거나 관념을 기술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서정시도 순간의 장르라고 하지만 복잡다단한 현대의 삶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태초의 서정 양식은 좀 협소하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시도 산문 장르처럼 서술적이고 복합적인 이미지로 확장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오늘의 시가 점점 산문성을 띠고 난해해지는 것이 그만큼 오늘의 생이 난해한 까닭이다.

디지털 코드인 SNS 환경에서 디카시가 오늘의 시가 잃어버린 태초의 서정을 복원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SNS 환경에서 최적화된 새로운 시의 양식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것이 최첨단 멀티미디어의 멀티 언어로 태초의 서정시의 원형을 실현해 내고 있다는 의미다.

영상과 문자의 멀티 언어로 표현되는 디카시는 극순간 예술로 순간의 영감을 포착하는 것이기에 태초의 그것처럼 영상과 함께 매우 선명하고 강렬한 서정으로 드러난다. 실시간 순간 소통하는 SNS 환경에서 극순간의 멀티 언어 예술인 디카시만큼 디카수필이나 디카소설은 유효성을 지닐 수 없어 상정 자체가 어렵다 할 것이다.

위의 디카시는 제2회 경남고성국제한글디카시공모전 대상 작품이다. 730편의 응모 작품 중에서 가려 뽑은 한 편으로, 상금은 300만 원이었다.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디카시이다. 말을 몽돌로 비유함으로써 할아버지의 입 속은 바다로 순간 환치된다.

할아버지의 얼굴 모습에서 파도에 달아져 모서리가 없는 몽돌을 떠올리고 할아버지의 말이 바로 몽돌로 순간 파악하며, 그 거친 각진 말이 얼마나 궁글려서 인자한 말이 되었는가를 순간 압출적으로 드러낸다. 할아버지의 얼굴이라는 영상이 없다면 이런 짧은 언술로 순간적 정서 표출이 가능하겠는가. 할아버지의 얼굴 자체가 서정시 한 편의 시적 영감으로 충분할 만큼 강렬한 정서를 유발한 것이고 그것은 세 줄의 짧은 언술과 함께 태초의 서정처럼 보다 강렬하게 멀티 메시지로 표출되었다.

할아버지의 얼굴 자체만으로 서정시 한 편의 영감으로 충분

이런 디카시라는 순간의 서정이 SNS로 국경을 넘어 실시간 손상 없이 쌍방향 소통 가능한 것은 바로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으로 걸어다니는 1인 미디어 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순간성 실시간성 즉발성 현재성이 강조되는 융복합의 SNS 환경에서 디카시는 물 만난 고기 바로 그것이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태그:#디카시, #몽돌, #오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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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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