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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과 기생충의 연결고리

미래의 김제동을 원하지 않는다
19.06.20 22:15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김제동과 기생충의 연결고리
 
김제동 강연료가 논란입니다. 몇 천만원을 받았다. 뭐 이런 말들입니다. 자세한 건 많이 알려졌으니 생략하고요.
 
일단 사실만 볼께요. 김제동 강연료는 문제가 없습니다. 아무런 불법이 없어요. 강연을 요청했고, 응했다 이게 답니다.
 
그러면 불법은 없지만 고액의 강연료는? 이것 역시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자본주의에서 가격은 시장이 결정합니다. 김제동의 강연료는 김제동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수요가 결정한, 말 그대로 시장 가격입니다.
 
그렇다면 김제동은 왜 이렇게 욕을 먹고 있나요? 뭐 누가, 지금, 왜 욕을 하고 있는지는 따로 살펴볼 문제지만...
 
세금과 언행불일치. 두 가지로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한 번 살펴봅시다.
 
첫째, 국가의 세금이라는 거. 돈도 없는 지자체가 고액을 주고 불렀다는 겁니다. 여러분, 대한민국 지자체 중에 돈 있는 지자체가 얼마나 될 것 같나요? 거의 없어요. 서울 경기를 제외하고, 재정자립도가 50% 넘는 지자체는 열 손가락 안에 듭니다. 그것도 광역자치단체 밑에 기초차지단체로 가면 더 심각합니다.
 
전부 중앙정부 교부금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는겁니다. 그런데 그걸 김제동 강연에 갖다 붙인다? 이건 급식에 고기 반찬이 나왔는데 그 중 맘에 안드는 한 명 찝어서 고기 먹는 금수저라고 왕따 시키는 거랑 똑같은 겁니다. 교묘히 사실을 편집해서 전달하는 익숙한 방식이죠.
 
대구시는 3억5천 써서 시 로고 동그라미 색깔만 바꿨어요. 다니다보면 멀쩡한 보도블럭 뒤집어 엎는 동네도 많습니다. 그런 것보다는 훨씬 돈 잘 쓴 것 아닙니까? 심지어 선호도 조사를 해서, 수요에 기반해서 섭외했다는데.
 
다음, 언행불일칩니다. 목사의 망치와 판사의 망치가 같다면서 평등을 강조했던 사람이 이렇게 돈을 많이 받는다? 이건 위선이라는 거예요.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어떤 사회에 살고 있나요? 자본주의 사회죠?
 
그리고, 김제동은 연예인이예요. 그것도 수요가 아주 많은 베테랑 연예인. 김제동은 시장의 룰을 지킨 겁니다. 연예계라는 동네의 룰, 자본주의 사회의 룰을 아주 잘 지킨겁니다. 김제동이 강연료를 깎는다? 연예계 뒤집어져요. 곱창골목에서 제일 잘 나가는 원조집이 가격을 반값 받는다? 그건 룰을 파괴하는 겁니다. 그 동네가 뒤집어지는 거라는 겁니다.
 
그럼 망치, 뭐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구요? 좋은 말도 못합니까? 자기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도 얘기하지 못해요? 말한 대로 행동하라구요? 김제동이 위인입니까? 신이예요? 김제동은 그나마 평소 자기 생각을 지키려고, 시장의 룰도 지키면서, 기부도 많이 하고, 무료 강연도 많이 하잖아요. 김제동이 사기를 쳤습니까?
 
김제동 같은 위선이 많아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시장도 파괴하지 않고, 기부도 많이 한다. 살기 좋아지겠죠? 땡큐죠. 저는 아주 김제동이 위축되지 말고, 계속 강연하고, 계속 기부했으면 좋겠습니다. 일거수 일투족을 말한대로 행동하라? 이거야 말로 위선인거예요. 여기 말한대로만 살아온, 죄 없는 자 김제동에게 돌을 던집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 김제동 강연료 듣고 무슨 기분 드셨나요?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김제동 쉴드 쳤지만 사실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질투도 나고, 억울했습니다.
 
왜 이렇게 돈을 쉽게 많이 버는거야, 난 이렇게 발버둥쳐도 수중에 남는 돈이 없는데 말이야. 정말 허무했습니다. 진짭니다. 여러분도 그렇죠? 그죠. 그게 바로 인간입니다. 그래서 김제동에 대한 공격이 무서운 겁니다.
 
이건 진짜 무서운 겁니다. 액수만 듣고, 그냥 화가 나잖아요. 알고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다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결국 지금, 이 시점에 누군가에 의해서 김제동이 쓰인 것 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요번에 자유한국당에서 김제동, 김어준 등 소위 좌편향 인사. (저는 김제동, 김어준이 좌편향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러분들이 진짜 좌파를 못 만나봐서 그래요.) 강연료를 전수조사 해야한다고 주장했더라구요. 대단하죠? 의도가 드러나는 겁니다. 정치를 대중화 시킨, 자신들을 고립시킨 스피커에 대한 대적 투쟁인 겁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돌아가는 이 세상이 마음에 드세요? 행복하세요? 음.. 저는 안 그래요. 적어도 지금의 현실에서 김제동의 강연료는 아무 문제가 없고, 김제동이란 인간은 좋은 인간이지만, 앞으로, 내가 더 살아갈, 미래는 지금과는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아마 김제동이 떠들고 다니는 더 나은 세상, 뭐 이런 거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면 모두가 기계적으로 평등한 세상을 바라냐? 아니죠. 그건 말도 안되요. 잘못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가능 합니다.
 
저는 적어도 제가 김제동 강연료를 듣고 느낀 이 기분, 이 더러운 기분이 안 드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보다 더 노력하고, 더 재능있고, 더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이 나보다 나은 삶을 누리는 거 당연하죠. 그게 공정하고 옳은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나보다 더 노력하고, 더 재능있고, 더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이 내가 평생을 뼈빠지게 일해도 못 벌 돈을 한 두달 새 금방 버는 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건 공정을 가장한 범죄예요. 어딘가 잘못된 겁니다. 고장난 거예요.
 
적어도 각자의 공간에서 열심히 일한 서로 다른 인간의 능력과 노력 차이가 수만배가 나는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천문학적 돈을 버는 사람 중에 김제동처럼 뭔가 자기 재능과 노력으로 시장의 자연적 선택을 받은 사람이 아닌 사람도 종종 보여요.
 
그럼 다른 미래는 어떻게 만드냐가 남습니다.
 
혹시 기생충 보셨나요? 저는 기생충을 보고 힘이 빠졌습니다. 기생충에서는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그 어떤 본질적 변화는 하나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기생충이라고 묘사되는 식모 집과 송강호 집만 아귀다툼을 벌이다 파멸하는 겁니다. 저는 봉준호 감독을 좋아해서 봉 감독 영화를 많이 봤는데. 설국열차랑 너무 달라서 놀랐습니다. 아.. 봉 감독이 포기했구나. 아니, 현타가 왔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제가 본 설국열차는 말이죠. 거지같은 열차 뒷 칸 사람들이 싸워가며 열차의 앞으로 가는 것은, 문제 해결의 본질이 아니라, 결국 열차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탈출하는 것이 새로운 세상의 희망이라는 메시지거든요. 그리고, 결국 탈출하잖아요?
 
그런데 기생충에서는 그런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식모 식구는 죽어서 지하, 저승세계로 가고, 송강호도 결국 지하실로 들어갑니다. 그 저택은 또다른 부자 외국인들이 살게 됩니다.
 
그리고, 살아난 아들이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마지막 대책이라는게 고작 돈을 많이 벌어서 저 집을 사겠다는 겁니다.
 
여러분, 기우인가? 송강호 아들은 절대 그 집을 살 수가 없습니다. 이건 현실입니다. 여러분도 알잖아요. 기우는 돈 벌어서 아버지를 구할 수 없습니다. 계획이 있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 기우가 세우는 계획이라는 건 고작 그 집 딸과 결혼하겠다. 행운을 주는 수석을 꼭 붙들고 있어야 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 이거잖아요?
 
이거 우리 모습이랑 비슷하지 않습니까?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때론 운에 기대기도 하고,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우리 모습? 그렇게 하면 기우의 꿈인 아버지 구출, 우리의 꿈인 더 나은 상황이 올까요? 영화 봐서 알잖아요. 안되요. 불가능 합니다.
 
애초에 그 집 구조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열차 밖으로 나와야 되는 겁니다. 시스템에 손대야 하는 거예요.
 
여러분, 어차피 안되니 열심히 살지 말고, 떡고물이나 기다리잔 말이 아닙니다. 부자 것을 뺏자는 말도 아닙니다. 부잣집 주인 이선균을 죽인 송강호도 결국 다시 지하실로 들어가잖아요. 이선균이 죽어도 다른 누군가는 그 집에 이사오잖아요. 이선균 개인은 심지어 젠틀합니다. 악이 아닙니다.
 
다시 김제동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 소환된 김제동은 하나의 상징인 겁니다. 송강호 가족과 식모 가족이 서로의 치부가 찍힌 스마트 폰을 뺏으려 싸우는 상징 같은 겁니다. 스마트 폰을 누가 뺐는다고 상황이 바뀌는 건 없습니다. 김제동 가지고 싸우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해답은 사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요즘 점점 심해지고 있는 혐오와 갈등, 얼마나 많습니까? 이 혐오와 갈등의 싸움판 속에서 누군가는 웃고 있고, 그 웃음을 멈추게 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는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그 웃음에 놀아나지 않으면서 시스템에 손 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건 쉬운 문제는 아닐겁니다. 일부에서 선동하는 것처럼 경쟁이 만능이고, 다른 건 전부 공산주의 기계적 평등이다라는 애들 장난같은 말에 넘어가지 말고, 우리들의 정교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건 쉽지 않겠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기우처럼 살다 갈 순 없잖아요.
 
그 시작이 바로 응시하는 겁니다. 우리한테 장난치고, 선동할 수 없게 온갖 갈등과 이슈 속에서 냉정하게 응시하는 겁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루하루 살면서 또 응시하고, 지지하건, 응원하건, 반대하건 글을 적건 투표를 하건 그 응시 속에 작은 행동들을 하는 겁니다.
 
여러분, 기생충의 이선균 가족도 결국 기생충입니다. 송강호랑 식모 가족에 의지해서 살잖아요. 제 생각에 인간은 모두 기생충 입니다. 사회적 존재라고 배웠잖아요. 서로 의지하고 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 모두가 모두를 필요로 하고 연결돼 있는 기생충 같은 우리들의 미래, 응시하면서 새로 열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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