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서울고등법원이 10살 아동을 성폭행한 가해자의 형량을 대폭 줄였다.

학원 원장인 가해자 이아무개(35)씨는 지난해 4월 채팅 어플로 알게 된 A양(당시 10세)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뒤 성폭행했다. 이씨는 집에서 A양에게 소주 2잔을 먹였다. 이어 술에 취한 A양의 양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강간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한규현)는 이씨에게 3년형을 내렸다. 1심과 비교했을 때 형량이 5년 줄은 판결이다.
 
 판결 다음날인 14일, ‘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한 000판사 파면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랐다. 해당 청원은 20일 오후 8시 기준, 11만 7천 609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게시된 지 6일 만이다.?
 판결 다음날인 14일, ‘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한 000판사 파면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랐다. 해당 청원은 20일 오후 8시 기준, 11만 7천 609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게시된 지 6일 만이다.?
ⓒ 강연주

관련사진보기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에 대한 진술만으로 이런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피해자의 증언이 담긴 영상녹화물만으로는 피해자가 반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은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현재 이씨는 '피해자 A양과 합의 하에 성관계 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태다.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아동 성폭행범에게 '5년'을 감형한 재판부. 위 판결을 어떻게 봐야 할까. 20일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와 위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대표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재판부가 아이에게 성인 수준의 진술을 요구하는 것"

-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이라는 특수성 자체를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다. 10살짜리 피해아동이 처음 보는 수사관들 앞에서 가해 사실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그 질문 자체가 아이에게는 위협이고 두려움이었을 거다. 그런데 재판부는 그걸 아이가 세세하게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판결, 이 결정문 자체가 황당하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재판부의 '증거 요구'다. 아이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것과 같다. 법정에 나와 몇 차례 같은 진술을 반복하라는 거다."

지난 17일, 서울고법에서 낸 해명자료에 따르면 "(피해자는) 조사관이 '피고인이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는 취지로 묻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라며 "이를 통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르게 된 경위, 피고인이 누른 피해자의 신체 부위,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고법은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여 진술하지 않는 이상, 피해자 어머니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원심에서 인정된 피해자 어머니의 진술도 제외했다. 당시 피해자 변호사는 피해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음을 밝히고 증인신문을 진행하지 않았다.

- 현재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을 양형 사유로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가 아이를 성인과 같게 판단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성인 수준의 진술을 요구하는 거다. 아이가 꼭 구체적으로 말을 해야만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부모의 진술밖에 없어서 이미 밝혀진 구체적인 정황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나?

너무 명백한 사실들이 있다. 첫째, 가해자가 부모 동의 없이 늦은 밤에 아이를 집으로 데려갔다. 이는 충분히 '유괴'로도 볼 수 있다. 심지어 그는 학원 원장이다. 그의 직업을 고려했을 때, '그루밍' 수법으로 아이를 유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호감을 얻었을 경우 형성되는데, 이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에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고립된 공간에서 아이에게 술을 먹인 것이다. 성인과 아동, 단 둘이서 고립된 공간에 놓여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겐 위협적인 상황이다. 이때 아이는 가해자가 권하는 술을 거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술에 대한 변별력도 없었을 수 있다. 애한테 술을 권하거나 마시도록 방조하는 것 자체가 고의성이 다분하다. 가중처벌의 가능성도 있다. 10살 아이에게 이 정도의 술은 독이다. 가해자는 술을 먹여 이 아이를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간담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오른쪽세번째)이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간담회를 공동주최한 바른미래당 김삼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남인순, 표창원 의원. 2019.6.4
 6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간담회. 맨 오른쪽이 조진경 대표.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판결'

2심 판결 이후 여론은 들끓고 있다. 판결 다음날인 14일, '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한 OOO판사 파면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20일 오후 8시 기준, 11만7609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 판결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다.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판결이니까. 재판부가 이 상황을 폭넓게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자 연령, 상황적 요인을 고려해 판단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재판부가 상황보다도 법령, 문자에 집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강간죄가 아닌, '미성년자의제강간죄'로 적용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간음할 경우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강간죄로 보고 처벌하게 된다. 즉, 폭행 및 협박이 인정되지 않아 단순 간음으로 판단하고 3년 형을 내린 거다. 재판부는 '현행법이 이렇다'는 입장인데, 여러 정황을 놓고 봐도 공감할 수가 없다. 고의적으로 아이를 항거 불가능 상태로 만들고 성폭행을 한 사건이다. 가해자가 어디를 어떻게 눌렀고, 어떤 방식으로 제어를 했고... 여기서 아이의 진술이 있어야만 판단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성폭력처벌법 제7조에는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폭행 및 협박 없이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강간했을 경우,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난 14일,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에서도 위 사건에 대한 성명을 냈다. 이들은 "(2심에서) 법정형의 범위 중 가장 낮은 3년형을 선고했다"며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형의 단계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수렴하려는 노력을 통해 법과 사회와의 괴리를 최소화해야 할 것인데 이 같은 결과는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수연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2심은 가해자에게 최하로 적용할 수 있는 3년 형을 적용한 것"이라며 "이는 가해자의 죄질에 비추어봤을 때 너무 미약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개된 내용 위주로 봤을 때 좀 더 중하게 처벌해야 하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성범죄의 경우, 대부분 기본형으로 적용하는 편"이라며 "대부분 최하의 형을 적용한다. 전반적으로 양형이 낮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3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