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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0곳 중 32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이자를 갚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업과 숙박·음식업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은 5.9로 2017년 6.3에 비해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대출이자나 발행채권 관련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빚 갚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한은이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1213곳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을 분석한 결과,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할 경우에는 3.9로 2015년(3.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2018년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7.5로 전년보다 0.5 하락했고,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2.5로 0.4 낮아졌다. 

조선업 절반 이상, 번 돈으로 이자 못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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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제조업종의 경우 자동차는 2017년 4.3에서 지난해 3.2로, 기계장비는 5.5에서 3.9로, 또 석유화학은 15에서 11.6으로, 조선은 0.6에서 0으로 하락했다. 반면 전기전자의 경우 30.1에서 34.3으로, 건설은 5.5에서 5.9로 상승했다. 비제조업종에서는 같은 기간 운수의 경우 2.3에서 1.3으로, 도소매는 5.6에서 5로, 부동산은 3에서 2.6으로 하락했지만, 숙박·음식은 1에서 1.2로 소폭 올랐다. 

이처럼 이자보상배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기업의 비중도 늘어났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2018년 32.1%로 전년보다 2.4%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대기업 비중은 2017년 22.1%에서 지난해 23.6%로 늘었고, 중소기업의 경우 31.3%에서 34%로 확대됐다. 업종별로는 지난해 숙박·음식(57.7%), 조선(54.9%), 부동산(42.7%), 해운(39.8%), 자동차(37.8%) 등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해 들어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평균 대출비용도 오르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모두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앞으로 모든 기업의 매출액이 2018년에 비해 평균 3% 감소할 경우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5.9에서 5.1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 쪽 분석이다.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이 하락했지만 2014~2016년에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많이 (했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체로 보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도소매, 숙박·음식 자영업 대출연체율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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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자들의 빚 갚는 능력도 하락했다.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말 0.38%로 중소법인대출 연체율(0.71%)에 비해 낮은 편이었지만, 전년 같은 때(0.33%)에 비해 다소 올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연체율은 지난해 3월 0.56%에서 올해 3월 0.64%로 올랐고, 도소매와 숙박·음식 연체율은 각각 0.43%에서 0.45%로, 0.34%에서 0.43%로 상승했다.  

또 자영업 가구의 소득대비부채비율(LTI)은 2017년 220.4%에서 230.3%로 올랐다.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262%에서 219.1%로 하락한 반면 도소매는 239.4%에서 294.4%로 올랐고, 숙박·음식도 222.1%에서 255.3%로 상승했다. 자영업 가구의 소득대비원리금상환액비율(DSR)은 2018년 39.0%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도소매(31.8%→46.6%)와 숙박·음식(40.5%→48.4%)은 크게 높아졌다.

한은은 "경기여건상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으므로 자영업 대출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대출건전성 관리를 미리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빚 부담 큰 위험가구 줄었지만 상환능력은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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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빚 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기 어려운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능력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에 해당하는 가구의 비중은 다소 줄었다. 

한은이 가계금융·복지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말 DSR은 40%,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은 100%를 넘는 고위험가구 비중은 모든 금융부채보유가구의 2.7%(29만8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0.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고위험가구의 비중이 감소한 것은 최근 정부에서 소멸시효완성 채권을 매각하고 대출규제를 강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고위험가구의 DSR과 DTA 중간값은 상승했다. 고위험가구들을 나열했을 때 비교적 덜 위험한 가구와 매우 위험한 가구의 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빚 갚는 능력이 나빠졌다는 얘기다. 고위험가구의 DSR 중간값은 2017년 70.6에서 2018년 76.6으로, DTA 중간값은 145.6에서 150.6으로 높아졌다. 이는 고위험가구의 소득증가보다 부채증가가 좀더 높았던 것에 기인한다는 것이 한은 쪽 설명이다.

한은은 "고위험가구는 다른 가구에 비해 만기일시상환대출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그:#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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