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이경규가 간다> <서세원쇼> <강호동의 천생연분> <유재석의 진실게임> 등 진행자의 이름을 앞세운 예능프로그램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예능인이라도 본인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면 진행자는 물론이고 제작진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에는 진행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 트렌드에 완전히 반대되는 길을 가고 있는 방송인도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5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소유진과 결혼한 외식 사업가 정도로만 알려졌던 백종원이 그 주인공이다. 2016년 <마이리틀 텔레비전>으로 주목 받은 백종원은 <백종원의 3대천왕>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골목식당> <집밥 백선생> 등 본인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들을 잇따라 히트시켰다. 

지난 16일에 폐막한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축구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KBS에서는 21일 축구에 관련된 새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축구를 좋아하는 한국배우가 영국 13부리그 구단을 인수해 팀을 키우는 과정을 그린 <으라차차 만수로>다. <날아라 슛돌이>, <청춘FC>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축구예능이다. 과연 <으라차차 만수로>의 구단주 김수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썩 좋지 않았던 김수로의 '작품 선구안', 그나마 드라마에선 선전
 
 김수로는 <흡혈형사 나도열>의 흥행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졌다.

김수로는 <흡혈형사 나도열>의 흥행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졌다. ⓒ (주)쇼박스

 
학창시절부터 배우가 꿈이었던 김수로는 무려 5수를 한 끝에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1970년생이지만 5수를 하면서 학교를 늦게 들어간 탓에 정재영, 류승룡, 임원희 같은 또래 배우들 대신 이종혁, 라미란, 김민교 등 1974년생 배우들과 학교를 함께 다녔다. 김수로는 <투캅스> 시리즈의 위병소 초병, <쉬리>의 특수8군단 요원 등을 연기하다가 <주유소습격사건>에서 코믹한 철가방 역으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반칙왕>에서 유비호 역을 맡아 현란한 레슬링 기술을 선보인 김수로는 2001년 <화산고>에서 역도부 주장 장량을 연기해 또 한 번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수로는 <달마야 놀자> <재밌는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에 출연하며 연기폭을 넓히다가 2006년 첫 주연작 <흡혈형사 나도열>에 출연했다 <나도열>은 전국 150만 관객을 동원했고 긴 조연생활을 버틴 김수로는 성공적으로 주연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김수로는 <흡혈형사 나도열>의 상승세를 차기작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이선균과 함께 호흡을 맞춘 <잔혹한 출근>은 혹평에 시달리며 전국 42만 관객에 그쳤고 이민호, 박보영, 문채원 등 미래의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던 <울학교 이티> 역시 65만 관객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데뷔 후 영화에서만 활동하던 김수로는 2010년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김수로는 오히려 드라마를 통해 긴 흥행 슬럼프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김수로는 첫 드라마 출연작이었던 <공부의 신>에서 특별반 열등생들을 가르치는 강석호 선생 역을 맡았다. 김수로가 <공부의 신>에서 연기한 강석호는 방영초기 <울학교 이티>의 천성근과 캐릭터가 겹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안정된 연기를 통해 25%의 높은 시청률을 견인했다.

김수로는 2012년에도 김은숙 작가의 <신사의 품격>에서 황태산을 연기하며 윤세아와 연애하면서 김하늘의 짝사랑을 받는 행복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수로는 장동건,김민종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꽃미남들과 연기했음에도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며 <신사의 품격> 속 '꽃중년' 4인방 중 한 명으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김수로는 <신사의 품격> 이후 <점쟁이들> <톱스타> 같은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며 안타까움을 샀다.

영국 13부리그 첼시로버스 인수하며 '구단주 꿈' 이룬 김수로
 
 김수로는 기복이 심했던 배우활동에 비해 예능인으로는 언제나 승승장구했다.

김수로는 기복이 심했던 배우활동에 비해 예능인으로는 언제나 승승장구했다. ⓒ SBS 화면캡처

 
이렇게 배우로서 기복이 심했던 김수로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언제나 뛰어난 활약을 보장했다. 2006년 KBS <상상플러스>에서 선보였던 '꼭지점 댄스'는 선풍적으로 유행하며 김수로라는 배우를 세상에 알렸고 그 해 연말 <무한도전>에서는 역몰카를 선보이며 노홍철을 오열하게 했다. 2008년에는 SBS <패밀리가 떴다>에 고정 출연해 유재석, 이효리, 김종국 같은 노련한 예능인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게임마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수로는 2013년에도 MBC의 <진짜사나이>의 창단 멤버로 합류해 2015년1월 만기전역을 할 때까지 출연하며 실제 군복무기간 21개월을 모두 채웠다. 언제나 '패기'와 '파이팅'을 강조하며 예능에 임하는 김수로의 유쾌하고도 진지한 자세는 제작진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높은 신뢰감을 줬다. 일부 시청자들은 "김수로가 나오는 예능은 믿어도 된다"며 '예능인 김수로'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김수로는 지난 2010년에도 <도전 히어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과 일반인 연합 축구팀을 결성할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많다. 김수로는 21일 첫 방송되는 <으라차차 만수로>에서 영국축구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13부리그 구단 첼시 로버스를 인수하고 운영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김수로와 출연자들은 <으라차차 만수로>를 통해 김수로와 첼시 로버스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꿈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으라차차 만수로>에는 구단주 김수로 외에도 배우 이시영이 총괄이사, 엑소의 카이가 글로벌 이사, 축구해설위원 박문성이 전략이사, 인도 출신 방송인 럭키가 통역이사로 활약할 예정이다. 축구붐을 타고 시청률을 끌어 올리겠다는 기획이었다면 U-20 월드컵이나 A대표 선수들을 섭외해 특집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으라차차 만수로>는 13부 리그 '흙수저'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경을 뛰어넘는 인간적인 감동을 전달할 예정이다.

영화뿐 아니라 무대연기에도 관심이 많은 김수로는 지난 2011년 '김수로 프로젝트'를 통해 10편이 넘는 연극들을 기획·제작해 무대에 올렸다. 2014년에는 <신사의 품격>에 함께 출연했던 김민종과 더블케이 연극학교를 설립해 5번의 기수를 졸업시켰다.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큰 김스로는 연기와 예능, 그리고 후배양성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한국에서 가장 바쁜 '반 백살 배우' 중 한 명이다. 
 
 김수로는 <으라차차 만수로>를 통해 스포츠 예능과 휴먼 예능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예능에 도전한다.

김수로는 <으라차차 만수로>를 통해 스포츠 예능과 휴먼 예능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예능에 도전한다. ⓒ <으라차차 만수로> 홈페이지

 
김수로 흡혈형사 나도열 패밀리가 떴다 신사의 품격 으라차차 만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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