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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 권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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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자연 거울'로 불리는 곳. 남미여행의 꽃인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은 하늘과 땅과 사람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백의 공간이다. 한때 바다였던 곳이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라 해발 3653m 고지대를 형성했다. 연평균 강수량(124mm)보다 증발량이 10배 이상인 전형적인 사막 기후로 인해 어디를 가든 거북이 등껍질 같은 무늬로 튀어 오른 두터운 소금으로 가득하다.

이 환상적인 시공간을 렌즈에 담고자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 덕분에 우유니는 볼리비아 최고 관광자원으로 꼽힌다. 안데스 대지의 어머니(Madre Tierra) 파차마마는 대대손손 이 자연을 보존한 자녀들을 예뻐했기 때문일까. 이 척박한 사막에서 슈퍼곡물 퀴노아(Quinoa)가 자생하고 있다.
 
 우유니 소금사막 인근에서 재배중인 슈퍼곡물 퀴노아
 우유니 소금사막 인근에서 재배중인 슈퍼곡물 퀴노아
ⓒ 권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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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가 낳은 슈퍼곡물: 퀴노아

남미 안데스 고원지대에서 3000년 이상 재배된 퀴노아는 슈퍼곡물로 불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모든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된 퀴노아의 영양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세계 기아 및 빈곤 해결 수단으로 활용코자 2013년을 '세계 퀴노아의 해(International Year of Quinoa)'로 선정까지 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 곡물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생산량 증대를 기약하기 위해 '고원지대 농업기계화 및 역량강화 사업'을 한국에 요청했다. 외국 원조를 받던 수혜국 시절을 기억하는 한국정부는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를 통해 화답했다. 세계 24개국에서 농업분야 공적개발원조(ODA)를 10년간 수행해 온 농촌진흥청 코피아(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도 현장답사 및 자문 제공을 통해 한·볼 퀴노아 사업에 일부 참여했다.

필자를 포함한 농진청 코피아(KOPIA) 볼리비아센터 소장 및 연구진은 우유니를 방문했다. 소금사막 주변의 오루로·포토시 외곽은 황무지 그 자체. 이 척박한 환경에서 자생하는 퀴노아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야마(llama)의 생명력은 경이로웠다. 현장답사를 통해 볼리비아 농업산림혁신청(INIAF) 관계자, 지자체 공무원 및 원주민의 속사정을 들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로 더 건조해졌고 수분고갈, 냉해, 토양침식으로 농작물 피해가 빈번하단 것이다. 포장관리 연구원인 Ing. Eursio Delain는 "생육기간이 길수록 자연재해에 노출되어 생산량 피해가 발생이 크니 퀴노아 생육기간(평균 6개월)을 단축시킬 품종개량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원 요청했다.
 
 고원지대 농업기계화 및 역량강화 사업(퀴노아) 대상지 답사
 고원지대 농업기계화 및 역량강화 사업(퀴노아) 대상지 답사
ⓒ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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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브리검 영(Brigham Young)대학의 유전학자 제프 모건(Jeff Maughan)교수에 따르면, 퀴노아는 가뭄, 염분토양, 빈번한 서리(frost)에도 내성을 지닌 작물로 기후변화적응에 적합한 농업자원이라 평가했다.

퀴노아의 상업적 가치를 가장 빨리 파악한 나라는 농업강국 네덜란드. 이미 1990년대부터 저지대·북서유럽기후에 적합한 신품종 개발에 돌입·성공하여 자체 생산 중이다. 더 나아가 볼리비아·페루에서 수입한 퀴노아 60% 이상을 재가공·재수출하여 유럽 시장을 석권 중이다(KOTRA, 2018).

늦게나마 영국도 학술목적 하에 볼리비아 퀴노아 30개 자원을 받아갔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벨기에도 퀴노아 재배에 뛰어들었다. 퀴노아 성공 신화는 남미가 아닌 유럽에서 새로 쓰이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의 유전자원센터 설립 요청

2019년 5월 8일. 한국·볼리비아 농업 ODA 사업 5개년 계획(2021~2025)을 논의하기 위해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에서 현지 담당기관인 농촌토지개발부(MDRyT)·계획개발부(MPD)·농업산림혁신청(INIAF)과 한국 농업ODA사업 관계기관인 주볼리비아한국대사관·코이카·농진청 코피아가 참여했다.

김학재 주볼리비아대사와 까를로스 INIAF청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하여 볼리비아 농업사업(안) 도출을 위해 여러 의견을 개진했다. 그 중 INIAF 연구국장(Dr. Felix Marza)은 '유전자원센터 설립 건'을 두고 공을 들여 참석자의 이해를 구했다.

볼리비아는 퀴노아, 감자, 토마토 등 주요 작물의 원산지로 전 세계 유전자원의 4%의 기원인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다. 반면, 관리능력·보존시설 미비로 한국의 농업유전자원 수(25만5483 자원) 대비 7.7%(1만9604 자원)만을 보존 중이다.

우리 코피아는 라파즈 ODA 회의 후 INIAF 요청으로 코차밤바 주 토랄라파(Toralapa)의 국가유전자은행을 방문했다. 기존 연구시설을 개보수한 국내 유일의 5년 단기 보존시설(Active Gene Bank)로 겨우 구색을 맞춘 실정이었다. 현지 연구진은 불안정한 전력망으로 단전(斷電)될 경우 그동안 수집한 유전자원이 상실될 수 있기에 적은 인력이 24시간 상주 중이었다.

이곳 요청사항도 키노아 현장과 동일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재래자원을 수집·보존하고 육종(breeding)을 통해 환경적응이 우수하고 상업가치를 지닌 개량품종을 농가에 보급하는 것. 감자 원산지임에도 씨감자(seed potato) 자체생산보급비율이 3%(한국: 40%)에 불과한 볼리비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농업의 근본인 양질의 씨앗종자와 이를 보존·개량할 수 있는 인프라(유전자원센터)인 것이 자명하다.
 
 한국ㆍ볼리비아 농업 ODA 사업 5개년 계획(2021~2025)
 한국ㆍ볼리비아 농업 ODA 사업 5개년 계획(2021~2025)
ⓒ 권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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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ODA사업의 당위성

우리 정부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나고야 의정서)에 의거하여 2018년 8월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유전자원법)'을 발효했다. 제4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19~2023)에서는 생물다양성 ODA 사업비율을 기존 1.12%에서 4.10%로 올려 해외 자원부국 생물자원 정보화 지원하겠다는 전향적 목표를 담았다(정부부처 합동, 2018).

한국의 농업 라이벌인 일본은 이미 유전자원은 풍부하나 보존 기반이 부족한 국가(스리랑카, 칠레, 파키스탄, 미얀마)를 대상으로 ODA사업(유전자은행 건설)하고 유전자원 정보를 공유 중이다(KREI, 2016).

중남미의 풍부한 농업유전자원 확보를 위한 정부 노력은 과거 농촌진흥청과 브라질 농업연구청 간 양해각서 체결('08.11)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리는 노르웨이 스발바르섬 종자 저장고에 이어 50만 점 유전자원을 저장할 수 있는 세계 안전중복보존소 설비를 갖췄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종자은행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외 유전자원의 수탁 보존과 국제협력훈련센터를 운영 중인 한국정부의 역량을 고려할 때 볼리비아 니즈(needs)를 충분히 채워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한·볼 농업유전자원의 학술·상업적 교류까지 이끌어낸다면 국제협약에서 강조하는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한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ABS)'의 성공적인 윈윈 사례를 남길 수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ODA를 위해

필자는 볼리비아에 체류하며 치리모야(Chirimoya)라는 과일에 매료됐다. 난생 처음 맛보는 그 신묘한 맛이 첫 번째 이유. 남미시장에서 치리모야 상품가치가 점차 높아지면서 볼리비아 농업산림혁신청(INIAF)은 올해 치리모야 샘플 80점을 수집하는데 경주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로, 치리모야는 2019년 기준 4억5000만 부 판매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 '원피스(ONE PIECE)'의 '악마의 열매'와 그 외형이 흡사하다. 동네 시장터에서 그 울퉁불퉁한 껍질을 잘라 하얀 속살을 씹을 때마다 '자체 품종 개량하여 수출상품으로 대박 난 국내 딸기나 청포도처럼 이 과일도 육종한다면?'이라고 상상한다. 대중문화 아이콘과 합을 맞춘 신품종 과일이 탄생한다면 요즘 같은 소프트파워 시대에 미래 고부가가치 농업·문화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볼리비아 치리모야 과일: 일본 인기만화 원피스의 '악마의 열매'의 현실버전
 볼리비아 치리모야 과일: 일본 인기만화 원피스의 "악마의 열매"의 현실버전
ⓒ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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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협력사업(코피아) 10주년을 맞는 해다. 한국 정부는 2019년 6월 17일부터 일주일간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총 22개 국가의 농업협력기관장(차관급 및 청장)을 초빙하여 농업ODA 이해당사자 간 협력강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 특별히 볼리비아 까를로스 청장은 자국 농업 관심순위에 따라 한국 유전자센터 답사일정을 추가로 요청했다.

필자는 <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유전자원' 전쟁중> 기사를 통해 국제협약 틀 안에서 상업 잠재력을 지닌 농업유전자원을 둔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될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볼리비아 양국은 이미 생물다양성협약(나고야 의정서)을 비준한 당사국이다. 유전자원을 둘러싼 세계 체스판에 전운이 감돈다. 농업ODA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을 함께 고심할 때이다.

참고자료
관계부처합동. 2018. 제4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19~2023년).
KOTRA. 2018. 슈퍼푸드 퀴노아(Quinoa) 재수출로 각광받는 네덜란드. 이소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무역관
KREI. 2016. 나고야 의정서에 대응한 농림업 유전자원의 보존 및 이용방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TIME. 2015. 'Quinoa: Should You Eat It?' 미국 타임誌 기사

[농촌진흥청 코피아 볼리비아센터 관련 기사]
1) 안데스 산맥의 정기를 받은 토착민과 동고동락하는 사연  http://omn.kr/u2ex
2) 볼리비아의 참 '세련된' 기후변화 대응법   http://omn.kr/1c57u 
3) [번외편] 남미 최초 원주민 출신 볼리비아 대통령 이야기 http://omn.kr/1acql
4) 한국-볼리비아 농업·환경을 책임질 코피아 청년들 http://omn.kr/1hc5s
5) 평창에서 촉발된 '한일 딸기전쟁', 막전막후
    (부제) 세계는 지금 총성없는 유전자원 전쟁중  http://omn.kr/1jj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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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환경재단 아시아환경센터 부장 前) 농촌진흥청 코피아 볼리비아센터 책임연구원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국제교류부 연구원 /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인턴 / (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졸)국립경상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