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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지곡동 549-2번지에 그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비틀스가 있고 멜로디 가르도가 있으며 '짙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인디 가수도 있습니다. 여러 단골도 있습니다. '그곳에 그 카페'는 카페 주인과 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 기자말

카페를 차리기 전에 잘 다니던 찻집이 있었다. 지인들과 교제를 위해 즐겨 찾던 전통찻집이었다. 그 찻집에서는 손님들에게 과자를 서비스로 줬다. 주문한 차와 함께 주는 게 아니고, 주문을 받으러 오면서 미리 과자를 주는 집이었다.

한 번은 넷이서 식사를 마치고 그 찻집에 갔다. 다른 날처럼 찻집 주인이 주문을 받으러 오면서 과자를 내놨다. 동료 한 사람과 나는 버릇처럼 과자로 손을 가져갔다. 속이 좋지 않아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동료가 차 마시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해서 양해를 구하고 석 잔만 주문했다. 

그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찻집 주인이 우리가 먹고 있는 과자를 도로 가져간 것이다. 과자가 사라지면서 테이블 유리 아래에 껴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1인 1 메뉴 주문 시에만 과자를 서비스로 드립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눈을 마주치며 허탈하게 웃었다. 늘 사람 수대로 주문했기 때문에 그 문구를 보지 못한 건지, 아니면 최근에 생긴 것인지는 모르지만 기분이 언짢았다. 그 후로 그 찻집에는 다시 가지 않았다. 
 
 카페에서 1인 1메뉴는 꼭 지켜야 하는 것일까요?
 카페에서 1인 1메뉴는 꼭 지켜야 하는 것일까요?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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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내가 카페를 하게 된다면 1인 1 메뉴를 고집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다. 실제로 지금 운영하는 카페의 매뉴얼에도 그 점을 명시해뒀다. 

'손님 수만큼 주문하지 않는 경우에도 친절을 잃지 말 것. 원하신다면 빈 잔을 드릴 것.'

결코 다른 카페와의 경쟁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순전히 그 찻집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차를 시키지 않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여섯 명이 세 잔 주문하고 30% 할인까지

문득, 다른 카페에서는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방침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동네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물었다. 

"저도 처음에는 손님들이 원하는 대로 해드렸죠."

그러나 점점 늘어가는 '얌체 손님'들 때문에 방침을 바꿨다고 했다. 

"다섯 분이 오셔서 두 잔만 시켜놓고 몇 시간을 앉아 있는 거예요.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고, 저희 카페는 테이블 수도 몇 개 안 되는데..."  

우리 카페에도 그런 손님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 번은 여섯 명의 손님이 왔는데, 옆 건물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당 주인이 추천해서 왔다고 했다(카페 초기 주변에 식당이 많은 상권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30% 할인 정책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메뉴판을 보더니 주문 대신 커피값이 비싸다고 타박했다. 무슨 근거인지 "커피값은 천 원이면 맞다"며 훈계하듯 말하기까지 했다. 결국 석 잔만 주문했다. 그래도 직원은 교육받은 대로 "빈 잔을 가져다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그들은 두 개의 빈 잔을 원했다. 세 개까지는 무리다 싶었을까. 

다른 손님들을 위해 큰소리를 내는 것은 삼가야 함에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었다. 음악 감상하는 카페인 것을 알면서도 크게 웃고 박수까지 치며 소란을 피웠다. 그러면서도 음악을 신청하는 것은 빼놓지 않았다.  

벨을 눌러 가보면 신청곡 메모지를 내밀었고, 또 벨이 울려 가보면 물을 주문했다. 직원의 얼굴이 점점 지쳐가고 있는 게 보였다. 결국 직원이 볼멘소리로 따지듯 말했다.

"사장님은 왜 손님 수대로 주문받는 거 안 하세요? 다른 데는 다 하던데. 석 잔만 시키고 화장실은 다 가잖아요. 차 안 마신 사람이 물 갖다 달라하고, 음악 신청도 하잖아요. 정말 얌체분들이네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어색하게 웃었다. 문제는 계산을 할 때 생겼다(참고로 우리 카페는 후불 시스템이다). 식당 주인이 추천해서 왔으니 30% 할인을 해줘야 한다며 식당 영수증을 내민 것이다. 1인 1 메뉴 시에만 할인이 가능하다는 문구는 카페 어디에도 없었다. 그것은 일종의 묵시적 약속이었다. 

마땅히 할인 정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직원은 계산대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내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여줬다. 할인된 가격으로 계산을 치른 뒤 개선장군처럼 카페를 나가는 손님의 뒷모습을 보며 삼만 원짜리 보양식 집에서는 어떻게 주문했을까 궁금했다. 

자릿세? 인두세?  
 
 1인?1메뉴,?어떻게 생각하세요?
 1인 1메뉴,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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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떠나간 뒤 1인 1 메뉴 방침에 대한 생각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과 손님의 다른 입장 때문이었다. 물론 카페에 오는 손님 중에는 1인 1 메뉴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있다. 어떤 손님은 일행 중 한 명이 주문하지 않는 경우, 직원에게 음료값보다 더 많은 팁을 준다. 또 어떤 경우에는 DJ에게 음료를 선물하기도 한다. 

어떤 카페에서는 카페의 규모와 상관없이 1인 1 메뉴를 철저히 고수한다. 이유는 운영자의 고유 권한일 것이다. 카페는 단지 음료만을 마시는 곳이 아닌 공간을 사용하는 의미라고 말한다. 편한 말로 자릿세라는 게 있다는 입장이다. 

"극장에 가서 영화 안 보고 잠만 잘 것이니 돈을 안 낸다고 하는 거랑 같은 거 아닐까요?"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어떤 때는 사람 수보다 더 마실 때도 있죠. 어떤 때는 디저트도 더 시키고요. 가끔은 정말 먹는 게 힘들 수도 있잖아요. 자주 가는 단골인데 그 정도 서비스도 못 받나요? 무슨 인두세도 아니고."

1인 1 메뉴,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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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에서 음악감상카페를 경영하는 DJ입니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