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김학의 전 차관(왼쪽)과 윤중천씨. (자료사진)
 김학의 전 차관(왼쪽)과 윤중천씨. (자료사진)
ⓒ 권우성,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윤중천은 2006년 10월 역삼동 오피스텔을 마련한 후, A씨에게 '김학의 형에게 네 전화번호를 알려줬으니 잘 모셔야 한다'며 (중략) 김학의의 성적 요구에 언제든지 응하도록 하는 한편, 자신의 폭행·협박 사실에 대해서는 김학의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하였다."

검찰이 윤중천씨를 재판에 넘기며 작성한 공소장에 담긴 내용이다. <오마이뉴스>가 11일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공소장에는, 이처럼 '윤씨가 지속적 폭행·협박으로 A씨를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었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이를 몰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2007년 11월 13일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상황에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윤씨가 A씨에게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유사 성행위를 하라고 지시할 때 "김 전 차관이 (윤중천의 지속적 폭행·협박으로 항거불능인) A씨의 상태를 알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윤씨와 김 전 차관이 A씨를 상대로 동시에 성관계를 가졌을 때를 두고도 "(A씨가 항거불능이라는) 그 (사)정을 모르는 김학의를 이용해 윤중천이 A씨를 강간했다"고 결론지었다.

이처럼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지속적 폭행·협박으로 항거불능인) A씨의 상태를 알지 못했다", "(A씨가 항거불능이라는) 그 (사)정을 모르는 김학의"라고 반복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검찰의 판단은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가 적용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특수강간은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의 죄를 범한" 것에 해당한다. 이는 공소시효가 15년이라 김 전 차관을 성폭력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차관이 A씨의 항거불능 상태를 몰랐다는 이유로 특수강간이 아닌 윤중천에 의한 성접대로 봤다(관련기사 : 돌고돌아 내린 결론 '동영상 속 김학의, 성범죄는 아니다'). A씨의 피해 사례는 역시 이춘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김 전 차관의 공소장의 '뇌물 목록'에 담겨 있었다.

상상조차 어려운 가학적·지속적 행각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4일 오전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친 수사에서 특수 강간 등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함께 구속기소 했다. 2019.6.4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4일 오전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친 수사에서 특수 강간 등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함께 구속기소 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공소장에 적시된 윤씨의 A씨에 대한 폭행·협박 행위는 잔인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가학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김 전 차관 앞에서만 유독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거나 숨겼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아래는 윤씨 공소장의 내용 일부다.

"윤중천은 2006년 여름경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연예인 지망생인 A씨(당시 29세)에게 접근해 원주 별장으로 유인한 후 고립된 상태에 있는 피해자와 강제로 성관계했다. 그 다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신체나 생명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로 말하고 이를 빌미로 수차례 피해자와 강제로 성관계한 후 그 과정에서 촬영한 동영상으로 A씨를 협박했다."

"특히 피고인은 그 무렵 김학의에 대하여 A씨에게 '법조계에서 엄청 힘이 센 검사이니 잘 모셔야 한다, 앞으로 너는 내가 가라고 하면 가고 오라고 하면 오는 개가 되는 거다'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수시로 김학의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만일 피해자가 피해 신고를 하더라도 그 정도는 손쉽게 무마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

"윤중천은 2007년 가을경 원주 별장에서 지인으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았다는 이유로 화가 나, 방에 있던 권총을 들고 'X발, 다 쏴 죽여 버린다'라고 말하면서 마침 옆에 있던 A씨에게 총을 겨누는 시늉을 하였다."

"이를 비롯해 윤중천은 2006년 10월경부터 2008년 2월경까지 원주 별장, 역삼동 오피스텔 등지에서 폭행·협박을 통해 A씨에게 김학의를 포함한 사회 유력 인사들과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A씨에게 전화하거나 불시에 오피스텔에 방문해 (중략) 총과 칼 같은 흉기를 보여주거나 자신의 지시에 순종하지 않으면 폭행·협박과 강제적인 성관계를 반복해 A씨로 하여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게 했다."


이외에도 공소장에는 기사에 그대로 거론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여럿 담겨 있었다. 윤씨는 2007년 A씨에게 '내연녀가 바람을 피워 반 죽을 만큼 패 놨다, 너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똑같이 맞는다, 죽인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A씨를 다음날 내연녀의 집으로 불러 내연녀의 부은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언니 기분을 풀어줘야 한다'며 A씨에게 내연녀를 상대로 유사 성행위를 하도록 시켰다.

또 윤씨는 2006년 자신이 접대를 지시한 유명 피부과 의사 ○○○과 A씨의 관계를 의심해, A씨가 자고 있던 역삼동 오피스텔에 몰래 들어가 폭행·협박·강간을 저지르기도 했다. A씨의 목을 조르고 욕설을 퍼붓던 윤씨는 A씨의 눈을 가리고 스타킹으로 손발을 묶은 뒤 부엌칼을 몸에 갖다 대며 '죽여버린다'고 협박했다. A씨가 반항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윤씨는 강간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윤씨는 2007년 원주 별장에서 자신과 미술품 거래를 해오던 유명화가 △△△와의 성관계를 지시했으나 이를 A씨가 거절하자 역시 폭행·협박·강간을 저질렀다. 당일 A씨를 손으로 수회 때리며 '이번 일 틀어지면 죽여 버린다'고 말한 윤씨는 다음 날 역삼동 오피스텔까지 찾아가 A씨의 머리채를 잡고 욕실 타일에 수회 부딪치게 했다. 그렇게 반항을 억압한 윤씨는 A씨를 또 강간했다.

"윤중천의 욕설·고함, 김학의도 봤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여성단체 등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중천 관련 사건에 대한 특검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여성단체 등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중천 관련 사건에 대한 특검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앞서 말했듯, 검찰은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겐 이러한 면모를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김학의가 직접 폭행·협박한 사실은 없고 윤중천이 평소 김학의를 잘 모셔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말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자신이 폭행·협박으로 성관계에 응해야 한다는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는 이유에서였다(지난 4일 검찰 수사단 발표).   

하지만 이러한 검찰의 판단은 A씨의 진술을 배제·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투명성기구, 한국YMCA전국연맹,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이 11일 발표한 자료에는 '김학의가 A씨를 향한 윤씨의 폭행·협박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 단체들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A씨는 2006년 7월경 윤중천의 원주 별장에서 김학의를 처음 본 날, 두 사람이 함께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시도하자 울면서 저항했다"라며 "(이 자리에서) 윤중천이 심하게 욕을 하며 고함을 쳤고, 당시 김학의도 옆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며칠 후 별장에서 김학의로부터 두 번째 피해를 당했을 때 윤중천이 A씨에게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데, 그 자리에 처음부터 김학의가 있었다"라며 "그 후 윤중천은 A씨를 역삼동 오피스텔로 불렀고 함께 있던 김학의와의 성관계를 요구했다, A씨가 처음에 이를 거부하자 윤중천은 김학의가 있는 자리에서 A씨에게 욕을 하고 A씨를 방에 밀어 넣어 김학의가 A씨를 간음하도록 한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특히 A씨는 윤중천과 김학의가 집단성교, 항문성교 등을 강요할 때에는 두렵고 무서워 싫다고 적극적으로 거부했는데 이때마다 윤중천은 A씨에게 말을 들으라며 위협했다, 김학의는 이를 모두 지켜본 후 직접 간음행위로 나아갔다"라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들은 "이러한 진술 내용은 A씨가 처음 경찰 조사를 받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구체적이며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라며 "A씨는 김학의에 의한 피해 역시 호소하고 있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학의에 대한 두려움을 충분히 진술했으며 이런 점에서 A씨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윤중천뿐만 아니라 김학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윤중천과의 합동강간치상으로 의율할 수 있는 대목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검찰) 수사단은 이러한 진술들을 배제하고 '윤중천이 A씨에게 계속적으로 폭언·폭행하는 것을 김학의가 알지 못했다'고 피해자가 진술했다는 이유로 강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식의 왜곡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라고 덧붙였다.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