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광주의 동강대학교에서 후임 양성에 힘쓰고 있는 홍현우 감독은 현역 시절 4개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와 3년 연속 3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1990년대 KBO리그의 대표적인 3루수였다. 90년대 중반의 해태 타이거즈는 "이종범이 나가서 도루하면 홍현우가 불러 들이는 팀"이라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홍현우는 뛰어난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호타준족 내야수였다.

하지만 LG 트윈스 팬들에게 홍현우는 소설 <해리포터>의 '최종보스' 볼트모트처럼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이름이다. 2000 시즌이 끝난 후 당시로선 거액(물론 지금도 일반 사람들에겐 엄청난 거액이다)인 4년 18억 원을 받고 LG로 이적한 홍현우는 LG 이적 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4년 동안 221경기에서 14홈런 63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홍현우는 2005년 '친정' KIA로 컴백했지만 1군에서 단 25경기에 출전한 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당시 타이거즈 팬들을 비롯한 많은 야구 팬들은 '만약 홍현우가 타이거즈에 잔류했다면 어떤 성적을 남겼을까'라는 물음을 가졌다. 물론 해태에서의 마지막 시즌부터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홍현우의 LG 이적이 그의 커리어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명문 LA 다저스에 입단한 것을 아쉬워하는 선수가 있을 듯 하다. 매 경기 호투를 거듭하고도 조기강판을 당하는 일본인 투수 마에다 켄타가 그 주인공이다.

'저평가 우량주' 일본인 투수 마에다, 다저스와 복잡한 내용의 옵션 계약 

마에다는 히로시마 도요카프 시절 2번의 사와무라상과 세 번의 평균자책점왕을 차지했던 센트럴리그 최고의 우완 선발투수였다. 하지만 마에다는 한 번도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에이스 투수로 인정 받지는 못했다. 같은 시대에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나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처럼 마에다보다 더욱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슈퍼 에이스'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다르빗슈는 2년째가 되던 2013년 13승 9패 ERA 2.83 277탈삼진으로 아메리칸리그 탈삼진왕에 오르며 사이영상 투표에서 21승 투수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3년 일본에서 24승 무패 1세이브 ERA 1.27이라는 만화 같은 성적으로 퍼시픽리그 사와무라상과 MVP를 휩쓴 다나카는 2013 시즌이 끝난 후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마에다 역시 2015년 15승 8패 ERA 2.09의 뛰어난 성적으로 개인 통산 두 번째 센트럴리그 사와무라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한 제1회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의 에이스로 대접 받은 선수는 마에다가 아닌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였다(당시 마에다는 결승전 선발 투수로 내정돼 있었지만 일본이 준결승에서 한국에게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결승전 등판이 무산됐다).

마에다는 2015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실제로 꽤 많은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던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는 마에다가 아닌 20대 초반의 나이에 100마일의 강속구를 던지고 타격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도류' 오타니였다. 결국 마에다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소속팀이자 노모 히데오, 이시이 가즈히사, 박찬호 등 많은 아시아 투수들이 뛰었던 다저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겉으로 보기에 8년 최대 1억 620만 달러의 계약 내용은 결코 나빠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에다의 계약서는 옵션과 인센티브가 덕지덕지 붙은 선수에게 매우 불리한 계약서였다. 8년 간 보장연봉은 고작(?) 2500만 달러에 불과했고 일정 조건을 채우면 FA를 재신청할 수 있는 옵트 아웃이나 트레이드 거부조항도 없었다(비록 부상으로 조건을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옵트아웃'은 류현진의 첫 번째 계약서에도 포함됐던 항목이다).

첫 시즌 제외 매년 규정이닝 미달, 올해도 7이닝 이상 소화 전무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성공할 자신감이 있었던 마에다 입장에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옵션 항목을 모두 채워 해마다 인센티브를 꼬박꼬박 받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실제로 마에다는 류현진이 재활로 1경기 등판에 그쳤던 2016년 다저스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하며 16승 11패 ERA 3.48의 뛰어난 성적으로 많은 옵션을 채워 1190만 달러의 연봉을 수령했다.

문제는 마에다의 계약서에 붙은 복잡한 옵션들은 구단이 마음 먹기에 따라 충분히 악용될 소지가 다분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7년 29경기에서 13승을 거둔 마에다는 선발 보너스가 300만 달러, 이닝 보너스가 100만 달러나 하락하며 실수령액이 790만 달러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마에다의 효과적인(?) 옵션 활용법'을 간파한 다저스 구단은 작년 시즌부터 마에다의 옵션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마에다는 작년 시즌 이렇다 할 부상 없이 39경기에 등판했지만 선발 등판은 단 20회에 불과했다. 선발 등판 횟수가 적으니 당연히 이닝도 예년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에다는 작년 시즌 3.81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선발등판 20회에 125.1이닝 소화에 그치면서 연봉 수령액이 615만 달러로 더욱 줄어 들었다. 최대 1325만 달러를 수령할 수 있는 마에다가 옵션의 반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올 시즌에도 마에다의 '수상한' 등판은 계속 되고 있다. 5월 중순 마에다를 '부상예방'이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부상자 명단에 보냈던 다저스는 올해 마에다에게 한 번도 7이닝 이상 마운드를 맡기지 않는 등 철저하게 이닝 관리(?)를 해주고 있다. 특히 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전에서는 5회까지 70개의 공으로 2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6회부터 훌리오 우리아스와 교체됐다. 그리고 다저스는 이날 불펜의 난조로 8연승이 무산됐다.

다저스는 올해 뛰어난 선발진에 비해 불펜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 받는 팀이다. 그렇다고 다저스가 마에다의 인센티브를 아껴서 팀을 운영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팀도 아니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류현진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올리고 있는 마에다를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저스 입단 전 애리조나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도 입단 제의를 받았던 걸로 알려진 마에다는 뛰어난 컨디션에도 번번이 조기 강판되는 자신의 현실을 어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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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LA 다저스 마에다 켄타 옵션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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