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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작년 9월 생애주기별 발달장애인 돌봄 과제를 선정,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포용국가 지향정책의 일환이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전 생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 설계는 여전히 돌봄, 소득보장, 고용에 집중되어 있다. 무엇보다 청·장년기 발달장애인 당사자 부모의 자녀양육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자료나 지원방안을 제시한 선행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이하 센터)는 '발달장애인 부부의 자녀양육실태 모니터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흔히 발달장애인은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부모로서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는 주체일 수 있다는 상상은 하지 못한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심층면접 방식으로 그들이 겪는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지원방안을 도출하고자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모니터링은 발달장애인 여성의 자녀양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통적 가치관에서 자녀양육의 역할은 어머니의 몫으로 보는 경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장애여성은 자녀양육의 책임을 다양한 삶의 과정에서 겪는다. 특히 '장애여성의 모성이 충분히 존중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기초조사에서 남녀 모두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인 부부가 자녀를 양육하는 현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장애등록 제도는 개인별 지원제도로 장애등록과 혼인신고를 통해 부부가 된 가구 현황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센터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의원실과 공동으로 사회보장정보원에 지역별 장애인 부부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 포함)자료를 요청했다.

가난한 장애인 부부 75% 자녀 없어

저소득 장애인 부부의 가구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건복지부·보건사회연구원의 '2017 장애인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에 나타난 전체 장애인 기혼자의 자녀현황과 거리가 먼 통계를 도출할 수 있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기혼자의 96.40%가 자녀가 있다고 답했다. 자녀가 장애인인 경우는 5.30%였다. 반면 저소득 장애인 부부(전국 21,382가구, 2018년 기준) 74.90%는 자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자녀가 있는 25.10% 중에 자녀가 비장애인인 경우는 17.30%, 장애인인 경우는 7.80%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자녀양육 부담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저소득 장애인 부부 사이의 자녀출산여부, 장애여부를 알 수 있다.
▲ 2018년 등록장애인 부부수급자(차상위포함) 가구 자녀현황 저소득 장애인 부부 사이의 자녀출산여부, 장애여부를 알 수 있다.
ⓒ 정수미(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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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부부수급자(차상위 포함), 상대적 자녀 출산 비율 높아

보건복지부·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에서 지체장애인 48.8%, 청각장애인 75.9%, 언어장애인 73.6%, 시각장애인 62.7%, 지적장애인 37.9%가 자신과 같은 유형의 장애인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적장애인 부부 가정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가정생활지원 및 자녀양육 시스템의 구축 등,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회보장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표2>와 같이 전체 장애인 부부 수급자는 총 21,382가구이다. 지적장애인 부부 수급자는 1,785가구(8.34%), 자폐성 장애 부부로 구성된 가구는 없었다.

지적장애인 부부 수급자(차상위) 1,785가구 중 장애인 자녀가 있는 가구는 582가구(32.60%)였다. 나머지 1,203가구(67.40%)는 자녀가 없거나 비장애인 자녀만 있는 가구로 추정될 뿐이다. 세부내역은 알 수 없었다. 전체 저소득 장애인 부부 가구와 비교해 무자녀 가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장애가 있는 자녀가 있는 가구 비율은 높다는 것만 알 수 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가 결혼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2세를 출산하는 것은 양육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장애인 자녀 비율이 높은 이유로 장애의 대물림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수 있다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15개 장애유형별 저소득 장애인 부부 현황을 알 수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의 부부 구성현황을 알 수 있다.
▲ 2018년 장애유형별 부부수급자(차상위 포함) 현황 15개 장애유형별 저소득 장애인 부부 현황을 알 수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의 부부 구성현황을 알 수 있다.
ⓒ 정수미(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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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지적장애인 부부사이의 자녀출산여부와 자녀에게 장애가 있는지를 확인 할 수 있다. 지적장애인 부부 수급자(차상위) 1,785가구 중 장애인 자녀가 있는 가구는 582가구(32.60%)였다. 나머지 1,203가구(67.40%)는 자녀가 없거나 비장애인 자녀만 있는 가구로 추정될 뿐이다. 세부내역은 알 수 없었다.
▲ 지적장애인 부부 수급자(차상위)의 자녀여부 및 장애여부 저소득 지적장애인 부부사이의 자녀출산여부와 자녀에게 장애가 있는지를 확인 할 수 있다. 지적장애인 부부 수급자(차상위) 1,785가구 중 장애인 자녀가 있는 가구는 582가구(32.60%)였다. 나머지 1,203가구(67.40%)는 자녀가 없거나 비장애인 자녀만 있는 가구로 추정될 뿐이다. 세부내역은 알 수 없었다.
ⓒ 정수미(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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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면접 내용을 분석하면서

# 자기결정권 없는 불임시술
A(남): 루프가 뭐예요? 지인에게 물어보니  아기 안 가지는 거래요.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다시 물어보니까요 아기 안 가지는게 루프다. 그래가 병원에 갔죠. 가서  "아기를 가지고 싶은디요" 했더만 "어머니께서 루프를 착용했다"고 해서 보호자인 (내가) 가서 떼주세요. 그렇게 말씀 드리니까 바로 떼줬습니다. 뗄 때는 (아내가) 아팠습니다.

A(남): "부모님이 저한테도 정관수술을 하라고 했는데 저는 말 안들어요. 동네에 목사 13남매 키우는 부부가 인간 극장에 나왔습니다. 그렇게 13명은 아니고 그냥 4명 5명은 목표로 (자녀를) 더 갖고 싶어요."

연구자: B님 생각은 어떠세요?

B(여): (고개를 저으며) "키우기 힘들지. 뱃속에 있을 때 더 힘들지."

지적장애여성 B씨는 첫째 자녀 출산 후 자녀의 주 양육자인 시부모에 의해 자궁 내 루프 삽입 수술을 했다. 하지만 13남매를 키우고 있는 지인, 목사처럼 자녀를 많이 갖고 싶은 지적장애인 남편 A씨의 주장으로 루프 제거 수술을 했다. 반면 B씨는 임신기간과 출산이 힘들어 더 이상의 자녀를 원하지 않았다. 시부모에 의해 자궁 내 루프 삽입 수술을 받고 남편에 의해 루프 제거수술을 한 장애여성 B씨는 자신의 재생산을 결정하는 주체가 아니었다.
 
C(여): "루프하기 전에 피임약을 계속 먹다가 몸에 너무 안 좋아서 셋째를 낳고 루프를 했어요. 신랑이 한다고 해놓고 안 해가지고... 6년 전부터 한다고 말만 하고"
지적장애여성 C씨는 세 명의 자녀 출산 후 6년 만에 루프 삽입 수술을 했다. 지적장애 남편 D씨가 정관수술을 약속했지만 6년간 수술을 하지 않았고 피임약을 복용하던 C씨가 건강에 이상을 느껴 결국 수술을 했다. 우리는 이렇게 임신과 출산의 당사자인 장애여성이 타자에 의해 재생산권을 박탈당하거나, 본인의 주장을 설득 할 자원이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했다. 부부 간 의사를 명확히 주장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성교육을 비롯한 역량강화 교육이 필요하다.

# 임신 확인하러 갔던 산부인과에서 들었던 말은? "낳으시게요?"
E(여): 임신 했는데 축하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고, "아기 낳을 거냐?"고 물었어요. 나는 임신을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들을 거라고 기대했어요. 그래서 네, 무슨말이에요? 낳아요. 라고 하니 "알았어요"라고 찝찝하게 대답 하는 거야. 드라마에서는 축하해요라고 하면서 막 남편한테 잘해주세요. 뭐 이런 말 하잖아요. 당연히 저도 그 말을 들을 줄 알고 갔는데 낳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찝찝하게 묻는 게 얼굴에 나오더라구요.
지적장애여성 E씨는 임신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고 했다. 임신사실을 확인하러 방문한 병원에서 의사는 "낳으시게요?"라고 묻었다며 E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E씨가 생각했던 임신이란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많은 이에게 축하를 받는 일이었는데, 의사는 결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장애인 부부의 출산을 의심하는 질문을 했다. 이 사례는 비록 십 수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한 개인에게 큰 상처를 준 차별적인 언행이었다. 의료기관 종사자를 비롯한 주변인들이 차별 없이 누구나 가족을 구성할 권리, 자녀를 낳을 권리를 보장해야함을 알 수 있도록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하다.

마치며

자녀를 키우는 발달장애인 부부가 전국에 몇 명인지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4월부터 10월까지 자녀를 키우는 발달장애인 부부 당사자 심층면접 모니터링을 센터는 하고 있다. 이번 모니터링 사업은 발달장애인 부부 열 쌍을 인터뷰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중 3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소개한 당사자 심층면접을 비롯해 더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인터뷰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자녀양육의 경험이 있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부부가 있다면, 인터뷰 참가자로 추천해주시기를 바란다.
 
자녀를 양육하는 발달장애인 부부 당사자(한부모 포함) 인터뷰이를 모집합니다.
▲ 발달장애인 부부의 자녀양육실태모니터링 인터뷰이 모집 자녀를 양육하는 발달장애인 부부 당사자(한부모 포함) 인터뷰이를 모집합니다.
ⓒ 정수미(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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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발행하는 모니터링리포트 36호에도 개제됩니다.


태그:#장애여성, #재생산권, #발달장애인, #자녀양육, #한국장애인인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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