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김진석 사진작가가 지난 2월 26일 '고려인의 길' 취재에 나섰다.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 카자흐스탄을 거쳐 고려인의 기차 이동 경로를 거꾸로 달려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예정이다. 이후 모스크바, 우크라이나, 조지아, 벨라루스를 거친 뒤 러시아 사할린과 캄차카의 고려인을 만날 예정이다. 김진석 작가의 '고려인의 길' 연재기사는 <오마이뉴스>에 단독으로 게재한다.[편집자말] |
매우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장 할머니는 지나간 이야기를 천천히 되감듯이 회상한다. 그러면서 오래된 일들이지만 지나고 보니 바로 어제의 일 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몇 해 전 할머니는 무릎 수술을 위해 몇 개월 한국에 머물렀다. 큰 아들 집에 머물며 수술을 받았다. 아들 이야기를 꺼내는 할머니는 말을 아꼈다.
아들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좋은 대학을 나왔다. 부푼 꿈을 안고 한국으로 간 아들이 공장 노동자부터 안해본 일이 없이 힘들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지하에 살고 있는 아들, 그러면서도 어머니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이 미안하고 부담스러워 수술을 마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장 할머니는 스마트폰과 노트패드를 만지작 거린다. 아들이 집에 인터넷을 연결해주고 기기를 사줬단다. 자주 영상통화를 한다. 그때마다 아들은 장 할머니에게 "필요한 것 없나? 어려운 건 없나?" 물어본단다.
"좋아. 모든게 다 좋아. 걱정 마."
장 할머니의 대답은 늘 한결 같다. 지금도 매달 적지 않은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는 아들에게 더 부담주기 싫다고 했다. 그러나 보내주는 돈은 생활비와 더불어 대부분 약값으로 사용한다.
장 할머니는 매주 한두 차례 한국 교회에 나간다. 성경을 접하면서 독학으로 한글을 배웠단다. 장 할머니의 소망은 오로지 아이들이었다.
"난 오직 아이들만 생각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장 할머니의 아파트를 바라봤다. 장 할머니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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