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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한복판에 있는 중고서점은 참 유익한 장소다. 산책하듯 이 책 저 책 넘겨보다 신기한 책을 헐값에 얻는다. 도심에 약속이 있을 때 시간을 채우거나 때우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엉뚱하게 옛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며칠 전에 시집을 하나 고르다 <나에게 더 미안해지기 전에>를 만나게 되었다. 한창 멘토열풍이 불던 2013년 나온 책이다. '우리 시대 청춘 멘토 21인이 전하는 뜨거운 조언'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슴 뛰게 하는 일을 찾기 위해 고민해본 적 있던가?" 붉은 글씨로 쓴 표지 물음이 눈길을 잡는다. '일을 찾는 고민'은 청춘에게만 주어지는 멍에(?)는 아니다. 초등생부터 대졸생까지, 취업준비생부터 은퇴한 백수까지 일 고민이 없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먹고 살기위해 해야 할 일이냐, 돈 관계없이 하고 싶은 일이냐, 무조건 가슴 뛰는 일이냐 정도 차이일 뿐이다.

일을 찾아 헤매는 대학생들은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가슴 뛰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지방'에 살고 '돈'과 '연인'이 없는 불행한 학생은 재미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청춘콘서트 등 여기저기서 위로는 받지만, 세상은 바뀌지도 않습니다." 청춘들이 묻고 멘토들이 답하는 인생 상담책이다.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은 사람은 행운아다.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성공한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멘토 21인'은 시대가 인정하는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별칭만 들어도 멘토로 삼고 싶어지는 이름들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바람의 딸' 한비야,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하버드대 나온 스님, 영혼의 멘토' 혜민, '재미주의자, 유쾌한 지식인' 김정운, '시골 의사' 박경철,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 '20년 옥방생활을 평화메시지로 승화시킨' 신영복...

혜민 스님은 '우리가 찾고자 하는 건 자기 안에 다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보지 말고, 나를 한번 돌아보세요' 답한다. 유쾌한 지식인 김정운은 '등록금 문제도 정말 중요하지만, 즐겁게 사는 문제도 절실하다' 말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으면 좋은 글을 10번 이상 필사해보고 원문보다 낫다고 생각들 때까지 문장을 고쳐보라' 조언한다.

3년 전 나라 돈을 받으며 인생나눔교실에서 멘토링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살면서 얻은 경험과 지혜를 젊은이들과 공유할 좋은 기회였다. 첫해 멘토링 대상은 군인이었다. 종이를 한 장 씩 주며 '사회에 나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 꿈을 구체적인 한 단어로 쓰라고 했다. 다양한 단어가 나왔다. '요리사', '광고디자이너', '선생님', '뮤지션', '빌딩주인', '사업가', '부자', '재벌', '히어로', '월드스타'...

사실 꿈을 구체적인 한 단어로 쓰는 일은 가슴 뛰는 꿈을 싹틔우는 시작점이다. 이제 싹이 크고 꽃이 피려면 열심히 물을 주며 기다려야 한다. 개나리처럼 이른 봄에 피는 꽃도 있고 국화처럼 늦가을에 피는 꽃도 있다. 시련도 견뎌야 한다. 고령토가 600도를 견디면 옹기가 되지만 1300도를 견디면 도자기가 된다.

'100일 동안 그 꿈을 제목으로 테마 일기를 써라!'. 그때 군인들에게 내가 한 조언이다. '요리사', '뮤지션', '선생님'이 되기 위해 오늘 나는 무엇을 했나, 글로 쓰라는 조언이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꿈을 글로 그려 나간다면 꿈은 현실에 뿌리내리고 꽃을 피울 것이다. 테마 일기쓰기를 100일조차 지속 못 한다면 그 꿈은 환상에 불과하다. 차라리 다른 꿈을 새로 시작하는 게 낫다.

지금 모두 사회인이 되어 있을 당시 군인들을 생각해본다. 그때 써냈던 대로 요리사, 뮤지션, 광고디자이너가 됐을까. 기타리스트 꿈꾸다 스포츠 댄싱에 빠져 꿈을 바꿨는지도 모른다. 테마 일기를 100일 이상 쓴 멘티는 몇이나 될까. 조언을 실천하는 자만이 멘티가 될 자격이 있다.

태그:#멘토열풍, #테마 일기, #꿈, #청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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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글로 쓰면 길이 보인다'는 가치를 후학들에게 열심히 전하고 있습니다. 인재육성아카데미에서 '글쓰기특강'과 맨토링을 하면서 칼럼집 <글이 길인가>를 발간했습니다. 기자생활 30년(광주일보편집국장역임), 광주비엔날레사무총장4년,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16년을 지내고 서당에 다니며 고문진보, 사서삼경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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