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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일본의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을 지낸 구마자와 히데아키(76)씨가 자택에서 장남 에이이치로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아들이 히키코모리처럼 방에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 내 폭력도 있어 남에게 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게 이유였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아침 등굣길 히키코모리로 지내던 범인이 저지른 흉기 난동 사건을 비롯해 이번 사건까지 최근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이른바 '중년 히키코모리 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청년층이던 시기는 일본의 경기 침체가 시작되었던 1990년대다. 취업, 연애, 결혼 등 사회적 행위에 제약을 받아야 했던 이들이 당시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집에 머무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받지 못한 채 그대로 중년이 되고 말았다.

방치된 청년 문제는 20년을 곪아 왔다. 이들에게 최후의 피난처였던 부모마저 경제활동이 불가한 나이가 되어 버리자 다소 소소해 보였던 청년 문제는 '중년 히키코모리 범죄'라는 커다란 골칫거리로 일본을 강타하고 있다.

20년 전 일본 정부가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노력을 쏟았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히키코모리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인명 피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현재 히키코모리 중년이 되어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채 20년을 보낸 이들이 경제활동을 하게 되어 20년간 국가에 세금을 지급해 재정에 보탬이 되었을 것이며, 이들이 생산해 냈을 후대의 노동력, 소비시장에서 이들이 지급했을 막대한 소비 비용까지. 수많은 사회적 이윤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20년 전 해결하지 못했던 청년 문제가 '눈덩이 효과'가 되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했다. 이러한 일본의 상황을 보며 우려되는 것은 한국의 미래 상황이다.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이는 고용환경 악화 상황에서 올해 4월 기준 청년 실업자는 어느새 5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취업에 대한 의지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15~34세 사이의 취업인구인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인구는 2016년을 기준으로 177만 명이다. 이는 무려 전체 청년 인구의 18.9%를 차지하는 비율에 해당한다.

지난해 보건복지포럼에 공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성인 자녀 부양 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만 25세 이상 성인 자녀를 둔 40~60대 부모 중 자녀를 계속해서 지원하는 비율은 39%에 달했다.

높아지고 있는 청년 실업, 낮아지는 결혼율, 경제활동 인구에 해당하는 성인을 계속해서 부양해야 하는 부모 인구 문제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국의 청년 문제는 일본의 사회 문제를 닮아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미래 사회는 일본의 현재 사회 문제를 그대로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는 5월 2일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복지 등 청년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인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국무총리실에 설치하고 청와대에 청년정책관실을 신설해 당정과 유기적으로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반가운 소식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이제까지 많은 청년 문제 해결 정책 기구들이 그래왔듯 단순히 '일할 자리' 늘리기에만 치중한 청년 정책, 청년이 배제된 '보여주기식' 기구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태그:#청년, #청년실업, #히키코모리, #니트족, #청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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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끝자락에서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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