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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전교조 결성이 선언된 연세대 교정 왼쪽부터 윤영규 초대 위원장, 이수호 초대 사무처장
▲ 1989년 전교조 결성이 선언된 연세대 교정 왼쪽부터 윤영규 초대 위원장, 이수호 초대 사무처장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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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대통령님,

저는 '촛불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한 시민이자 정년퇴임을 100여일 앞둔 전교조 교사입니다.

지난 5월 29일 전교조 집행부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법외노조 취소 약속 지키지 않는 문재인 정부 규탄 및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곧장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펜을 들었습니다. 이러한 오늘의 현실이 너무 속상하고, 답답하기 때문입니다.

후배 교사의 질문

박근혜 정권의 노동부가 '과장 전결'로 보낸 팩스 공문 한 장으로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몬 지가 어언 6년입니다.

저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취소 요구의 당위성이나 정당성을 대통령님께 재차 일깨워 드리려고 이 편지를 쓴 것이 아닙니다. 그간 전교조뿐 아니라 참 많은 사람들이 그것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하루 빨리 전교조를 합법의 자리로 되돌려야 한다고 정부를 향해 외쳐 왔으니까요. 그 '참 많은 사람들' 속에는 전국의 시도교육감들도 있었고, 헌법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있었으며, 대통령 아닌 시절의 대통령님도 있었습니다.

며칠 전 40대 초반의 한 여자 선생님은 한참 선배인 제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문재인 정부는 왜 아직도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나요? 그 이유를 선생님은 아세요?" 이런 질문은 다른 선생님들로부터도 몇 번 받았지만 저는 번번이 대답을 못했습니다. 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입을 다물고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지금의 전교조가 30년 전 태동할 때의 전교조처럼 학생과 학부모에게 감동을 주고 또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면 이러진 않지 않았을까요?"

이는 30대 초반 젊은 교사 때부터 60대인 지금까지, 미우나 고우나 전교조와 함께 해 온 저로선 뼈아픈, 회한이 섞인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또 물었습니다.

"아니 제가 알기론 박근혜 정부의 악의적인 '법외노조 통보'를 문 대통령이 직권취소한다고 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잖아요. 그것을 국민 일부의 여론 때문에 안 해 준다는 건가요?"

저로선 또 대답이 궁해졌지만 한마디는 해야 했습니다.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이 지금 3년 째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그 판결을 기다려보자고 한다는군요." 그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습니다. "그래요?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을 굳이 법에, 대법관에게 맡기는 이유가 뭔지 정말 모르겠네요."

이런 말들은 모두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기에 달리 보탤 말은 없었습니다. 다만 제 가슴속으로는 한 가지 의구심이 솟구쳤습니다. '촛불정부'에게 전교조는 무엇일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2016년 12월 3일 당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문재인 전 대표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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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30년 역사의 전교조는 독재-보수-진보 정부 할 것 없이 매번 정부와 갈등하고 충돌해 왔습니다. 이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멈춘 적이 없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시장화의 파고를 전교조가 좌시하지 않고 초지일관 싸워 왔음을 의미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쨌든 역대 정부에게 전교조는, 때론 압살해야 마땅한 악의 존재였고 그것이 아닐 때라도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존재였음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역대 정부가 하나같이 교육개혁을 내세웠지만 그 어떤 정부도 전교조를 교육개혁의 실질적 담지자로, 훌륭한 동반자로 대접하지 않았던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고난과 영광이 함께한 30년 전교조 역사를 떠올리면 저로선 만시지탄이 앞섭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음에도 어째서 오늘의 전교조는 국민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 같고 '촛불 정부'로부터도 이처럼 홀대를 받는 처지가 되었을까?

1989년 노태우 정부의 그악한 탄압 아래서도 학생과 학부모와 시민들의 절대적 지지와 성원 속에서 전교조는 결성되었고,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서는 1500여 해직교사들이 복직을 했으며, 1999년 김대중 정부에 와서는 합법화를 이룩했습니다. 그 역사 속에서 전교조는 누가 뭐라 해도 국민의 전교조였고, 이 땅의 교육과 학교의 개혁, 사회민주화의 대장정에서 맨 앞줄에 선 깃발이며 희망이었습니다. 이는 대통령님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합법화가 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전교조 교사들은 교실의 학생들로부터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아야 했습니다.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왜 전교조를 하세요?" 그런가 하면 비록 관제 성격의 단체 소속 학부모들로부터이긴 하지만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전교조는 물러가라!" 같은 말도 들어야 했습니다.

'거리의 전교조'를 향한 비판은 달게 받겠지만... 
 
 2014년 봄 거리로 나선 전교조 교사들
 2014년 봄 거리로 나선 전교조 교사들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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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로서는 억울하기도 한 이러한 상황 변화는 한마디로 '거리의 전교조'에 대한 국민적 실망, 염증, 비판을 역설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리의 전교조', 즉 '거리'에서 '투쟁'하는 전교조는 전교조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서 꽃피기만을 바라는 이들에겐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가까이 가기 힘든,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보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세월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우 길었습니다.
   
출범 때부터 군부 정권에 맞섰던 '거리의 전교조', 비리 사학과 싸운 '거리의 전교조', 쌍용자동차 대량 해고 사태로 인한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강행 시도 등이 보여준 국가폭력을 좌시할 수 없었던 '거리의 전교조'... 이러한 당위성과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것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멀어졌다면 이는 매우 슬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저는 묻고 싶습니다. '촛불정부'는 전교조를 단지 기득권을 누리는 힘센 이익 단체이며 자기 주장만 강한 이기적 집단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래서 전교조에게는 절박한 '법외노조' 문제를 이토록 오래 외면하는 것인지 말입니다. 아니 다른 무엇보다 전교조를 '촛불정부'의 믿음직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저는 진정 알고 싶은 것입니다.

언제부턴가 저는 전교조 집행부가 종종 '총력투쟁'을 외치는 모습이 예쁘게 안 보였습니다. 공감도 하기 힘들었습니다. 이 '총력'이란 말은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6만  여 전교조 교사들이 모두, 교실은 내팽개치고 특정한 목적의 '거리의 (정치) 투쟁'에만 전념한다는 상상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런 것이 전교조로부터 국민을 멀어지게 한 큰 원인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있어야 할 곳은 학생들 '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2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가 법외노조 문제 해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 5월 2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가 법외노조 문제 해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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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교조는 '총력'으로 동원되는 그런 교사들의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교조 교사는 누구보다도 주체적인 인간, 자유로운 영혼의 인간으로 살아가고자 분투하는 선생님들이라고 저는 자부합니다.

전교조 집행부는 집행부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 때문에 때론 단식도 하고 머리도 깎으며 그야말로 '총력'으로 투쟁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당수 국민뿐 아니라 어쩌면 '촛불 정부'도 '전교조는 맨날 거리에서 투쟁만 한다'며 욕도 하고 비판도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전교조 선생님들은 그러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교사가 있어야 할 자리는 학교고 교실이고 학생들이 있는 곳이라는점은 엄연한 '진실'입니다. 그리고 때론 바쁜 시간을 쪼개어서라도 거리로 나서야 하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오히려 더 절실한 '진실'이기도 합니다.

'일제고사 폐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폐지', '친환경 무상급식 무상교육 실현', '학생인권조례 제정', '사학민주화와 부패사학 척결' 등 교육정책 개선부터,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 폐지' '혁신학교 도입과 수업혁신', '내부형 교장공모제 도입' 등 교육정상화에 앞장섰고,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교권보호와 교원들의 노동조건 개선'까지...

최근 한 신문은 전교조 관련 특집 기사에서 30년 전교조가, 아니 전교조 선생님들이 민주 시민과 함께, 때론 '거리'에서, 때론 학교 안에서 성취하고자 했거나 성취해 낸 것들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교조의 갈 길은 아직 멀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도, 참된 교육도, 평화도 끊임없이 돌보고 가꾸고 지켜나가지 않으면 금방 균열이 가고 고착화되고 퇴락할 수도 있는, '살아있는 생명'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법외노조 취소 약속 지키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다시금 '투쟁'을 선포한 전교조, 저 '거리의 전교조 선생님'들이 하루빨리 본연의 자리로, 학교로 학생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교실의 전교조 선생님들이 민주주의와 평화와 통일에 대해 가르칠수 있도록, 또한 그들로부터 배우는 학생들이 언제나 '깨어있는 시민', '촛불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교조를 본래 자리로 돌려주십시오. 정부와 전교조가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협력하여 학교 현장의 변화와 교육 개혁을 함께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십시오. 전교조에 손을 내밀어주십시오.

'촛불정부'에게 전교조가 어떤 존재인지를 묻고 싶어서 시작한 편지가 이토록 길어졌습니다. 대통령님의 강건하심과 평화를 두 손 모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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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현직 교사이다. <교육공동체 벗>의 조합원으로서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 필진이기도 하다. <교사를 위한 변명-전교조 스무해의 비망록>, <윤지형의 교사탐구 시리즈>,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상> 등 몇 권의 책을 펴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