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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희 <21세기 아이와 20세기 엄마의 토론> 지은이
 서원희 <21세기 아이와 20세기 엄마의 토론> 지은이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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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꼭 가야 하는 것일까. 학교를 아예 없애면 어떨까. 핀란드처럼 우리도 국가에서 청소년에게 콘돔을 지급해야 할까. 자동번역기가 있으니 이제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일까.'

이런 민감한 33가지를 주제로 10대 고등학생 아들과 진지한 토론을 한 50대 엄마가 있다. 자그마치 2년 6개월이나. 방식은 디베이트(debate, 논쟁). 한 주제를 놓고 찬반으로 나눠 서로 대립적 의견을 내놓는 방법이다.

주제만 봐도 흥미 넘치는 엄마와 아들의 토론은 책이 되어 지난 3월 세상에 나왔다. <21세기 아이와 20세기 엄마의 토론>(서원희·장재일 공저, 소요유출판사)이다.

지난 29일 오후 공동 저자 중 엄마인 서원희 작가를 광명시청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토론에서, 아들은 찬성을 선택했다. 엄마는 자신의 견해와 관계 없이 반대했다. 그래야 논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33가지 주제 중 실제로 반대하는 것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 아이 의견에 동의하고, 존중합니다. 아이의 토론 상대가 돼 주기 위해 그런 것인데, 반대 논리를 만드는 게 정말 곤혹스러웠어요."

실제로는 찬성하는데, 디베이트하기 위해 반대하느라 곤혹
 
<21세기 아이와 20세기 엄마의 토론> 책 표지
 <21세기 아이와 20세기 엄마의 토론> 책 표지
ⓒ 서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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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디베이트를 시작한 이유는 '소통과 이해'를 위해서다. 그는 "아이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었다. 그래서 토론을 제안했는데, 아들이 흔쾌히 응했다. 토론은 주로 카톡으로 했다"라고 답했다.

다음은 서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책에 나온 33가지 주제에 대부분 찬성한다고 했는데, 실제 반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한국은 최저시급 1만원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와 '술·담배 구매 연령 제한을 없애야 한다' 정도를 빼고는 모두 찬성한다.

특목고를 없애는 것에도 찬성하고, 교복을 없애는 것에도 찬성한다. 수능, 당연히 절대평가로 바꿔야 하고 고교 학점제를 실시해서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 의무교육 실시해야 하고, 대학교육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장을 꼭 교사 출신이 아니어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33가지 주제 중 가장 큰 문제의식을 느낀 것은 무엇인가?
"33가지 모두 경중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지만, 굳이 꼽으라면 '대학은 가야 한다'라는 문제다. 책에서 다룬 첫 번째 주제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무조건 가야 하는 것처럼 보편화돼 있는데, 이게 사실은 시대와 굉장히 맞지 않는 인식이다. 대학을 나와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도 없다. 마땅히 취직할 데도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우리 생활에 들어오고 있다.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온갖 지식이 쏟아지는 지식기반 사회인 것이다. 이렇듯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모두 한번쯤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해 봐야 한다. 지금의 학교와 대학에 대해서. 우리 사회와 국가, 그리고 우리 삶에 대해서."

"대학, 무조건 가야 한다? 시대와 맞지 않아"
   
- 아들도 '대학은 가야 한다'에 가장 큰 문제의식을 느꼈는지?
"내가 직접 아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기자님은 아이가 뭐라 대답했을 것 같나?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18세 선거권'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21세기 아이의 모습이다. 나 또한 당연히 이 문제에 찬성한다. 이것을 반대하는 의견을 낸다는 게 정말 곤혹스러웠다. 아이 말대로 18세는 결혼도 할 수 있고, 군대도 갈 수 있다. 선거관리를 하는 공무원도 될 수 있고 운전면허도 딸 수 있는데 선거만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 현재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보는지?
"우리 교육 본래의 목적은 교육기본법에 나온 대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시험성적과 입시, 취업에 관한 관심과 집중이 교육의 본래 목적을 방해하는 상황이라 본다.

우리의 학교 건물은 19세기 형태다. 거기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가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것도 큰 문제다. 지식은 스마트폰에 다 있다. 학교가 더 이상 지식의 전당이 아닌 것이다. 기존 학교가 우리에게 맞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 공교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교가 민주주의 체험의 장이 되면 좋겠다. 그러려면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의견이 모두 중요시돼야 하는데, 특히 학생 의견이 존중받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을 교사, 학부모와 동등한 교육 주체로 존중하고 학생들과 의논하고 협력하여 21세기에 맞게 교육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교육의 목적인 민주시민이 양성돼서 우리 사회가 품질 좋은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아들의 관심사는 '18세 선거권'

- 대학 입시가 변하지 않으면 교육 문제는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필요 없다고 본다. 수능, 학생부 종합 등 매우 다양한 전형이 있으니, 거기에 맞춰서 대학을 가면 된다. 그보다는 전문적인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이 판국에 아직도 대입 제도가 화두가 되는 이 사회가 정상인지를 묻고 싶다.

대입을 바꾸어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보다는, 21세기 사회 환경과 예측되는 미래 상황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어떤 자질과 능력이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는 게 더 중요하다. 대안학교나 혁신학교가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고 본다."

- 이력을 보니 학생운동을 거쳐 노동운동까지 경험했다. 교육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기울인 것인지?
"치열했던 20대와 달리 30대 부터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았다. 선하고 영향력 있는 마음씨 좋은 동네 아줌마로 살고자 스스로 노력했다. 노동 현장에 충실했던 것처럼 육아 현장과 교육 현장에 충실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지난 1999년에 <아이를 키우는 데는 가난이 더 좋다>는 책을 내기도 했다.

교육 운동은 올해부터 시작했다. 올해 '학교자치실현부모연대'라는 학부모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학교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 있는 부모들과 함께 민주주의에 관해 공부하고 교육에 관해 토론하려 한다.

사회가 저절로 변하지 않듯이 민주시민은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이제는 학습하는 부모가 필요하다. 20세기 부모가 21세기 아이에게 가르쳐줄 내용은 별로 없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아이의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게 아이와 토론을 한 이유다. 21세기 가정교육 자녀교육을 위해 토론을 제안하는 책 <21세기 아이와 20세기 엄마의 토론>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태그:#서원희, #21세기 아이와 20세기 엄마의 토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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