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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호크니 '타셴(Taschen)출판사'에서 낸 유례가 없이 큰 화집(50cm×70cm)을 보면서 즐거워하다. 도서 홍보용 사진
 노장 호크니 "타셴(Taschen)출판사"에서 낸 유례가 없이 큰 화집(50cm×70cm)을 보면서 즐거워하다. 도서 홍보용 사진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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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전 그 사람과 그의 그림 정말 우아하다고 생각해요. 척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근심도 없고요. 억지로 진지한 척하지도 않아요. 눈을 뗄 수 없는 그림이에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의 질문에 미국의 알렉스 카츠(Alex Katz)가 내놓은 답이다. 현대 초상 회화의 한 획을 그은 91세 작가가 극찬한 주인공은 영국의 81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다.  

대구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알렉스 카츠전은 막을 내렸지만,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3월 22일 시작해 8월 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영국 테이트 미술관 및 해외 소장품 133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개막 첫날 일부 관람객들이 번호표를 받는 장면이 펼쳐져 '줄 서서 보는 전시'로도 소개된 바 있다. 다소 이례적이다.

줄 서서 보는 전시... 관람객 17만 돌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중인 데이비드 호크니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중인 데이비드 호크니전
ⓒ 강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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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숫자도 있다. 5월 28일 마감 기준, 데이비드 호크니전에는 17만2700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개막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의 기록이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MMCA)에서 종료된 마르셀 뒤샹전은 폐막일을 약 10일 가량 앞둔 시점 누적 관람객 20만 명을 돌파했다. '샘'으로 유명한 뒤샹전 입장료는 성인 기준 4천 원, 호크니전 티켓값은 1만5천 원이다. 가격은 더 높은데,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훨씬 적극적이다. 

여든이 넘은 영국 작가를 향한 관심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대중성이다.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캔버스로 옮긴 덕분에 호크니 작품은 관객에게 꽤 친근하게 다가간다. 다양한 색의 조합은 미학적 지식 없이도 회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실력을 보증하는 가격표도 화제의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술가의 초상>(1972)이 9030만 달러(약 1019억 원)에 낙찰됐다. 1000억 원이 넘는 작품을 만든 작가의 전시라니. '과연 그 정도 금액을 받을만한 작가일까'라는 궁금증도 누적 관람객 수치에 일정 지분을 차지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철학이라는 원동력

이야기가 호크니를 포장한다면, 철학은 호크니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원동력이다.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주제는 지금도 호크니를 끓어오르게 만든다. 영국왕립학교 입학했던 1950년대, 당시 미술계는 잭슨 폴록이나 마크 로스코처럼 평면성에 집중하고 회화의 순수성을 탐구하는 추상표현주의가 지배적이었다.

호크니 역시 그것들에 영향 받았지만 관습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진 않았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가 <환영적 양식으로 그린 차(茶)그림>(1961)다. 평소 즐겨 마시던 차 브랜드 타이푸(Typoo) 상자를 캔버스에 옮긴 작품이다. 상자 가운데 흐릿한 나체 인물을 더해 추상주의를 수용하면서도, 여러 개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실제 상자 모양을 연출했다.

회화 작업 시 사진을 참조한 것 또한 그만의 작업 방식 중 하나다. 호크니는 펜탁스 35mm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참조해 작업에 반영했다. 이 시기에 호크니는 캘리포니아로 거주지를 옮겼다.

겨울을 경험해야 봄의 탄생을 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우중충한 런던 날씨를 경험한 호크니에게 캘리포니아의 태양빛은 강렬함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영국 주택에 화장실이 필수라면, LA는 거기에 수영장이 더해졌다. 자택 내 수영장은 호크니에게 신선했고, 관심의 대상이 됐다. 호크니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 <더 큰 첨벙>(1967)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다이빙대 주변 물방울들을 완성하는 데 2주가 걸렸다. 작품 가장자리를 여백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액자 형태를 연출해 관람자가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의도다. 이 부분이 바로 폴라로이드 사진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LA의 강렬한 태양빛과 색감을 표현하고자 호크니는 유화 대신 아크릴 물감을 롤러로 칠해 평면감을 더했다. 아크릴은 빨리 마른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을 가졌다. <나의 부모님>, <클러크 부부와 퍼시>같은 인물화 역시 아크릴 물감을 이용한 것이다. 이 시기 호크니의 작품은 미술계에서 호평을 얻지만, 정작 호크니는 ‘자연주의의 덫’에 빠졌다며 회화를 중단한다.
▲ 더 큰 첨벙 다이빙대 주변 물방울들을 완성하는 데 2주가 걸렸다. 작품 가장자리를 여백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액자 형태를 연출해 관람자가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의도다. 이 부분이 바로 폴라로이드 사진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LA의 강렬한 태양빛과 색감을 표현하고자 호크니는 유화 대신 아크릴 물감을 롤러로 칠해 평면감을 더했다. 아크릴은 빨리 마른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을 가졌다. <나의 부모님>, <클러크 부부와 퍼시>같은 인물화 역시 아크릴 물감을 이용한 것이다. 이 시기 호크니의 작품은 미술계에서 호평을 얻지만, 정작 호크니는 ‘자연주의의 덫’에 빠졌다며 회화를 중단한다.
ⓒ Tate, Londo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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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초점

인간은 세상을 하나의 렌즈가 아닌 두 눈으로 바라본다. 눈은 쉴 새 없이 이동한다. 정해진 규칙은 없다. 개인의 관심사나 정서 등에 따라 우리는 수시로 눈을 돌려 세상을 바라본다. 호크니는 이 점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는 기존 서양 회화 원근법이 관람객의 시선을 작품 안에 고정시킨다고 생각했다. 움직이는 초점(Moving Focus)에 대한 호크니의 본격적인 탐구가 시작된 계기다. 

문제 해결을 위해 때로는 타인의 관점도 수용해야 한다. 피카소는 르네상스 원근법의 압제에서 벗어나고자 아프리카로 시선을 돌렸다. 에두아르 마네는 일본 판화에서 세상을 보는 다른 방식을 발견했다. 호크니는 198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관람한 중국 두루마리 회화(회권)에서 답을 찾았다.

"우리는 고정된 시점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두루마리 그림을 볼 때는 거대한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이는 엄청난 차이입니다."

당시 호크니가 본 건 왕휘의 <강희제남순도권>(1690)이다. 회권은 관람자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작품을 펼쳐가며 관람하는 방식이다. 분명한 모서리가 없어 시선을 끊임없이 이동해야 한다. 관람객이 작품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작품과 관객의 이분법이 아니라 관객을 작품 안으로 들여와 그 속에서 거닐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호크니가 추구하고자 했던 바다. 

움직이는 초점에 대한 고민이 만들어낸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원근법 수업 소개>(1984)다. 상단에는 선원근법으로 그려진 의자가 있고, 하단에는 역원근법으로 그려진 의자가 있다. 역원근법으로 그린 의자는 마치 관람자가 의자 주변을 걸으며 관찰한 것 같은 입체감을 더한다. 서양의 원근법이 고정된 하나의 시점에서 보이는 대상의 모습을 평면에 옮겨 그리는 것이라면, 역원근법은 두 개 이상의 움직이는 시점을 한 화면 안에 결합한다. 상단 의자에 엑스 표시는 70년대 이전 호크니 본인이 추구해온 자연주의적 묘사 방식에 대한 부정의 의미다.
 
<원근법 수업 소개>가 역원근법을 이용해 서구 회화에 경종을 울렸다면 <아카틀란 호텔: 첫째 날>는 관람객의 시선에 이동의 자유를 제공한 작품이다. 차 고장으로 우연히 묵은 호텔을 그린 것인데 마찬가지로 역원근법을 이용했다. 관람객이 이동하는 방향에 따라 시선도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 <아카틀란 호텔 : 첫째날>(1984~5) <원근법 수업 소개>가 역원근법을 이용해 서구 회화에 경종을 울렸다면 <아카틀란 호텔: 첫째 날>는 관람객의 시선에 이동의 자유를 제공한 작품이다. 차 고장으로 우연히 묵은 호텔을 그린 것인데 마찬가지로 역원근법을 이용했다. 관람객이 이동하는 방향에 따라 시선도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 Tate, Londo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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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콜라주와 멀티 캔버스의 탄생 

"사진은 많은 사람들이 세계를 보는 방식과 세계의 색채를 나타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진을 관찰했고 사진에 빠져보기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사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손자병법을 읽어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호크니는 이를 잘 실천했다. 회화를 잠시 내려놓았던 70년대 후반에도 카메라만큼은 손에 쥐고 있었다. 덕분에 카메라 시각의 한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원근법이 카메라에 내장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내 경험상 두세 장의 사진을 함께 놓고 보면 원근법은 바뀔 수 있습니다."

사진 그 자체는 풍경의 입체감을 나타낼 수 없지만,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이는 포토콜라주는 회화 안에서 다시점을 구현할 수 있었다.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눈과 손이 쉴 수 없었다. 드로잉의 방식과 유사하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 호크니는 폴라로이드 사진에 드로잉 기법을 도입해 포토 콜라주 작품을 약 150점 정도를 제작했다.

카메라 렌즈가 거대한 공간을 담는 것에 한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파악한 그는 일부러 거대한 공간만을 찾아다녔고, 발걸음은 그랜드 캐니언 앞에 다다랐다. 1998년 미국 유타 단기 여행 당시 호크니 최초의 멀티 캔버스 작품인 <더 큰 그랜드 캐니언>(1998)이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기존에 완성한 포토콜라주 중 하나인 <전경에 암벽이 있는 그랜드 캐니언, 애리조나>(1982)를 참조했다. 60개의 캔버스를 이어붙인 작품으로 길이 7M에 높이는 2M다.
▲ <더 큰 그랜드 캐년>(1998) 이 작품은 기존에 완성한 포토콜라주 중 하나인 <전경에 암벽이 있는 그랜드 캐니언, 애리조나>(1982)를 참조했다. 60개의 캔버스를 이어붙인 작품으로 길이 7M에 높이는 2M다.
ⓒ Tate, Londo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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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유롭게, 더 크게

솔츠밀 갤러리(Salt's Mill Gallery)의 주인이자 호크니의 절친이던 조나던 실버(Jonathan Sliver)의 죽음은 호크니가 영국으로 귀향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거주지는 바뀌었지만, 세상을 관찰하는 열정만큼은 변함없었다. "겨울을 지켜보고 난 후에야 비로소 여름의 풍요로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중충한 런던의 기억이 캘리포니아의 빛을 강렬함으로 해석한 것처럼 캘리포니아 생활 덕분에 호크니는 고향 요크셔의 사계절을 색다르게 볼 수 있게 됐다. 풍경으로 향하는 시선은 나무에 대한 관심과 관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기존 서구 회화를 감상하는 건 오늘날 우리가 TV나 스마트폰 모니터를 보는 것과 유사하다. 인간의 시선을 가두고, 모든 장면을 한 번에 포착 가능하도록 만든다. 호크니는 이에 반대했다. 인간의 눈은 모든 대상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를 회화 안에서 구현하고자 이번에는 '규모의 확대'를 결심했다. 프레임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 눈은 작품의 전체를 망막에 한 번에 찍어낼 수 없다. 귀갓길에 마주하는 동네 풍경을 떠올리면 된다. 우리는 틀 속에 갇힌 풍경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감상하지 않는다. 풍경 '안'에 존재한다. 규모의 확대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대형 규모의 회화 작업은 17세기 풍경화로 유명한 존 컨스터블과 클로드 모네도 관심을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호크니도 이들의 뒤를 따랐다. 그들처럼 호크니도 야외로 나가 실경을 보며 친숙한 전원 풍경을 주제로 삼았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2007)이다.

"어떤 나무도 두 그루가 서로 같지 않습니다. 사람들도 이와 같지요. 우리 모두는 내면이 조금씩 다르고 외양도 조금씩 다릅니다. 여름보다는 겨울에 그 점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는 특히 여름보다는 겨울나무를 좋아했다. 앙상한 겨울나무야말로 공간감을 제공해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역시 2월에서 3월 무렵의 나무를 그린 것이다. 50개의 캔버스를 이용한 작품으로 가로 12m 세로 4.6m의 크기를 자랑한다. 그랜드 캐니언보다 더 큰 나무를 구현하기 위해 더 큰 작업실과 계약했다. 
 
“나무는 원근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또는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는 수많은 방향으로 뻗어가는 선들로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외눈박이의 눈’이 아닌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묘사하고자했던 호크니에게 나무는 매우 흥미로운 소재임에 틀림없었다.
▲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2007) “나무는 원근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또는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는 수많은 방향으로 뻗어가는 선들로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외눈박이의 눈’이 아닌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묘사하고자했던 호크니에게 나무는 매우 흥미로운 소재임에 틀림없었다.
ⓒ Tate, Londo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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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확장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린다는 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한 얘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걸 여든이 넘은 사람이 한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10년 전, 호크니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아이폰과 친구가 됐다. '연필 세대'인 호크니는 이번에도 새로운 기술을 '그리는 도구'로 이용했다. 완성된 작품을 캔버스가 아닌 대형 모니터에 전시했다. 

"오늘 새벽의 해안을 당신에게 보낼게요." 호크니가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에게 드로잉을 보내며 곁들인 문자 내용이다. 그는 종종 완성된 드로잉을 지인들에게 문자로 보냈다. 종이 대신 모니터에 그린 드로잉은 단 하나의 작품을 단 한 명이 소유한다는 개념을 깼다. 호크니가 게이퍼드에게 보낸 걸 게이퍼드가 다시 지인에게 전송할 수 있다. 지금도 구글 검색창에 'david hockney drawing on iphone'라고 검색하면 그가 그린 디지털 드로잉을 볼 수 있다. 그걸 당신의 아이폰 바탕화면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회화의 민주화라 할 만하지 않을까. 

호크니가 당대 기술들을 섭렵해온 건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복사기와 팩스는 작업실보다는 사무실에 어울리는 것들이다. 이걸 가지고 판화 작업을 하리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다. 호크니는 그 상상력을 실천으로 옮겼다. 최근에는 '사진측량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라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작업을 진행했다. 구조물 측량, 토지이용, 교통조사 등을 위해 사용하는 측량 프로그램을 호크니는 이걸 회화로 가져왔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이 <2017년 12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2017)다. 

"첨단 기술은 오늘날 온갖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컴퓨터는 매우 훌륭한 도구이기는 하나 그것을 잘 사용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의 태도다. 호크니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호크니의 작품들과 형형색색의 옷차림을 한 호크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은 작품으로 작가의 최근 관심사인 시공간의 확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3000장의 사진을 붙인 파노라마형 사진 드로잉으로, 공간보다는 표면을 강조하는 사진의 한계를 기술 활용으로 풀어내려는 호크니의 시도가 돋보인다. 호크니가 테이트 브리튼에 기증해 보관 중이던 작품이다. 이걸 전세계 최초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
▲ <2017년 12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2017) 호크니의 작품들과 형형색색의 옷차림을 한 호크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은 작품으로 작가의 최근 관심사인 시공간의 확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3000장의 사진을 붙인 파노라마형 사진 드로잉으로, 공간보다는 표면을 강조하는 사진의 한계를 기술 활용으로 풀어내려는 호크니의 시도가 돋보인다. 호크니가 테이트 브리튼에 기증해 보관 중이던 작품이다. 이걸 전세계 최초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
ⓒ Tate, Londo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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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현대인들은 세상 소식을 직사각형 프레임 안에서 확인한다. 지인의 근황을 직사각형 속 정사각형 사진으로 본다. 네모 속의 또다른 네모.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를 닮았다. 간편함과 효율성을 미덕으로 여기는 현대사회는 더 작고 더 가볍고 더 얇게 세상을 압축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타이틀은 스마트폰 보유율 세계 1위라는 간판으로 대체됐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거북목 증상도 늘어났고, 출퇴근길 시민들의 시야는 점차 좁아졌다.

호크니는 그런 시대에 역행한다. 시선의 자유를 위해 프레임과 모서리를 없앴고, 나아가 규모의 확대를 추구했다. 고개를 들게 만들고, 풍경화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 전시돼 있지만, 한 인간의 일관된 태도에 대한 얘기도 담겨있다. 어쩌면 관람객이 주목해야 할 건 작품의 가격보다는 작가의 태도일지 모른다. 
 
관람 TIP
1. 전시관은 3개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동 시 매번 티켓을 확인한다. 한번 나오면 재입장이 불가하다. 1관에서 2관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1관으로 입장이 불가하다는 말이다. 관람 전 화장실을 미리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2. 평일 오후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라면 도슨트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다.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평일 12:00-12:40분, 14:00-14:40분 두 번 진행한다. 호크니 작품을 좀 더 오래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도슨트가 종료되면 1관부터 재입장해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3. 전시회에는 호크니가 인물화를 그리기 전 사전에 작업했던 드로잉들이 몇개가 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드로잉은 <셀리아>(1973)다. 호크니의 절친이자 뮤즈인 셀리아의 모습을 유심히 봐야하는 건, 해가 지날수록 변하는 호크니의 묘사방식을 극명하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이의 주관과 표현양식에 따라 동일한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묘사될 수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호크니전을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Artist Alex Katz: ‘I’m 91, for Chrissakes, and I’m cranking out paintings’
다시, 그림이다(2012) - 마틴 게이퍼드
데이빗 호크니의 눈에 진실한 회화 : 1980년대 이후 반원근법, 비사진적 풍경화를 중심으로 (2018)- 전영백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2019.3.22.~8.4.) 도록, ISBN 978-89-966749-5-5 93600


태그:#데이비드호크니, #서울시립미술관, #움직이는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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