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 방송 갈무리.

MBC PD수첩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 방송 갈무리. ⓒ PD수첩

 
진주에서 벌어진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등 최근 극단적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건 피의자들이 조현병 환자라는 점이 강조되면서 그에 대한 인식 또한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1일 < PD수첩 >은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 편을 통해 조현병 환자 관련 사건을 조명하며 조현병에 대한 사회 인식과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짚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편을 취재한 김형윤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편을 취재하셨잖아요. 방송을 마친 소회는 어떤가요?
"제가 < PD수첩 >을 2015월 2월까지 6년 정도 했어요. 4년 만에 돌아온 건데, 그렇다 보니 오랫동안 안 쓰던 쇠톱을 다시 갈아 써야 했어요. 그런 부분이 조금 쉽지 않았어요. < PD수첩 >은 사회의 큰 악이나 잘못된 세력에 가서 부딪혀 싸워야 하는데, 제가 마음 정리하는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그렇지만 < PD수첩 >으로 돌아와 보니 < PD수첩 >이 가진 공공성의 가치를 다시 느끼게 되었어요."

-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편은 조현병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조현병에 대해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에 조현병을 다룬 건 지난번 진주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이에요. 그 이후로도 조현병을 가진 분들의 사건이 한 주에 한 번씩 계속 일어났어요. 사건이 연달아 계속 발생하면서 이건 사회적으로 들여다 봐야 할 내용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 조현병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조현병은 예전엔 '정신 분열증'으로 불린 병이에요. 설명 들어보니 10대 후반에서 20대 사이 발명하는 게 대부분이고 그 이상에서 발병하는 경우는 적다는 거예요.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 수 없대요.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을 조사해보면 뇌에 신경 생리학적 이상이 나타나는데 도파민이란 물질이 과다 분비되어서 사고를 제대로 조절하기 어려워진대요.

제가 직접 조현병 환자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우울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순간 망상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환시를 보거나 환청을 듣는 단계로까지 진행된다고 해요. 그러면 이건 우울증이 아니라 조현병으로 봐야 한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정신분열'이라고 했지만 그 용어 자체가 환자를 비하하는 경향이 있어서 조현병이라는 이름을 만들었어요.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든 말이에요. 바이올린의 현처럼 제대로 맞춰야 하는데, 조현병 환자들은 이게 조정 안 된 상태고... 이거만 조정이 잘 되면 좋은 악기처럼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에서 그렇게 제안했대요."
 
 김형윤 MBC < PD수첩 > PD

김형윤 MBC < PD수첩 > PD ⓒ 이영광

 
'조현병 환자' 낙인에 사회서 고립되면 극단적 사건으로 이어져

- 아무래도 우리 정서에 '정신병'이라고 하면 왠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게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보는 시선이 다른 것 같아요.
"맞아요. 사회적 시선이 매우 좋지 않죠. 팔이 부러지거나 암이 발병하면 수술하고 치료받고 퇴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조현병은) 정신병원에 들어가서 그 증상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특히 한국에선 치료가 잘 되어 호전됐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사회에서 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인프라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장기간 입원을 전제로 하다 보니 민간 정신병원은 요양병원으로 분류되어 있대요. 조현병 환자 한 명에 대한 수가도 요양병원 수가래요. 실질적으로 죽을 때까지 입원한다는 개념이 되어버린 거죠.

그러다 보니 이게 악용되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조현병 환자 가족이면 가족 누구라도 입원 요청서를 쓸 수 있었어요. 여기에 정신과 의사 한 명만 진단하면 입원이 됐어요. 입원이 무한정 되는 건 아니고 기간이 있어요. 그 기간이 끝나면 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거예요. 또 그 기간이 끝나면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환자 돌리기'를 하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니 집안에 분쟁이 생겼을 때 가족을 가둬놓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거죠.

조현병의 특징 중 하나가 스스로 병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요. 그러니 병원에 끌려가서 조현병이 아니라고 해도 그건 모든 조현병 환자가 그렇게 얘기한다면서 약을 투여하죠. 그 약이 강할 경우에는 활동성이 떨어지는데, 사람을 처지게 만들면 누가 봐도 환자처럼 보이죠. 이에 대해 여러 시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되었어요. 결국 2017년 5월에 법이 개정되었어요. 지금은 입원이 까다롭게 바뀌었어요."

- 조현병 증상으로 인해 극단적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요?
"일반인도 극단적 범죄 저지르는 사람 많잖아요. 일반인과 조현병을 가진 사람의 범죄 비율을 보면 조현병을 가진 사람 범죄 비율이 훨씬 낮죠. 자료마다 조금씩 달라서 그 비율을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지만요.

실제 제가 조현병 환자를 만나 인터뷰하니 '누구를 해치거나 할 여력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제가 인터뷰했던 한 분은 교회에 있었는데 환시가 왔대요. 검은 옷 입은 사람 3명이 와서 자기를 칼로 찔렀는데, 그때 칼에 찔리는 아픔이 그대로 자기 몸에 느껴졌다고 해요. 그리고 '니가 죽어라'나 이상한 얘기가 계속 귀에서 들렸다고 해요. 이렇게 상태가 안 좋아지는 급성기에 이르면 조현병 당사자들은 엄청난 괴로움을 겪는다고 해요. 그분들은 자기 한 몸 간수하기 힘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해하는 데 가기까지가 쉽지 않다는 거죠.

문제는 이분들이 범죄와 연관되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도가 세다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뉴스화가 쉽게 되고 '아, 저 사람은 조현병 있어서 이렇게 심한 범죄를 저지르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죠."

- 언론이 약간 과장하는 부분도 있을까요?
"그렇죠. 특히 조현병 담당하시는 의사분들과 조현병 환자들은 이것(언론 보도)에 대해 비판적이에요. 그들은 자기를 '환자'라고 부르기보다는 '당사자'라는 용어로 불러요. 조현병 당사자들은 언론이 '조현병 환자가 끔찍한 일을 벌였다'는 식의 보도를 함으로써 조현병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만들어 낸다고 항의하고 있어요."

- 낙인 효과 같은 게 있을 거 같아요.
"70여 건 이상의 조현병 당사자의 범죄에 대해 프로파일링을 했던 권일용 교수님을 만나봤어요. 그분께서는 조현병 당사자 대부분은 범죄를 일으키지 않는데, 범죄를 일으킨 사람은 패턴이 있대요. 말씀하신 대로 '너희는 조현병 환자다'라고 사회적 낙인이 먼저 찍힌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분들이 직장도 잡기 어렵고 사회에서 백안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숨어서 지내게 된다는 거죠. 낙인이 고립으로 연결되면 조현병 증상이 심해진다는 거예요. 약을 안 먹으면 망상이 심해져서 결국 사건으로 연결된다는 거죠."

- 한국에서 범죄 전과가 있으면 낙인이 찍히는데 거기에 조현병이 있으면 낙인 효과가 두 배로 늘어나는 건가요?
"두 배가 아니라 네 배 이상이라고 보면 되고요. 전과가 없더라도 조현병이라는 것만으로도 주위에선 위험하게 느껴요. 예를 들어 조현병 같은 경우 환청이 심하게 들릴 때 그걸 벗어나기 위해 혼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해요. 환청인데 환청으로 인지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누가 '너 죽어'라고 하면 상대와 싸우는 거죠. 조현병 치료를 제대로 받으면 환각이라든지 환청, 환시가 줄어드는데 그분들이 고립되어 치료를 안 받게 되면 그런 현상이 나타나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전과자보다 심한 사회적 낙인이 나타나서 그분들을 배척, 기피의 대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국민 1% 정도가 조현병 환자... 두려워 하지 말고 제도 개선해야

- 한국 조현병 환자가 얼마나 되나요?
"조현병이라는 게 어느 나라 어느 인종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사회에서 1% 정도가 조현병이라고 해요. 그러면 우리 5천만 명이니까 약 50만 명 정도가 조현병 환자라고 보면 되죠. 실질적으로 보건복지부는 약 44만 명 정도를 중증 환자로 볼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고요. 그 중 9만 명 정도의 중증 환자 기록을 보건복지부에서 가지고 있다고 해요. 그러니 아직 33만 명의 중증 환자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보면 되고요. 그분들은 병원에서 약 처방 등을 받겠지만 집에서 가족들이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들은 고통이나 어려움이 큰 거죠."

-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의 문제는...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민간 정신 병원은 다 요양병원으로 되어 있거든요. 제가 인터뷰 갔었던 경희대의 경우 정신병원 침상 수가 25개밖에 안 됐어요. 25명만 그 대학병원에 입원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환자가 44만 명인데 좋은 시설에 입원할 수 있는 환자가 극소수라는 거잖아요.

이들에게 한 달 들어가는 의료수가가 한달에 총 100만 원밖에 안 됩니다. 100만 원에 입원도 하고 식사도 제공하고 약도 제공해야 하고 병원에서 문제가 될 때 응급조치도 해야 해요. 그걸 급성기 환자라고 하는데 일종의 응급환자인 거죠. 사실 제대로 치료하려면 더 많은 사람이 붙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거죠. 지금은 대개 60명당 1명 정도의 의료 인력만 가용할 수 있대요. 환자로서는 급성기에 집중 치료받는 것이 중요한데, 이게 불가능한 구조에 문제가 있어요. 만약 그 환자를 제대로 케어하면 병원은 무조건 적자거든요."

- 조현병에 대한 국가 시스템 문제도 지적하셨던데요.
"가장 큰 문제는 병원에서 만성기 환자와 급성기 환자를 구별하지 않고 똑같은 수가를 적용한다는 것, 그 수가가 낮은 수준이라는 게 문제고요. 둘째, 그분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인프라가 너무 없다는 거죠. 특히 사회복지사라든지 복지 센터가 충분해야 하는데 사실 굉장히 모자란 상태예요. 처음엔 그 목적으로 정신건강센터가 만들어지고 그 일에 집중하는 정신건강 사회복지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우울증, 자살, 고독사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이런 업무까지 그분들에게 더해졌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제 조현증 당사자 사례관리가 상당히 어려워진 거예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우리는 주변의 조현병 당사자들을 위험하게 보고 격리의 대상으로 봤는데, 그게 아니라 이분들도 우리 이웃이라는 거예요. 사실 국민 1%라면 굉장히 큰 비율이거든요. 그렇다면 이분들이 잘 살아가도록 국가가 본격적으로 도와드려야죠. 지금 정신건강 복지센터 중 가장 좋은 데가 광주예요. 거기는 5·18 이후 수많은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를 쓰다 보니 정신 보건 네트워크가 발달했다고 해요. 모범사업으로 지정되면서 한 센터 예산을 1년에 14억 정도 받아서 운영해봤어요. (그 후에) 상황이 굉장히 좋아진 거죠. '만약 광주와 같은 상태였다면 진주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만약 우리나라에 있는 220개 정신 건강 복지센터에 광주와 똑같이 예산을 14억 쓰면 1년에 3천억 정도 들거든요. 그럼 4조를 쓸 건지 3천억을 쓸 건지 비교해봐야죠. 3천억 쓰면 굉장히 좋은 정신 복지 인프라가 만들어지면서 환자분들 인권도 지켜지고 사회도 훨씬 안전해지죠. 조현병 환자를 격리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들과 같이 살 수 있겠는지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첫 인터뷰 갔을 때 조현병 당사자 단체 대표님이 그런 얘기를 하셨는데 '조현병 환자야말로 사회적 약자 중 약자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인지 '너희 중 여기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이 취재를 하면서 많이 생각났어요."
 
 2019년 5월 21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중 한 장면.

2019년 5월 21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중 한 장면. ⓒ MBC

 
- 방금 '4조를 쓸 건지 3천억을 쓸 건지 비교해 봐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여기서 4조 원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모든 조현병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킬 때와 정신 건강 복지센터에서 관리할 때 예산을 비교한 수치인가요? 
"33만 명 X 100만 원 X 12개월 = 3조 9600억 원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앞서 말한 파악되지 않은 중증 조현병 환자) 33만 명을 매월 100만 원짜리 수가로 모두 입원시키려면 1년에 4조가량 든다는 단순계산입니다. 물론 인권 문제 때문에 가능하지도 않겠지만요."

- 이번 방송을 제작하며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요.
"방송하며 아쉬웠던 점은 조현병 당사자에 대해 우리의 생각을 바꾸자는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예산 문제에 대해 별로 말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조현병 당사자 케어하는 예산을 어떤 식으로 할 건지, 제도를 어떻게 바꿀 건지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인데 충분하게 말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 시청자에게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조현병 당사자들을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우리에게 그들은 정말 두려움이 되지만, 우리가 그들을 이웃으로 대한다면 그들은 정말 우리 이웃이 될 것이라는 게 저희의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돈을 써야 한다는 말을 못 한 게 아쉽습니다(웃음)."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전달했는데, 사회 인프라를 구성하기 위해 조금 빠른 대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사회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20년, 대만이나 일본보다 10년 느린 상태라고 해요. 제 생각에 다른 어떤 복지보다 이 부분에 빨리 예산 투입해서 사회복지 체제라든지 병원 치료체제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윤 MBC < PD수첩 > PD

김형윤 MBC < PD수첩 > PD ⓒ 이영광

 
김형윤 PD수첩 조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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