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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나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듯이, 세상 어딘가에는 글, 특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출판과 문화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으면서 책을 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어렸을 때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타거나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작가가 되는 모습을 상상해 봄직하다. 소설가로 명성을 얻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삶이라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다만, 작가로 살아가면서 글만으로 먹고 사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라면 생계의 어려움은 배제할 수 없는 문제점이다. 생계의 어려움을 제외하고도 글을 계속해서 쓰는 일 자체가 힘들다는 작가도 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가형사부스지마
 작가형사부스지마
ⓒ 나카야마시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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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기 힘든 스트레스가 살인으로 나아간다면, 추리소설의 탐정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작가 형사 부스지마'라는 소설은 분명 추리물의 형식을 띠고 있고, 등장인물들도 경찰 관계자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엄밀히 말해서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추리물의 형식을 빌려 출판과 문학계의 현실을 알리는 고발성 소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살인사건과 추리는 정밀하고 독자를 감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살인사건의 전말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출판계의 사람들과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용도로 쓰이는 도구에 가깝다.

주인공인 부스지마는 퇴직한 경찰로, 소설을 쓰면서 살고 있다. 그의 소설은 대중적으로 성공했다. 그런데 그는 매우 독특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일단 선하거나 도덕감정을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에게 주변 작가들은 경쟁 상대이며, 출판계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두 도태되어야 할 애송이일 뿐이다.

한때 경찰로 활동했으나 잘못을 저지르고 지금은 작가로 살아가는 그에게 자비심은 없다. 그는 출판계의 사정에 정통하면서도, 어려운 환경에서 고통을 겪는 작가를 동정하지도 않고 그들을 돕지도 않는다. 
 
이 소설은 여러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각 단편의 초기 부분에서 출판 관계자가 죽음을 당한다. 추리소설이지만 이 책의 포인트는 죽음이 아니라 '왜 그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이다. 그들은 모두 원한을 사서 죽음을 당하고, 원한을 산 이유를 찾는 것이 이 책의 요점이다.
 
그들이 원한을 산 이유는 다양하다. 지나치게 혹독하게 굴고 다른 소설가들을 비아냥거리거나, 어려움에 빠진 작가에게 도움을 주는 척 접근했다가 작가의 커리어를 망쳐버리는 등, 소설가와 여러 가지 악연을 쌓은 사람들이다.

이로 인해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작가 형사인 부스지마가 경찰들에게 도움을 주어 끝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전개다.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독자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악평을 끊임없이 보게 된다.
 
"작가도 아이돌이나 스타 운동선수처럼 동경하는 직종이라서 꿈꾼다는 점만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이 분야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아이돌을 꿈꾸는 사람은 용모가 특출하다거나 노래에 재능을 지닌 사람이고, 스타 선수가 되려는 사람 역시 운동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죠. 그런데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90퍼센트 이상이 재능도 없고 끈기도 없습니다. 게다가 자각도 없고요." -32P
 
유명한 일본 소설가들이 가끔 출판계에 대해 묘사할 때가 있다. 그 묘사가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 작가가 된 사람이 기뻐했다가 곧 소설가로 사는 것의 어려움을 느낀다는 내용의 단편을 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소설은 소설가로 살아가는 것, 출판계의 문화, 출판사 사람들이 작가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총체적으로 잔인할 정도로 과감없이 보여준다.
 
때문에 소설가를 지망하거나 작가로 살기 위해 마음에 소망을 품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꺼려질지도 모른다. 주인공도 냉철하고 잔인하기 짝이없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도 원한과 분노에 쌓여 있는 사람들이라 날이 선 태도를 보인다. 소설에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평하고, 작가인 사람들은 특이하다며 언급하는 부분까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차가운 태도로 바라본 소설가의 현실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트릭도 어려운 것이 아니고 범인도 처음부터 용의자 수가 한정되어 있어서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글을 쓰며 살아가는 일은 마냥 아름다운 예술이 아니라 고되고 힘든 일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의미가 있다.

작가 형사 부스지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은이), 김윤수 (옮긴이), 북로드(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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