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 편의 한 장면

21일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 편의 한 장면 ⓒ MBC

 
최근 '게임중독'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지난 28일 총회를 열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질병 분류 기준'을 최종 의결했다. 게임중독을 포함한 국제질병분류개정안은 오는 2022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회원국에 적용된다. 보건복지부는 WHO의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반면, 게임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21일 MBC < 100분 토론 >에서도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를 주제로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유명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은 "게임을 더 잘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욕구를 '중독'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김윤경 인터넷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은 "게임의 연속성과 사행성은 중독의 원인이자 사회적 문제"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첨예한 대립은 화제를 모았고 방송 이후 누리꾼들의 SNS 설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게임중독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WHO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게임에 대한 조절력 상실 ▲다른 일상 활동보다 현저하게 게임에 우선순위 부여 ▲부정적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하는 행동이다. 이러한 행동이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등 주요한 영역에서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고 최소 12개월 동안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게임중독'이라고 규정했다.
 
게임중독 하면 떠오르는 것들
 
 
 21일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 편의 한 장면

21일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 편의 한 장면 ⓒ MBC

  
정말로 '게임중독'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면 WHO 차원에서 이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게임 산업 규모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게임을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하루종일 게임에 몰두한다는 이유로 이를 '중독'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특히 우리 사회는 게임이나 게임 산업에 대해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언론, 미디어가 이를 확대 재생산 해왔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 2011년 MBC <뉴스데스크>가 '게임하는 청소년들의 폭력성을 살펴보겠다'며 PC방의 중앙 전원을 내리는 실험을 했던 보도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게임하는 청소년들은 갑자기 컴퓨터가 꺼지자 당황하고 분노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의 컴퓨터를 꺼도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그대로 반영한 보도다.
 
또한 게임중독의 부작용으로 '모방범죄'를 꼽기도 한다. 예컨대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피의자가 어떤 게임을 했는지, 그 게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에 대해 집중하는 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지난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현상 중 가장 위험한 것이 게임 중독"이라며 게임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 역시 피의자의 게임중독 성향이나 태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게임과 범죄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게임중독이라는 전가보도
  
 게임 이미지

ⓒ Pixabay

 
게임을 많이 한다면, 피로가 몸에 누적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인간의 몸은 활동을 하면 피로를 느끼고, 수면 등 휴식을 필요로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운동이나 일, 독서, 영화나 텔레비전 시청 등 다른 활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게임에 한해서만 중독이라고 규정지으려 한다는 점이 문제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기준과 측정 지표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게임에 몰두하는 청소년과 단순히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게임 중독'으로 규정짓고 치료 대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한국 청소년 중 다수는 여전히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학교나 학원에서 보내고 있고 직장인들 역시 OECD 국가 중 노동시간 2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 무엇이 되었건 과하면 해가 되기 마련이다. 게임 역시 많이 하면 일상의 효율을 떨어트리고 충분한 휴식을 방해하겠지만, 우리의 일상을 방해하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반드시 게임에만 중독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한국에는 이미 청소년들이 밤 10시 이후에는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는 '셧다운제'라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지 않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청소년이 자정까지 텔레비전을 보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괜찮지만 '게임'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은, 게임 그 자체를 병리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이번 WHO의 결정에 대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9곳의 게임협회가 공동 성명을 내고 질병 분류 기준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게임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을 이제는 바로잡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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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기억하는 정치학도, 사진가. 아나키즘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장자리(Frontier) 라는 다큐멘터리/르포르타주 사진가 팀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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