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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면 이런 일로 안 부딪혀도 되잖아. 한 집에서 먹고 자고 같이 들어가고 같이 나오고. 편할 거 아냐."

남자가 오래 사귄 여자친구에게 '슬슬 결혼 얘기 좀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훅 던지더니,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그녀에게 위 대사처럼 결혼의 유용함을 설파한다. 배우 한지민과 정해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MBC 수목드라마 <봄밤> 첫 화에 나온 장면이다.

글쎄, <봄밤>이라는 드라마가 어떤 결론을 향해 달려갈지 모르겠는데 제법 그 내용이 리얼하다. 결혼하면 과연 편하게 될까? 어쩌면 남자가 편하자고 내뱉는 작업 멘트일지도 모른다. 내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이미 유부남인 나의 현실에 비춰보면 작업 멘트가 맞다. 오죽하면 아내는 나를 큰아들 취급하겠나.

여자에게 결혼이란 그저 족쇄가 하나 더 생기는 일일 뿐인 게다. 아무튼 여주인공 정인(한지민)은 이제 슬슬 결혼을 고민하게 될 테다. 흔히 결혼적령기라는 틀에 가두어진 모든 청춘이 그렇듯.

그런데 결혼 그거 꼭 해야 해?

당연한 얘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게는 '지옥행 급행열차'에 올라타는 것일 수도 있는 그것(웹툰 <며느라기>속 시어머니를 생각해보시라), 결혼.

너무나 상반되는 결과로 수렴되는 선택이니, 제일 좋은 건 실행에 옮기기 전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 돌려보는 것 아닐까? 만약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말이다. 대신 솔루션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만화가 미깡의 신간 <하면 좋습니까?>가 바로 그것이다.
 
미깡의 신간 <하면 좋습니까?>
 미깡의 신간 <하면 좋습니까?>
ⓒ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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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심연(33). 5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동거생활을 유지해왔던 남자 친구로부터 어느 날 프러포즈를 당한다(?). 지금 이대로도 좋은데, 결혼을 꼭 해야 할지 의문에 빠진다(사귈 때부터 이미 중년 부부 냄새를 풍기던 <봄밤>의 정인 커플과는 사뭇 다른 상황).

정답이 없는 문제이다 보니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는 절친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이미 한번 갔다 온 이혼녀, 이제 막 결혼한 신혼 친구, 다자연애를 추구하는 비혼주의자 그리고 현실이 너무 바빠 만화에 한 컷도 등장하지 못한 채 뒷모습 또는 멘트만 출연하는 워킹맘 친구까지, 모두 그녀를 위한 특급 조언을 쏟아낸다.

이혼한 친구 김금금(33)은 왜 이혼했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성격 차'라고 대답하고 있지만, 실제론 '성 격차'가 맞는 말일 것이라 분노한다. 결혼 전에는 하늘의 별이라도 따줄 듯이 덤벼들다가 결혼만 하면 남자가 어쩌고, 여자가 어쩌고 성의 역할을 구분하는 족속들을 꼬집는다.

하지만 그 친구가 그런데도 "아이는 갖고 싶다"라고 말해, 독자들은 다시 한 번 가족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그런데 작가는 결혼을 고민할 때 아기는 무조건 제외하라고 한다. 아기는 너무 강력한 한 방이기 때문. 아기가 방긋 웃는 것만 봐도 단번에 무장해제 되어 쓰러지는 여성들을 보라... 그러니 아기를 보기 전에 아기를 품고 있는 엄마를 보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하면 좋습니까?> 중 한 장면
 <하면 좋습니까?> 중 한 장면
ⓒ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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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결혼한 친구 안유리(33)는 신혼생활에 만족하며 본인 커리어도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다. 결혼에 대해 무조건 찬성을 할 것 같지만, 미리 '양해각서'를 작성해 남편과 가사 분담이나 양가 가족들 간의 문제는 확실히 해두라고 조언한다. 여자에게 일과 가정이 과연 양립할 수 있느냐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

이 책 19화에서 제안하듯 부모님 예상 문제를 사전에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왔더니 부모님이 주말마다 밥을 같이 먹자고 한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따위. 결혼은 비즈니스라는 명대사도 있지 않은가. 상상하지도 못한 상황에 부딪치고 백초크 당하기 전에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나열해보는 게 중요하다.

<하면 좋습니까?> 속 주인공 각 각에는 그만의 고민과 선택이 있고, 각자의 행복이 있다. 독자들 또한 읽다 보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주인공 중 한 명에게 몰입되어 의견을 더하게 되고, 또 다른 의견들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낯설어한다.

하여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대안을 펼쳐놓고 나의 상황에 적용해 보는 것에 있다. 그래서 결국 주인공들은 결혼하냐고? "결혼하든 안 하든 했었든 제도 자체를 거부하든... 각자 자기 선택을 믿고, 자기 행복을 향해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을 대신해 결말은 알려주지 않겠다. 직접 확인해보시라.

다 읽고 나니
, 이 책은 여자도 여자이지만 남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 같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말이다.

하면 좋습니까? - 결혼해? 말아? 오늘도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현실 검증 솔루션

미깡 (지은이), 위즈덤하우스(2019)


태그:#미깡, #하면좋습니까, #봄밤, #결혼, #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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